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실시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의 파행(跛行) 여진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지 부족으로 정상적인 투표가 진행되지 못한 사태가 발생하자 유권자들이 분노하기 시작하였고, 이 중 일부는 아직도 올림픽 공원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언론을 통해 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하고 불법적인 업무 처리가 드러나자 국회에서는 국정조사가 시작되었고, 사전투표 폐지 등 근본적인 선거제도 변화를 제안하는 법안까지 제출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좀더 엄정한 감시· 견제 체제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개헌 가능성까지 거론하였다. 아무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선거와 관리 체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인다.
공약은커녕 후보 이름도 모른 채
진보·보수 진영논리 휩쓸려 투표
백년대계가 4년 단위로 오락가락
정치꾼 아닌 교육자에 교육 맡겨야
이왕 선거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논의한다면, 차제에 오랫동안 불합리하다고 지적되어 온 시도 교육감의 직선제도 테이블에 올렸으면 한다. 물론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시도 교육감 직선제는 우리나라 교육을 망가뜨리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교육감은 각 시도의 초중등 교육을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이다. 초중등 학교 교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며, 집행하는 예산도 지방자치단체의 1/3에 육박할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각 지역의 초중등 교육을 대표하고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에, 신망을 받는 능력있는 교육 전문가가 맡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주민 직선에 의해 뽑히는 교육감들은 그러한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교육감 직선제의 여러 문제점 때문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지역 주민들의 뜻에 맞는 교육 책임자를 뽑는다는 명분에서 시작되었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다. 그러기에 과거 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은 대부분 10%대에 머물렀고, 이렇게 낮은 투표율로 선출된 교육감의 정통성이 문제 되자 2010년부터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투표율은 높아졌으나, 지금도 교육감 선거의 무효표는 시도지사 선거의 2.5배 이상 나오고 심지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무효투표율은 5.7%에 달했다.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들은 잘 모르거나 투표 의사가 없어서 안 찍고 나오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계신 유권자 중에도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한 교육감 후보의 이름을 기억 못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각 후보자의 교육 공약은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교육감 선거가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자 선거에서 ‘정치 공학’이 판을 치고 있다. 우선 후보의 교육 공약이 유권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이 대세를 이룬다. 그러니 진영 싸움이 되기 일쑤이고, 각 진영은 후보자들을 미리 단일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정당의 공천과 달리 법 밖에 존재하므로 매우 불투명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진정한 교육자보다는 정치꾼들에게 유리한 것이다. 게다가 교육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한 후보자의 교육 경력 요건도 문턱이 계속 낮아지고 있어, 교육 경력이 일천한 정치꾼들의 출마가 가능해졌다. 결국 수준 낮은 후보자가 많아져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자 58명 중 15명(26%)이 전과가 있었고, 당선자 16명 가운데에서도 3명(19%)이 전과자다. 학생들의 귀감(龜鑑)이 되어야 할 교육의 대표자는 좀 더 깨끗해야 하지 않을까.
더욱 큰 문제는 교육감 선거가 진영 논리에 휩쓸리다 보니, 4년마다 교육정책의 방향이 크게 바뀌는 일이다. 자고로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는데, 100년은커녕 4년마다 방향이 180도 바뀌니 일반 학부모들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자사고나 특목고에 대한 정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4년마다 교육감에 따라 ‘육성’과 ‘폐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니, 자기 자식이 들어가고 싶은 고등학교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것이 ‘사람이 유일한 자산’인 나라가 할 일인가.
이제 교육은 정치꾼으로부터 교육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진영 논리보다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미래를 바라보며 실용적인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 첫 단계가 교육감 직선제를 대폭 바꾸는 일일 것이다. 대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미 여러 방안이 논의되었으므로, 당사자들끼리 진정으로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 머리를 맞댄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은 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AI 시대를 맞아 미래 인재들이 갖추어야 할 능력이 크게 바뀌고 있지 않은가. 선거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이번 기회는 교육감 직선제의 개편을 논의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