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중국 과학기술 분야의 뉴스는 올해에도 피로감을 줄 만큼 계속되고 있다. 1년 만에 중국 기술혁신의 현장을 다시 찾았다. AI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우리도 열심히 달려온 것 같은 지난 1년 그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지난해 이맘때 방문했던 화웨이의 상하이 R&D 캠퍼스였다. 여기저기에서 진행 중이던 공사는 거의 다 마무리되어 더 정돈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예년과 같이 직원의 소개로 화웨이의 현황을 들었는데, 필자의 눈을 의심케 하는 숫자를 보았다. ‘연구인력 3만명, 평균연령 31.4세’. 정확히 1년 전보다 연구 인력은 1만명이 늘었는데, 평균 연령은 그대로였다. 1년 만에 화웨이 상하이 캠퍼스는 기존 연구인력의 50%에 달하는 인력을 추가로 채용한 것이다.
화웨이 기술, 미 제재 넘어서
휴머노이드는 물류라인 투입
양자 과학자에겐 전폭적 지원
구호 뛰어넘는 혁신만이 살길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공급망엑스포(CISCE)에서 한 남자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그려진 포스터 옆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와 함께 한쪽에는 에너지부터 칩까지 100% 자체기술로 완성된 화웨이의 AIDC(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의 LED 현황판이 있었는데, 필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화웨이 NPU(신경망처리장치)와 엔비디아 H20의 토큰 처리속도(TPOT) 비교였다. 화웨이가 자체 검증한 벤치마크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화웨이 제품의 처리 속도가 평균적으로 2.5~4배 빨랐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때 엔비디아의 중국향(向) GPU 판매가 협상 카드로 언급도 안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미국이 중국향으로 팔려고 하는 정도는 중국도 이미 충분히 검증된 제품을 스스로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동 현장에 뛰어든 중국 휴머노이드
지난해 로봇마라톤, 로봇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행사를 통해 화려한 춤사위와 곡예 동작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들은 지금 모두 산업 현장에서 ‘일’에 매진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선두주자인 애지봇은 거대한 물류창고 같은 공간에 수백 대의 로봇과 수백명의 사람들을 투입해, 다양한 현장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애지봇 로봇의 성능 개선 주기는 수개월로 단축됐다. 전체 인력의 80%에 달하는 R&D 인력을 기반으로 구성된 조직의 공격적인 속도전 덕이다. 생산라인도 확충됐다. 지난해 약 5000대 정도를 판매했는데, 올해는 4만대 판매가 목표다.
상하이에서 비행기로 2시간을 날아 도착한 선전에선 또 다른 휴머노이드 강자 유비테크가 생산라인 도입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미 지난해 1000대 완제품을 지커와 보잉·순펑 등의 생산 및 물류 라인에 투입했고, 자동 배터리 교체 모델을 개발해 작업시간을 무한대로 확대했다. 이젠 더 무거운 짐을 들고 더 빠르게 일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현재 모델이 15㎏의 물건을 운반할 수 있는데, 앞으로 나올 모델들은 이보다 훨씬 무겁고 큰 물건을 운반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했다. 유일한 병목인 엔비디아 반도체는 화웨이와 알리바바 칩을 사용하고, 로컬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양자정보기술혁신을 이끄는 중국과학원 양자정보연구소에서 필자를 맞은 것은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낸 뒤 귀국한 칭화대 야오반(姚班) 출신의 한 젊은 박사였다. 지난해 말 한국으로 돌아와 화제가 된 김기환 교수의 지도를 받았고, 미국에서는 김정상 듀크대 교수와 일했다고 했다. 30대 초중반쯤 되어 보이는 이 청년 과학자는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중국과학원에 바로 정년 보장 교수로 임용되었다. 지도교수가 아직도 연구실 세팅과 연구비 확보에 애쓰고 있을 동안, 그는 상하이 분원에 3개의 연구실을 운영할 만한 장비와 예산을 임용과 동시에 지원받았고, 본원에 2개의 대형연구실을 추가로 개설할 준비도 마쳤다.
이온트랩 방식의 양자통신과 양자컴퓨팅 연구 그룹을 동시에 이끄는 이 청년 과학자는 중국 양자의 아버지 판지엔웨이(潘建伟)와 같은 공간에서 연구하고, 회의하며, 어떻게 하면 중국과학원 양자정보연구소에 1000명의 연구책임자를 모실 것인지에 대해 토론한다고 했다.
김경진 기자
쉬지 않고 질주하는 중국 과학기술 필자는 중국의 기술혁신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자이자, 정부와 기업에 자문하는 전문가로서,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중국의 기술혁신을 파악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최대한 자주 중국의 기술혁신을 이끄는 현지의 연구자와 기업·지역을 찾아 물어보고, 분석한다.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 한다는 것과 시스템적으로 지닌 한계와 단점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필자의 경험이 만들어낼 수 있는 착각과 편견에도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비판적으로 보려고 해도 현지 조사를 다녀올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질 만큼 그들은 열심히 잘한다. 그들도 약점이 있고,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말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경쟁 상대가 우리 상상 이상으로 열심히 제대로 혁신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이 지난 1년을 10년처럼 사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
미국이 중국을 더 강하게 때릴 것이고, 중국 기술과 제품은 안보 이슈가 너무 커서 세계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것이고,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착한 기술강국 대한민국’이라는 얘기는 그만하자.
우리에게 남은 것은 메모리 반도체이고 이마저도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한국을 이벤트성으로 찾아와 치맥을 즐긴 젠슨 황은 수시로 중국을 방문해 애지봇을 찾는다. 중국과학원 양자정보기술원 한쪽 벽에는 연구소를 방문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사인이 가득하다. 실현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계획을 잘 세웠다고 축배를 일찍 들지 말자. 구호를 넘어 제대로 된 혁신을 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