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지적하는 정치인들 발언을 다룬 방송 자막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이 전 원장은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지적하는 정치인 발언 자막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원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KTV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공익성, 균형성을 유지해야 하는 공공기관임에도 이 전 원장이 실무자들에게 이를 위반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시 내용은 비상계엄에 관한 비판적인 내용을 적극 삭제해 결국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내용”이라며 “편파적인 보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법상 준수해야 할 의무와 공무원으로서의 성실·공정 의무를 부담하는 실무 담당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원장 측은 KTV가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채널인 만큼 방송 기조에 따른 조치였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책 홍보는 올바른 정보 제공을 전제로 하는데 국민에게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과 진행 상황 등을 알리지 않는 것이 제대로 된 홍보인지 의문”이라며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왜곡된 여론 형성을 야기하거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의 주된 목적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제3자의 불법적 이익 실현이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도 했다.
이 전 원장 측이 “사건이 내란 특별검사팀의 수사 범위를 벗어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재판부는 “더불어민주당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고, 증거물을 공통으로 하는 사건인 만큼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원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방송편집팀장에게 “정치인 발언, 정당, 국회, 사법부 관련 뉴스는 KTV 방송 기조와 다르니 다 빼고 대통령과 포고령은 팩트 위주로 넣으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프리랜서 자막 담당자가 이를 거부해 자막이 계속 송출되자 방송보도부장에게 다시 삭제를 지시했고, 일부 자막은 실제 삭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 전 원장은 비상계엄 이후 계엄과 포고령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뉴스를 반복 편성하고 계엄 비판 보도를 차단·삭제한 혐의로 권창영 특별검사팀의 수사도 받고 있다. 특검은 지난달 내란선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