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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77년 만에 벗겨진 탈영 낙인, 남은 장병 명예회복 서둘러야

중앙일보

2026.06.2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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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강태무·표무원 월북 사건’의 피해자인 고(故) 이강종 이병이 77년 만에 전사자로 인정받았다. 강태무·표무원 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내린 첫 공식 판단이고, 늦었지만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다.

강태무·표무원 사건은 6·25전쟁 발발 1년여 전인 1949년 5월 5일 강원도 춘천지구에 주둔하던 육군 8연대 1, 2대대장 표무원·강태무(당시 소령)가 북한군과 미리 짠 뒤 부대원 700~800명을 이끌고 38선을 넘은 사건이다. 강태무 소령은 예하 부대에 정상 작전인 것처럼 속여 명령한 뒤 월북했고, 북한군에 투항해 영웅 대접을 받았다. 반면에 그의 부하 장병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월북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38선을 넘었고, 투항을 거부한 채 북한군과 교전하다 전사하거나 실종됐다. 국가를 위해 복무하던 장병들이 지휘관의 배신으로 사지에 몰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의 처리였다. 군 당국은 실종 장병 상당수를 탈영 또는 무단이탈자로 처리해 병적부에서 삭제해버렸다. 적과 싸우다 목숨을 잃은 이들에게 국가가 도리어 탈영병이라는 낙인을 찍은 셈이다. 이 때문에 당시 생후 한 살이던 이 이병의 아들은 아버지를 전사자로 인정받기 위해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될 때까지 수십 년간 정부와 군을 찾아다녀야 했다.

이번 결정의 의미는 단순히 한 개인의 명예회복에 그치지 않는다. 당시 사건으로 실종된 장병 300여 명은 여전히 탈영병 신분이다. 국가를 위해 복무하다 희생된 장병들의 명예를 되찾아 주는 일은 국가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책무다.

국방부와 국가보훈부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강태무·표무원 사건 전체에 대한 체계적인 재조사에 나서야 한다. 입증 책임을 유족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남아 있는 군 기록과 육군발전사, 생존자 증언 등을 종합해 국가가 먼저 진실을 밝혀야 한다. 억울한 누명을 안고 세월 속에 묻혀 있는 장병들이 더 이상 역사 밖에 방치돼서는 안 된다. 이강종 이병의 전사 인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남은 실종 장병들의 명예까지 회복될 때 비로소 국가는 창군 초기의 비극을 바로 기록하고 희생 장병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를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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