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으로 지난달 말 문을 닫은 충북 제천시 수산면의 유일한 의료기관 ‘수산의원’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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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의원 경영난으로 지난달 31일 폐원
산골 마을 주민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된 병원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달 말 충북 제천시 수산면의 유일한 의료기관인 ‘수산의원’이 폐업해서다.
수산의원은 14년 전 요양차 서울에서 내려온 흉부외과 의사 A원장이 운영을 맡으면서 진료를 시작했다. 농촌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보고 환자를 보기 시작한 A원장은 농기계 사고로 인한 치료부터 만성질환 관리까지 사실상 종합진료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월평균 환자 수가 감소하면서 운영이 갈수록 악화했다. 여기에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인건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 운영이 이어졌다. 결국 수산의원은 경영난으로 지난달 31일 폐원했다.
수산의원이 문을 닫자 주민 불안은 빠르게 확산했다. 수산면에서 제천 시내까지는 차량으로 1시간가량 걸리는 데다 대중교통 이용 시 최대 2시간이 소요된다. 더 큰 문제는 병원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소비 동선이 끊기면서 지역 상권도 큰 타격을 입었다.
주민 장병운(70)씨는 “농촌 주민들은 의원에 가면서 자연스럽게 미용실과 마트 등을 이용하는데 의원이 없어지니 지역 상권이 위축되고 주민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경영난으로 지난달 말 문을 닫은 충북 제천시 수산면의 유일한 의료기관 ‘수산의원’ 을 살리기 위해 나선 주민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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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명 넘는 주민 조합 가입 동의
이에 수산면 이장협의회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 설립을 추진하며 수산의원을 직접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의료협동조합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수산면은 인구소멸지역으로 분류돼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선 조합원 300명과 5000만원만 확보하면 된다. 현재 600명이 넘는 주민이 조합 가입에 동의한 상태다.
주민들의 호소에 A원장과 간호사 등 기존 의료진도 의료사협 조합에 가입하며 마을에 남아 진료를 이어가기로 했다. 수산면 이장협의회는 마을 명의 건물을 담보로 6000만원 대출을 받아 1년 동안 A원장에게 매월 500만원씩 병원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2년 차부터는 조합원들이 1인당 최소 5만원씩 출자해 기초 운영비를 충당할 계획이다.
의원 건물도 새로 짓기로 했다. 수산면은 최근 ‘농촌재구조화 공모사업’에 선정돼 확보한 국비 40억원으로 3층 규모의 기초생활거점 건물을 신축한다. 이 건물 1층을 의원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안경태 수산면 이장협의회장은 “주민들이 불안 속에 의료 공백을 체감하면서 의원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며 “의원의 지속 운영을 위해 조합원 1000명 가입과 1억원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골 마을에 의원마저 폐업해 의료공백이 현실화되면 지역소멸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민들이 직접 조합을 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남 산청군 산청읍 성심원 건물에 있는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무실과 화목한의원, 화목의원 모습. [사진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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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 커지면 인구 소멸 가속화
2024년 5월 전남 영암군 금정면의 유일한 의원이 폐업하자 주민들이 직접 나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주민들은 의료 공백이 이어지자 마을 기금 5000만원으로 건물을 수리하고 의사를 수소문했다. 결국 지역 출신 의사가 응답하면서 폐업 넉 달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의료 취약지인 경남 산청군에선 산청·진주 등 인근 지역 주민 650여명이 조합을 꾸려 직접 의원을 개원하기도 했다.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2023년 산청군 산청읍 성심원 건물에 문을 연 화목한의원이다. 더욱이 올해는 화목의원과 재택의료센터를 개원, 양·한방 협진할 수 있는 의료 체계를 구축했다.
이런 의료 기관을 갖추는 데엔 지역민과 지자체 노력이 컸다. 조합은 의원 건물 리모델링 비용(11억원)을 산청군 소멸대응기금 9억원과 조합원 출자·기부금 2억원으로 충당했다. 한센인 정착촌인 성심원도 10년간 건물을 무상 임대해줬다.
조합 설립을 추진한 김명철(69·한의사) 이사장은 “산골 마을에 의원마저 없어 의료 공백이 커지면 인구 소멸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며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민 모두에게 평등한 의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