한국 축구의 아프리카 징크스가 또 고개를 들었다. 25일(한국시간) 북중미 월드컵 A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패하며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다.
월드컵 본선에서 아프리카 팀을 만나면 번번이 고전했다. 탁월한 체격과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플레이에 당하기 일쑤였다.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전(2-1 승)이 유일한 승리다. 이후 20년간 아프리카 팀들에게 발목이 잡혔다.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겼고,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알제리에 2-4로 무너졌다. 2010년엔 가까스로 조 2위로 16강에 올랐지만 2014년엔 1무 2패로 탈락했다. 역대 두 번째 원정 16강을 이룬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도 가나에 2-3으로 졌다.
아프리카와의 다섯 번째 맞대결도 비극으로 끝났다. 한국은 남아공의 스피드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 채 0-1로 패했다. 뒤지는 상황에서도 이렇다 할 반격을 펼치지 못했다. 교체 카드 다섯 장을 모두 소진했지만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해외파가 많지 않은 남아공의 조직적인 수비를 끝내 뚫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도 아프리카 팀 앞에선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브라질 월드컵까지의 ‘홍명보호 1기’는 아프리카를 상대로 1승 3패에 그쳤다. 다시 감독이 된 후에도 흐름은 비슷했다. 평가전에서 가나를 1-0으로 꺾었지만 지난 3월 유럽 원정에서 코트디부아르에 0-4로 대패했다. 이번엔 남아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아프리카 팀은 분위기를 타면 특유의 운동 능력이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토고전은 선제골을 먹고도 빠르게 만회해 이겼을 뿐, 다 어려운 경기였다”고 짚었다. 이어 “남아공은 유럽 빅리그 선수가 적고 큰 대회 경험도 부족하다. 1차전에선 주눅든 모습이었는데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을 찾았다. 마멜로디 선다운스, 올란도 파이리츠 출신이 많아 조직력이 좋은 팀이다. 초반에 기를 꺾었어야 했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 분위기를 내줬다”고 했다.
와일드카드로 32강에 진출하더라도 아프리카 팀을 또 만날 수 있다. 한국은 E조 1위 또는 G조 1위와 맞붙는다. E조에서는 독일이 2연승으로 일찌감치 1위를 확정했다. G조에서는 이집트(1승 1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마지막 이란전에서 이기면 1위가 굳어진다.
FIFA 랭킹 28위 이집트는 한국과 18차례 맞붙어 7승 6무 5패로 앞서 있다. 가장 최근 대결은 2022년 6월 14일 서울 친선경기로, 한국이 4-1로 이겼다. 당시 이집트 간판 모하메드 살라는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