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발표에도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 사이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는 25일 김민석 국무총리의 브리핑 직후 페이스북에 “환영한다”며 “국회에서 불가역적으로 완전 폐지할 테니 시행령도 완벽한 폐지로 준비해달라”고 썼다. 그러나 약 3시간30분 뒤에는 정부가 보완수사권 논의를 “국회로 떠넘겼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정 전 대표는 “정부안으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가 국회로 왔으면 제일 좋았을 것”이라며 “이제 ‘그럼 지금 당장 하자’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혹시 시간끌기 작전인지 살펴봐야 한다. 나의 답은 ‘지금 당장, 제헌절(7월 17일) 전에 끝내자’”라고 적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 6·3지방선거 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했다. 뉴스1
이와 관련, 김민석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원래 지난달 처리를 시도했으나 정 전 대표의 거부로 불발됐단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 총리는 “1차 개혁안(공소청·중수청법)의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2차 개혁안(형사소송법)을 애초에 당정 합의(6월 처리)보다도 시간을 당겨서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5월에 처리하려고 당에 제안했으나, 당의 요구로 이를 연기했다”고 했다. 정부가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를 미루고 있다는 친청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김 총리는 지난달 초순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에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기는 것을 전제로 논의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이에 따라 추진단은 지난달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안을 조기 확정했다. 당시 추진단 자문위에도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제로 한 내용에 대해 의견 개진 요청이 들어왔고, 보완수사권 존치에 무게를 두던 자문위원들은 더 이상의 자문을 거부한 채 활동을 종료했다. 총리실은 이후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민주당에 ‘5월 내 처리’를 제안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여권 핵심 인사는 “이 과정에서 청와대 정무라인과 민주당 정책라인이 창구로 가동됐고 합의까지 마쳤으나, 정 전 대표가 최종적으로 ‘미루자’는 취지로 반려하면서 논의가 멈췄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윤창렬(왼쪽) 국무조정실장(검찰개혁추진단장)과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김 총리가 서둘러 공을 당에 넘기려고 한 배경에는 1차 검찰제도 개편안 처리 때의 경험이 있다. 총리실은 지난 1월 당 정책위와 법제사법위는 물론 정 전 대표에게도 보고한 뒤 공소청·중수청 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강성 지지층의 비토가 폭발하면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사전 협의 때 큰 이견을 드러내지 않았던 정 전 대표도 “정부안은 초안”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수정하겠다”고 태도를 바꿨고, 정부안은 민주당 내 공청회와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수정된 뒤 재입법예고됐다. 하지만 법사위 강경파는 재입법예고안에 대해서도 반(反)개혁적이라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나선 끝에 법사위 주장이 반영된 재수정안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김 총리는 정부가 마련한 법안이 여당 안에서 정부를 공격하는 용도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주변에 여러 차례 나타냈다고 한다. 김 총리가 이날 “1차 입법예고안의 내용과 제출 시기도 당과의 협의를 거친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이에 2차 개편안의 경우 보완수사권 폐지 결론을 총리 브리핑으로 대신하고 각론을 담은 정부안을 별도로 당에 전달하지 않기로 했다. 김 총리는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하겠다”고 했는데, 총리실 관계자는 “완성된 법안을 보내 봐야 인수분해하듯이 뜯어서 정부를 타격하더라. 사전 협의를 거쳐 의총에서 결론이 난 것도 번복되는 상황에서 법안을 보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전북 정읍시 아우름캠퍼스에서 열린 전북지역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해 이성윤 최고위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도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그냥 국회로 넘겨서 논의해 보고, 정부의 입장을 어느 쪽으로 고집하지 말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당·정·청이 힘을 모아서 이뤄내야 할 검찰개혁이 계속해서 분란의 소재가 되고 선명성 경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의중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부 발의의 경우 입법예고와 공청회를 거쳐야 하지만, 국회가 의원 발의로 추진할 경우 더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김 총리는 이날 “필요하다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그간 정부에서 청취한 여러 가지 의견들을 참고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