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전 후반 18분 타펠로 마세코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망연자실한 한국 선수들. 예상을 뒤엎고 32강 자력 진출에 실패한 한국은 다른 조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운명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후반 18분 실점한 뒤 끝내 만회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이로써 1승2패(승점 3·골득실 -1)가 된 한국은 남아공(1승1무1패·승점 4)에 조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났다.
다행히 같은 시각 열린 경기에서 멕시코가 체코를 3-0으로 완파했다. 만약 체코가 이겼다면 한국은 조 최하위인 4위로 밀려 곧장 탈락이었다. 멕시코가 체코를 4위로 끌어내려 준 덕분에 한국은 조 3위로 와일드카드를 통한 32강 토너먼트행 경쟁에 남게 됐다.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는 12개 조의 3위 팀 중 성적 상위 8개 팀이 32강에 합류한다. 승점 3점, 골득실 -1을 기록한 한국은 이제 남은 9개 조의 최종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의 예측에 따르면 한국의 32강 진출 확률은 94%다. 시애틀에서 G조 1위와 맞붙을 확률이 89%, 보스턴에서 E조 1위와 격돌할 확률을 5%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매체는 한국이 남아공에 91% 확률로 이긴다고 했으니 신빙성은 ‘글쎄’다.
고개 숙인 축구대표팀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 강정현 기자
한국이 32강에 가려면 조 1, 2위 팀들이 3위 팀에 승점과 골득실을 주면 안 된다. 강팀이 승리하고 약팀이 패배하는 그림이 필요하다.
A·B·C조는 경기가 끝났다. B조 3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승점 4)는 한국에 앞섰고, C조 3위 스코틀랜드(승점 3·골득실 -3)는 한국보다 아래다. 한국이 이미 1개 팀(스코틀랜드)은 제친 셈이다. 이제 3개 팀 이상을 더 깔아야 한다.
아시아에서 경쟁하던 팀들이 도와줘야 한다. F조에서 일본이 스웨덴을 두 골 차 이상으로 꺾어주면 스웨덴의 골득실이 마이너스가 돼 한국의 진출 확률이 높아진다. D조 호주 역시 파라과이를 이겨줘야 한다. 두 팀이 비길 경우 파라과이가 승점 4점이 돼 한국을 앞지르기 때문에 한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첫 골을 넣은 가마다 다이치(오른쪽)와 축하하는 동료 선수들. 북중미 월드컵 2차전에서 튀니지를 4-0으로 완파한 일본은 32강 진출 가능성이 커졌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나머지 조에선 강팀들의 선전이 필요하다. E조 독일이 승리해야 하고, G조의 벨기에와 이란(이상 승점 2)이 최종전에서 승점을 쌓지 못하고 패하는 것이 한국에 최선이다. 반면에 E조는 코트디부아르가 이미 승점 3점을 확보하고 있어 한국이 넘어서기 쉽지 않다. 이 외에 H조에선 스페인과 우루과이가 이겨야 하고, L조에선 잉글랜드가 크로아티아를 꺾어야 한국의 숨통이 트인다.
결국 일본·호주 등 아시아 이웃들이 버텨줘야 하고, 축구 열강의 화력도 빌려야 할 처지다. 4년마다 한국인들의 머리를 쥐어짜는 월드컵 경우의 수 퍼즐은 더욱 얽혀들고 있다. 결선 진출팀 수가 2배로 늘었는데 한국은 역대급으로 복잡한 경우의 수다.
그러나 기대대로 되지는 않고 있다. 홍명보호의 북중미 월드컵 32강 가능성이 더 낮아지고 있다.
일본은 26일(한국시간)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스웨덴과 1-1로 비겼다. F조 3위 스웨덴은 1승1무1패 승점4로 한국을 추월했다. 일본이 스웨덴을 2골 차 이상으로 이기면, 한국이 조3위 경쟁에서 스웨덴을 제칠 수 있었는데 기대대로 안 됐다.
E조에서도 독일이 에콰도르에 1-2로 덜미를 잡히면서, 에콰도르가 3위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한국을 따돌렸다.
한국은 남은 7개조 3위 중 3팀보다 성적이 좋아야 하는 상황이다. 5개조가 조별리그를 마친 가운데 한국보다 아래인 조3위 팀은 C조 스코틀랜드 뿐이다. 26일엔 D조 호주와 파라과이전이 이어진다. 호주가 승리하거나, 파라과이가 2골 차 이상으로 승리하길 바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