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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지원이 성패 가른다

중앙일보

2026.06.2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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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결정 논란 속 정부 발표 임박



전력·용수, 인력 확보가 성공의 관건



정부·지자체의 전방위적 지원 필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산업단지) 구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충청권 투자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어제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보고회에 나오는 숫자들이 낯설 정도로 역대급 투자 규모가 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는 나라의 미래가 걸린 국가 핵심전략산업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주요국의 각축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별도로 ‘제2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추가 조성해 생산 거점을 확대함으로써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공고히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비수도권에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명분이 있다.

그럼에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최적지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철저한 사업성 검토를 기반으로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투자 입지의 선정에 정치적 외압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통상 부지 선정과 검토에 5~7년이 걸리는 것과 달리 답을 정해 놓고 서두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경북 구미 등 반도체 단지 유치를 희망해 온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도 나올 수 밖에 없다. 호남 지역의 입지 조건과 인프라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도 계속 남는다.

전력·용수·공급망이 동시에 맞물려야 돌아가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가장 큰 우려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용수 부족 문제다. 호남 지역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가 가장 풍부하지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인해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양질의 안정적 전력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 동해안 일대의 원전 등에서 전력을 끌어오기 위한 대규모 송전망 건설이 필수인 이유다. 수도권에 비해 충분하지 않은 용수 문제 해결도 과제다.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교육과 의료·문화 등 생활 인프라를 갖춘 정주 환경 조성도 풀어야 할 숙제다. 부품 등 공급망 생태계 구축도 성공의 관건이다.

정부가 메가프로젝트 구상을 발표한다고 예고한 것은 어떤 식이든 투자 기업들과의 협의를 통해 동의를 얻어냈음을 의미한다. 정치권의 논란과는 별개로 ‘낯선 숫자’의 초대형 프로젝트는 돌아가게 될 것이다. 구상 단계에서 실제 추진 과정을 거쳐 클러스터 조성까지 넘어야 할 난관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빈틈없는 지원이 필수다. 송전망과 방류수 시설 등에 대한 인근 주민의 반발로 수도권 일대 반도체 공장 건설이 5~6년 지연되는가 하면, 주민토지보상과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관련 행정절차에 발목이 잡혀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대만 TSMC 공장을 유치하며 5년의 공기를 20개월로 단축해 제2공장까지 유치한 일본 구마모토현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향후 구체적인 부지 선정 작업이 본격화하면 지역 내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기업이 사업성과 경제성을 최우선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전면적인 지원 없이 그저 기업만 데려오는 데 끝난다면 아무리 기업의 자발적 투자 결정이라고 한들 정치적 논리에 따라 기업의 팔을 비틀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뿐만 아니라 정부는 지역별 첨단 핵심 산업 투자와 양성을 위한 국가 대전략도 함께 구상·추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특정 지역 혜택론을 불식하고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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