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와 공천 등 청탁을 대가로 명품 귀금속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영부인 지위의 사회적 책무를 외면한 채 사적 이익 추구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더욱 무거워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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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히 경계 없이 거리낌 없이 수수”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조순표)는 26일 오후 2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이우환 화백 그림·금거북이·목걸이 등 몰수와 648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묵시적 청탁이 있었고 금품을 받을 때 김 여사가 대가관계를 인식하면서 수수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서성빈 드론돔 대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최재영 목사는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22년 6월 29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김 여사가 착용한 목걸이는 '반클리프 앤 아펠' 스노우플레이크(당시 6200만원).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반클리프앤아펠 홈페이지 캡처
마스크를 끼고 부축을 받으면서 입정한 김 여사는 재판장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피고인석에 앉았다. 선고 내내 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선고를 들었다. 귀걸이가 언급되자 잠시 재판장을 쳐다봤다가 방청석을 곁눈질로 보기도 하고 금거북이 얘기가 나오자 변호인에게 작게 무언가를 물어보는 모습도 보였다. 일어서서 주문을 들은 뒤에는 양손을 꼭 쥔 채 책상만 바라봤다.
재판부는 “대통령 배우자는 어떤 고위공직자보다도 대통령과 국정 운영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위”라며 “알선수재 주체로 상정할 사람 중 대통령 배우자는 가장 중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배우자는 청탁이 집중되므로 누구보다 철저히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일반 국민이 한번이라도 취득하기 어려운 걸 거리낌 없이 수수해왔다”고 했다.
이어 “사회 각 분야 인사가 공직자 인사, 정부기관 계약, 공천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청탁을 품고 김 여사에게 접근해 금품을 제공했다”며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공적 의사결정 과정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거래 대상으로 전락한 것으로 그 폐해는 공정성과 신뢰의 근본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가품이 김 여사 친오빠 장모 주거지에서 발견되는 등 위법성을 인식하고 범죄를 은폐하려해 진정한 반성의 모습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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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대가관계 수반 인식”
김 여사가 2022년 3월 15일~5월 20일 이 회장으로부터 반 클리프 아펠 목걸이, 그라프 귀걸이, 티파니앤코 브로치 등 1억38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 여사와 이 회장이 고가 귀금속을 아무런 대가관계 없이 주고받을 정도의 사적 인간적 유대관계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여사가 목걸이 수수할 때부터 대가관계가 수반된다는 걸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선물은 받았으나 구체적 청탁이 있지 않았다는 김 여사 주장을 배척하고 “구체적 알선 대상, 행위가 존재하지 않았어도 알선수재죄 성립에 있어 대가관계 인정을 방해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회장이 금품을 보험적 성격으로 줬다는 진술 등을 근거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김 여사가 브로치를 받은 날 이 회장에게 먼저 “회사 도와드릴 거 없느냐”고 물은 점도 핵심 근거가 됐다.
이 회장은 금품 교부 대가로 자신의 맏사위인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이름과 소속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인사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가 직접 박씨에게 연락해 격려의 말을 전한 점 등을 볼 때 상당한 관여를 한다는 인식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가 최고 권력자의 배우자가 가진 영향력을 활용한 권력형 알선수재범죄에 있어서 명시적 청탁과 함께 금품 교부한 형태는 사회 통념 경험칙상 이례적”이라며 “사법·행정적 리스크에 대비해 권력 지근거리에 있는 인물에게 고액의 금품을 미리 투입해 장래 영향력을 확보하고 가교를 만드는 게 전형적 로비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2022년 4월 26일 이 전 위원장으로부터 5돈짜리 금거북이와 세한도 복제품을 받고, 같은해 9월 서 대표로부터 3990만원 상당의 바쉐린 콘스탄틴 손목시계를 수수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실질적 구매 주체를 서 대표로 보고 김 여사의 시계 구매 대행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3년 2월쯤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게 1억4000만원 상당 이우환 화백 그림을 받은 혐의와 최 목사로부터 540만원 상당의 디올 가방을 받은 혐의도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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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과도한 형량, 항소할 것”
김 여사 측은 재판 직후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여사 변호인은 “선물 성격, 청탁 범위를 과도하게 넓게 봐 불리한 정황만 확대 해석했다”며 “명시적 청탁조차 없었는데 청탁 대가성 인정이 말이 안된다”고 반발했다.
이날 재판은 김 여사가 받고 있는 3개의 재판 중 두번째 1심 결론이다. 김 여사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등 사건은 대법원 2부에 배당됐다. 통일교 교인들의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정당법 위반) 1심은 7월 3일 준비기일을 거쳐 8월 14일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각종 고가 귀금속과 함께 인사, 이권 청탁을 받은 혐의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1심 선고 생중계가 나오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