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생 Z세대 기자가 Z세대 독자를 만나 지금 읽고 있는 책 한 권을 묻습니다. 멋짐과 진심 사이, 우리의 읽기는 어떤 모습일까요. ‘텍스트힙’이라는 말을 걷어내고 독자의 진짜 책장을 들여다보는 기획, ‘젠지의 책장’을 소개합니다. 네 번째 주인공은 2003년생 아이돌 상원입니다. ‘젠지의 책장’은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서 매주 월요일 공개합니다.
5월 26일 프롤로그 싱글앨범 '노 스쿨 투모로우(No School Tomorrow)'로 컴백한 알파드라이브원의 멤버 상원. 사진 웨이크원
" 전설의 연습생. "
2025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2 플래닛’에 출연한 상원(23)에게 붙은 수식어다.
그는 열 세살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빅히트 뮤직이 2021년 내놓은 공개 연습생 팀 ‘트레이니 에이(Trainee A)’가 됐을 땐 꿈에 가까워지기도 했다. 그는 보이그룹 코르티스의 제임스, 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의 우찬 등과 같은 데뷔조였다. 연습생임에도 팬덤이 모였고, 빼어난 안무 실력으로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데뷔는 결국 무산됐다.
아이돌의 꿈을 접으려다 3년 만에 선택한 재도전. ‘보이즈 2 플래닛’에 출연한 ‘경력직’ 연습생 상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다시 한번 용기를 냈다”고 고백했다.
결과는 전 회차 연속 종합 1위.
상원(가운데)의 '보이즈 2 플래닛' 출연 당시 모습. 사진 엠넷
첫 무대, 첫 앨범, 첫 화보….
첫 번째 순간은 누구에게나 각별하지만 상원에게는 더 큰 의미일 테다.
2026년 1월 15일. 상원은 마침내 보이그룹 알파드라이브원의 멤버로 음악방송 무대에 섰다. 데뷔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인간 이상원이 지킨 삶의 태도는 대체로 한결같았다. 연습이 끝난 늦은 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던 시간 등 여유가 생길 때마다 상원은 책을 들었다.
새 소속사에 들어가 오랜만에 근황을 알리던 2025년. 그는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길었다. 그 순간 속에서도 많은 걸 배웠다. 연습하는 지금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 깊이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깊어지기 위해 자신을 가다듬는 그의 모습은 팬들의 SNS와 방송·유튜브 콘텐트 등에 기록되어 있다.
5월 26일 프롤로그 싱글앨범의 타이틀곡 ‘오엠지!(OMG!)’ 활동을 앞두고 서면으로 만난 상원은 “컴백 일정을 앞두고 바쁘게 일상을 보낸다”면서도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새벽의 시간”은 남겨놓았다고 했다.
그때마다 상원이 들여다본 책은 다름 아닌 시집.
영국 시인 웬디 코프(81)의 『오렌지』(윌마)였다.
영국의 베스트셀러 시인 웬디코프가 2023년 낸 『오렌지와 다른 시들』의 한국어 번역본. 사진 윌마
Q : 이 책은 어떻게 읽게 됐나.
A : “처음 『오렌지』를 읽은 건 2025년 겨울이다. 함께 ‘보이즈 2 플래닛’에 출연한 전이정이라는 친구가 추천해 줬다. 제목과 표지에서 드러나는 온도가 좋아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다.”
한국에 『오렌지』(2025)라는 이름으로 나온 이 시집은 영국의 독립 문학 출판사 파버앤파버에서 출간한 『오렌지와 다른 시들(The Orange and other poems)』(2023)의 번역본이다. 책의 저자인 코프는 1945년 런던 남동부 교외 지역인 에리스에서 태어나 15년간 초등 교사로 재직하다 시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제까지 발표한 시집은 5권 정도로, 일상적인 장면을 유머러스하게 담아 현지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오렌지와 다른 시들』의 출간은 그의 두 번째 시집 『시리어스 컨선스(Serious Concerns)』(1992)에 수록된 ‘오렌지’라는 시의 ‘역주행’을 계기로 한다. 2010년대 후반 틱톡 등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다시 읽히기 시작했고, 파버앤파버에서 ‘오렌지’와 다른 시까지 31편의 시를 엮어 새롭게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