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종호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자신을 겨냥한 사퇴 요구에 대해 ‘해당 행위 징계’라는 반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장 대표는 이날 매일신문 유튜브 방송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해당 행위 논란이 많았지만 6·3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겠다고 말씀드렸다”며 “하지만 선거 이후 관련 징계 요청이 들어오고 있고, 어떤 결론이든 답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은 때가 되면 특별한 명분도 없이 지도부를 흔드는 게 혁신인 것처럼 하는데, 바로 잡아야 한다”며 “혁신·대안·미래라는 이름으로 명분 없이 지도부를 흔드는 것을 반드시 이번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초·재선 의원이 주축인 ‘대안과 미래’에서 거듭 사퇴를 요구하는 걸 겨냥한 것이다.
장 대표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과정에서 일부 친한계 의원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도왔다는 논란에 대해선 “그 부분도 징계 요청이 들어왔다. 모든 징계 요청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친한계 배현진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윤민우)의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신청한 가처분이 지난 3월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진 데 대해선 “이번만큼은 면밀하게 검토해서 법원에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 대표는 한길리서치·쿠키뉴스의 지난 20~22일 범보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유선전화 면접 3.1%, 무선전화 ARS 96.9%)에서 자신이 오차범위 내 1위(15.3%)를 한 것을 두곤 “저를 받치고 있는 건 20·30·40대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해당 조사에선 장 대표에 이어 오세훈(14.4%) 서울시장, 한동훈(13.3%) 의원, 유승민(7.5%) 전 의원 등이 뒤를 이었다.
장 대표는 26일 유튜브 방송 ‘펜앤마이크TV’ 인터뷰에선 한동훈 의원을 공격했다. 장 대표는 “갈등과 분열을 계속 유발하고, 우리 당이 이 지경에 오도록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라며 “그와 힘을 합쳐서 대표를 공격하는 것부터 바로잡는 게 기강 확립”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퇴를 요구한 친한계 송석준 의원과 ‘대안과 미래’ 간사 이성권 의원을 겨냥해 “경기 3선 의원(송석준)은 시장(이천시장)을 내줬고, 부산 재선 의원(이성권)은 본인이 공천한 구청장(사하구청장)을 빼앗겼다”고 비판하면서 “제가 여러 차례 간 충남 공주-부여-청양의 윤용근 의원은 당선됐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송석준 의원의 공개 발언 요구를 듣고 있다. 이후 의총은 공개 발언 없이 비공개로 전환됐다. 뉴스1
장 대표가 퇴원 이틀 만에 강공으로 전환한 건 소극적 버티기로는 활로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점식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장 대표 거취 문제는 오래 끌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듯 원내에서도 사퇴 압력이 높아지는 까닭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는 가만히 있으면 조기 사퇴를 못 피하는 외통수에 걸린다고 보는 것 같다. 더 강하게 맞불을 놔 사퇴론을 잠재우려는 것”이라고 했다.
원내에서 입지가 좁아진 것과 별개로 당원 지지세는 여전하다는 인식도 장 대표가 강공에 나선 배경이다. 한국갤럽의 지난 23~25일 무선전화 면접 조사에 따르면 ‘장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은 48%,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8%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좁히면 유지 49%, 사퇴 39%로 대표직 유지 응답이 많았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장 대표는 26일 유튜브에서 “제가 대표가 된 뒤 원내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흔들어댔지만,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장 대표가 실제 징계를 추진하면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장 대표가 지난 1월 한동훈 의원을 제명 처분했지만 한 의원은 보궐선거 당선으로 재기했고, 배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처분도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는 등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영남 중진 의원은 “장 대표도 칼이 칼집에 있을 때 그나마 효력이 있다는 걸 알 것”이라고 했다. 위협용으로 활용할 순 있지만, 실제 징계 카드를 남발하긴 쉽지 않을 거란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