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의 ‘경우의 수’가 또 날아갔다. 실낱 같은 북중미 월드컵 32강행 희망을 이어가던 한국축구가 이제는 진짜 벼랑 끝에 섰다.
가나 축구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L조 3차전에서 크로아티아와 1-2로 졌다.
전반 31분 크로아티아의 페타르 수치치에게 중거리슛 선제골을 얻어 맞은 가나는 후반 28분 프리킥 찬스에서 데릭 루카선의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비디오판독(VAR) 끝에 득점이 인정됐다. 그러나 후반 38분 코너킥 상황에서 크로아티아의 니콜라 블라시치에게 헤딩골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조별리그를 A조 3위로 마친 한국(1승2패, 승점3, 골득실-1) 입장에서, 이 경기에서 가나가 반드시 크로아티아를 잡아줘야, 한국이 골득실에서 크로아티아를 앞설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가나는 패배했다.
가나는 조별리그를 1승1무1패(승점4) L조 3위로 마쳐 승점에서 한국을 앞서면서 32강에 진출했다. 크로아티아는 2승1패(승점6)로 L조 2위로 32강에 직행했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가나를 상대로 선제골을 뽑아낸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대회는 총 12개조 3위팀 중 상위 8개국에 32강 진출권이 주어지는데, 승점과 골득실, 다득점 등을 따져 순위를 가린다. 전날까지 3위팀 중 32강행 마지노선인 8위에 턱걸이했던 한국은 이날 조별리그 J조, K조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신세다.
3경기를 다 치른 팀 중,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밑에 있는 건 스코틀랜드과 우루과이 두 팀 뿐이다. 이미 7팀이 승점과 골득실에서 우리보다 모두 위다.
결국 최종일에 남은 3개조 3위 중 최소 2팀을 제쳐야 하는데, 첫 경기 가나-크로아티아전부터 한국에 유리한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
한국은 아직까지는 3위팀 중 8위다. 이어 오전 8시30분부터 열릴 K조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이 콩고민주공화국과 비기거나 5골차 이하로 이겨주거나, 오전 11시 치러질 J조 경기에서 오스트리아 승리 또는 알제리의 2점차 승리를 기대해야 한다.
유이하게 남은 2가지 경우의 수에서 하나라도 어긋나면, 한국은 바로 짐을 싸야 한다. 남아공전 직후 9개 경우의 수에서 3개만 충족하면 됐는데 지금까지 이뤄진 건 스페인의 승리, 고작 1개 뿐이다.
홍명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강정현 기자
통계업체 옵타는 가나-크로아티아전 직후 한국의 32강 진출 확률을 18.49%까지 낮췄다. 남아공전 직후엔 87%로 높게 예측했지만, 다음날 54%, 그다음날 31%까지 낮췄고, 이날 10%대로 하향 조정했다.
만약 기적이 일어난다면 한국은 7월2일 미국 시애틀에서 G조 1위 벨기에와 맞붙지만, 그럴 가능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한국 팬들은 앞서 독일을 응원하고, 호주를 응원하고, 일본을 응원하고, 이집트를 응원하고, 이라크를 응원하고, 가나를 응원했다. 다른팀에 승리를 구걸한다고 해서 ‘구걸 축구’라는 말까지 나왔다. 일부 일본 팬들로부터 “한국이 부럽다. 월드컵 전 경기를 즐기고 있다”는 조롱까지 듣는 신세다. 홍명보호가 월드컵에서 만들어낸 비참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