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국립범죄수사청(NCA) 및 JMLIT 명의 위조 문서 중 일부. 사진 인천지검 부천지청
해외 국제 금융사기 조직과 손잡고 미국 재무부 등 외국 국가기관 명의의 문서를 정교하게 위조해 억대 투자금을 가로챈 일당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심지어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도 이 위조문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무죄를 주장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공판부(부장검사 김지은)는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사기, 무고 혐의로 회사 대표이사 A씨(61)와 감사 B씨(56)를 구속기소 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3년 3월부터 성명불상의 해외 금융사기 조직원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미국 재무부, 영국 국립범죄수사청(NCA), 미국 트루이스트 은행 등 해외 주요 기관 및 은행 명의의 문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만든 허위 문서에는 ‘회사 소유의 해외 자금 5억 달러(약 7500억원)가 조만간 국내로 송금될 예정’이라는 그럴싸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위조된 영어 문서를 미끼로 피해자들을 낚았다. 피해자 C씨에게는 거액의 해외 자금이 유입되면 곧바로 갚겠다며 3억1000만 원을 편취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또 다른 피해자 D씨에게는 “해외 투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비용을 빌려주면 3주 안에 갚고, 당신이 가진 부동산도 100억원에 비싸게 매입해 주겠다”고 속여 2억2000만원을 추가로 가로채는 등 총 5억3000만 원을 뜯어냈다.
이들의 대담한 범행은 사법당국까지 기만하려다 덜미가 잡혔다.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지난해 12월, A씨 등은 법정에 해당 위조문서들을 직접 제출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 C씨가 우리를 강요하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리는 계약을 맺게 한 것”이라며 허위 고소장을 제출해 피해자를 무고하기까지 했다.
검찰은 네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과 대검찰청 문서 감정, 발신 IP 추적, 국제 금융거래(SWIFT) 검증 등 치밀한 과학수사 기법을 총동원해 해당 문서들이 정교하게 꾸며진 가짜임을 밝혀냈다.
조사 결과 이들이 편취한 5억3000만원 중 약 1억4000만 원은 말레이시아 소재 은행 계좌 등 해외 금융사기 조직으로 송금됐고 나머지는 개인 채무 변제와 호화 생활비 등으로 탕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수사나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위조문서를 앞세워 추가 범행을 시도하는 등 사법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출처가 불분명한 거액의 해외 자금 유입을 핑계로 영문 문서를 제시하거나 선입금을 요구하는 경우 국제 금융사기일 가능성이 극히 높은 만큼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