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이 없는 요양병원에서 괴사한 환자의 다리가 절단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병원 관계자 입건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논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의학적으로 발생 가능한 일”이라고 의료계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인천 재활용품 처리시설에서 발견된 다리와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유전자(DNA)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견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환자가 입원한 인천 중구 한 요양병원. 연합뉴스
26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까지 인천 요양병원 다리 절단 사건과 관련된 병원 관계자 등을 입건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10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공공 재활용품 처리시설에서 피 묻은 붕대에 감긴 사람 다리가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범죄 혐의점이 높다고 보고 수사본부를 꾸려 피해자 파악에 나섰던 경찰은 지난 17일 요양병원의 오인배출 신고 이후 폐기물관리법·의료법 위반 수사로 방향을 전환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해당 신체는 이달 1일 인천 중구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89세 환자의 다리와 DNA가 일치했다. 요양병원 측은 “다리 괴사가 심한 상태였고, 다량의 고름이 차 있어 다리를 올렸을 때 무릎 부위가 분리돼 뒷부분을 가위로 절단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경찰은 요양병원 자원봉사자가 의료폐기물 용기의 다리를 석고 붕대(깁스) 쓰레기로 착각해 버린 것으로 보고,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증거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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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어렵다” SNS 반응에, 의학계 “발생 가능한 사례”
괴사한 다리라고 하더라도 수술실이 없는 요양병원에서 절단 처치가 가능한지를 두고 소셜미디어(SNS)에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관련 게시글에는 “다리는 톱으로 자른다. 장난을 치는 것이냐”, “요양병원의 말을 어떻게 믿느냐”, “경찰이 수사하기 싫은 것은 아니냐” 등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10일 사람 다리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된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남부권 광역 생활자원센터. 연합뉴스
반면 의학계는 의학적으로 가능한 사례로 보고 있다. 김학준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신체가 자연적으로 절단되는 경우는 꽤 많다. 무릎 위쪽까지 괴사하기 전 가위로 절단한 것은 오히려 잘한 판단으로도 볼 수 있다”며 “수술실이 아니어도 이 정도 의료행위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체가 재활용품으로 분류돼 배출된 것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제 학술지에 올해 1월 게재된 한 의학 논문(‘The waiting game: autoamputation of ischemic lower limbs in non-operative management’)에는 괴사한 조직이 살아있는 부위와 경계를 형성한 뒤 자연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자가 절단(autoamputation)’ 사례가 보고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법적·의학적 자문을 거쳐 의료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 관련해서는 내사(입건 전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폐기물관리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행위자뿐만 아니라 법인(병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위법 여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