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 열렸지만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맹탕 청문회’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번 청문회는 국정 2인자이자 행정부를 총괄하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정책 역량 등을 국회가 검증하는 기회였다. 특히 국무총리는 경제와 국방, 외교까지 전 분야에 걸쳐 국내외 상황을 꿰뚫고 있어야 하는 직위다. 그런데도 주권자인 국민은 여야의 알맹이 없는 공방전만을 지켜봐야 했다.
청문회가 무력화된 1차적인 책임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은 야당 측이 요구한 증인과 참고인 11명의 채택을 모두 반대했다. 지난해 6월 김민석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증인 제로’를 만들었고,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인사청문회 24건 중 80%가량을 증인 없이 진행한 여당은 이번에도 마찬가지 작전으로 나왔다. 여당은 오직 후보자 방어에만 급급했다. 한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 전까지 1주택자가 됐다고는 하나, 다주택 보유 논란과 양평 땅 농지법 위반 방치 의혹, 편법 증여 의혹 등이 제기됐었는데 일부 의원은 “다주택자인 공직 후보자가 많았지만 실제 집을 판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오히려 한 후보자를 옹호했다.
청문회가 제대로 되지 못한 책임은 야당인 국민의힘에도 있다. 청문회 전부터 한 후보자의 부동산 문제 등을 파고들겠다고 공언했으나, 결정적인 송곳 검증을 보여주지 못했다. 과거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다주택 마귀에서 벗어나 권력 마귀가 됐을 뿐”이라는 등 감정적인 구호성 공세에 열을 올렸다. 기업 출신으로 AI 대전환을 이루겠다는 한 후보자의 정책을 구체적으로 검증하지 못한 채 “주적이 누구냐” 같은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야당의 검증 역량 부재를 드러냈을 뿐이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는 여야의 세 대결 장에 그쳐선 곤란하다. 남은 청문회 과정에서라도 여야는 후보자의 국정 수행 능력과 자질을 제대로 검증해 국민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 정치 경력과 관료 경험이 짧은 한 후보자의 발탁은 파격에 해당한다. 그런 만큼 한 후보자는 국가적 위기 관리 능력이나 국정 조정 및 여야 정치권과의 소통 능력 등을 청문회를 통해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