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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뭘 그린 걸까?” 큐비즘으로 본 세상, 100년 뒤에 봐도 혁신적

중앙일보

2026.06.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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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하면 흔히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곤 하죠. 프랑스의 문화예술 수준을 잘 보여주는 문화복합기관이자 파리의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 있어요. 바로 퐁피두센터죠. 비행기 타고 프랑스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 퐁피두센터에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세계적인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의 세 번째 글로벌 거점이 서울에 생겼거든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개관한 퐁피두센터 한화예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어떻게 3번째 퐁피두센터의 해외 미술관이 서울에 만들어지게 됐는지부터 퐁피두센터 한화의 첫 전시까지 살펴봤습니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소장품을 중심으로 큐비즘의 전개 과정을 폭넓게 조망하는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을 둘러본 임서현 학생모델과 심믿음·강희제(왼쪽부터) 학생기자.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소장품을 중심으로 큐비즘의 전개 과정을 폭넓게 조망하는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을 둘러본 임서현 학생모델과 심믿음·강희제(왼쪽부터) 학생기자.

지난 6월 4일 개관한 퐁피두센터 한화는 파리 퐁피두센터와 한화문화재단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탄생했어요. 한화문화재단은 2023년 초 퐁피두센터와 양해각서를 체결, 퐁피두센터의 서울 유치를 확정했죠. 스페인 말라가, 중국 상하이에 이은 퐁피두센터의 3번째 해외 미술관입니다. 현재 소년중앙을 보는 여러분의 부모님이 여러분 나이 또래였을 때 즐겨 찾던 수족관인 아쿠아플라넷 63이 있었던 63빌딩 별관 전체를 리모델링했어요.

강희제·심믿음 학생기자와 임서현 학생모델을 맞이한 최인아 한화문화재단 차장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조르주 퐁피두 국립예술문화센터, 흔히 부르는 이름으로는 퐁피두센터와 손잡고 기획한 공간”이라며 “루브르박물관·오르세미술관 리노베이션과 인천국제공항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던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설계를 맡았다”고 설명했죠. “미술관 바로 옆에 63빌딩이 우뚝 서 있죠. 한때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했던 63빌딩이 수직이라면, 퐁피두센터 한화는 수평으로 대비를 이뤄요. 전통 건축의 기와 같은 곡선미를 살린 유리를 전체적으로 사용해 해가 있을 땐 자연광이 충분히 들고 해가 진 뒤 조명을 쓰면 빛이 퍼져 나와 마치 ‘빛의 상자’처럼 보이죠.”
‘빛의 상자’ 콘셉트로 설계된 퐁피두센터 한화 전경. 한화문화재단

‘빛의 상자’ 콘셉트로 설계된 퐁피두센터 한화 전경. 한화문화재단

지상 4층 규모 1500㎡(약 454평) 크기의 대형 전시관 2개를 갖춘 퐁피두센터 한화는 개관을 기념해 미술관 전 공간을 활용한 대규모 단일 전시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을 마련했습니다. 10월 4일까지 개최되는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은 퐁피두센터 소장품을 중심으로 큐비즘의 전개 과정을 폭넓게 조망해요.

전시는 로비에 놓인 조각상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위쪽 원형 유리창을 통해 풍부한 빛 속에 놓인 레몽 뒤샹-비용의 ‘대형 말’이죠. 레몽 뒤샹-비용은 큐비즘을 조각으로 확장하며 형태·움직임·구조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작가로, 이 청동 조각은 큐비즘 조각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이게 말이라고요?” “저 부분은 말 다리처럼 보이기도 해요.” “위에 저 부분이 얼굴일까?” 소중 학생기자단은 조각상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느낌을 나눴죠.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과의 만남
입체주의·입체파라고도 불리는 큐비즘은 사물을 한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그리지 않고, 여러 시점에서 본 대상을 하나의 화면에 재구성하며 산업화·도시화로 변화한 근대인의 새로운 시각 경험을 담아낸 미술 운동입니다. 단순히 형태를 쪼개기만 한 게 아니라 해체와 분석, 재구성을 통해 사물의 구조와 본질을 들여다보게 한 거죠. “옛날부터 그림은 있는 그대로 묘사해왔죠. 주로 한 방향에서 본 모습을 그렸고요. 그런데 카메라가 등장하며 사람이 그린 그림보다 더 실제와 똑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거예요. 고민에 빠진 화가들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찾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큐비즘입니다.”(최)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의 3번째 해외 미술관인 퐁피두센터 한화를 찾은 심믿음·강희제 학생기자·임서현(왼쪽부터) 학생모델이 큐비즘을 다룬 개막전 작품 중 하나인 레몽 뒤샹-비용의 ‘대형 말’ 조각과 포즈를 취했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의 3번째 해외 미술관인 퐁피두센터 한화를 찾은 심믿음·강희제 학생기자·임서현(왼쪽부터) 학생모델이 큐비즘을 다룬 개막전 작품 중 하나인 레몽 뒤샹-비용의 ‘대형 말’ 조각과 포즈를 취했다.

이번 전시는 파리 퐁피두센터 소장품을 중심으로 큐비즘이 태동한 1907년부터 192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전개 과정을 폭넓게 조망하며, 20세기 미술의 전환점이 된 큐비즘의 의미를 오늘의 시각으로 새롭게 살펴보는데요. 개관전으로 큐비즘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서지은 책임큐레이터는 “현대미술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큐비즘이 퐁피두센터 한화의 출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파리 퐁피두센터의 큐비즘 컬렉션이 세계적인 수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어요.

“당시 큐비즘은 지금 인공지능, AI의 영향력과 비슷하게 시대 혁신을 일으켰어요. 대상을 그대로 모방하는 예술에서 관점을 달리하고 시각을 달리한 게 중요한 모멘트죠. 보는 방식 자체를 바꿨기에 이후 여러 가지 중요한 예술 운동에 영향을 미쳤고, 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했죠. 처음 시작하는 기관으로서의 혁신성을 보여주고 싶어 전시 제목도 ‘시각의 혁신가들’이라고 했습니다.”(서)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미디어 파사드 앞에 선 소중 학생기자단.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미디어 파사드 앞에 선 소중 학생기자단.

한국과 프랑스의 공동 큐레이터십을 바탕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총 54명의 작가, 112점의 작품을 9개 섹션으로 선보이죠. 그중 퐁피두센터 소장품은 91점으로, 1~8섹션에 걸쳐 큐비즘의 시작과 발전, 확산하는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마지막 9번째는 특별 섹션 ‘Korea Focus: 모던 아방가르드를 향한 꿈의 지도’로 큐비즘이 한국 근현대미술에 남긴 흔적을 조명하죠.

층고 7m에 달하는 제1전시실은 미술관 설계 콘셉트와 결을 같이하는 곡선으로 꾸며져 답답하거나 단조로운 느낌이 덜했어요. 곡면으로 구분된 전시실은 중간중간 뚫린 일종의 창문을 통해 유기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꾸며졌죠. 마치 여러 예술가가 큐비즘의 영향을 주고받은 것처럼 작품과 작품, 혹은 작품을 보는 시선 사이 대화를 유도하는 듯했어요.
아프리카 미술에서 영감을 받은 파블로 피카소의 ‘여인의 흉상’ 1907년 6–7월 캔버스에 유채, 66 x 59 cm Gift of Louise and Michel Leiris, 1984. Centre Pompidou, Paris © 2026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Korea) © Centre Pompidou, MNAM-CCI/Philippe Migeat/Dist. GrandPalaisRmn

아프리카 미술에서 영감을 받은 파블로 피카소의 ‘여인의 흉상’ 1907년 6–7월 캔버스에 유채, 66 x 59 cm Gift of Louise and Michel Leiris, 1984. Centre Pompidou, Paris © 2026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Korea) © Centre Pompidou, MNAM-CCI/Philippe Migeat/Dist. GrandPalaisRmn

‘새로운 언어의 탄생: 큐비즘의 시작 1907~1908’에 들어선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한 건 좁고 긴 얼굴에 커다란 둥근 눈과 각진 코의 무늬가 아프리카 가면을 연상시키는 파블로 피카소의 ‘여인의 흉상’(1907)입니다.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미술품들은 큐비즘의 기원을 이해하는 열쇠 중 하나죠. 다른 하나는 인상주의의 거장 폴 세잔의 작업입니다. 피카소가 어떻게 아프리카 미술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재해석했는지 보여주는 이 작품과 같은 시기 그려진 작품으로 ‘아비뇽의 처녀들’이 있는데요. 이 걸작에 큰 자극을 받은 조르주 브라크는 이듬해 세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대형 누드’를 그렸죠. 1908년 미술 비평가 루이 보셀은 이 시기 브라크의 그림을 두고 “기하학적 도식, 즉 큐브로 환원됐다”고 묘사하며 큐비즘의 탄생을 알렸어요.

큐비즘의 창안자로 꼽히는 피카소와 브라크의 작품을 나란히 감상하며 발길을 옮기면 ‘형태와 공간의 해체: 분석적 큐비즘’으로 이어지는데요. 분석적 큐비즘은 1909~1911년 브라크와 피카소가 발전시킨 큐비즘의 가장 엄격하고 급진적인 단계를 가리켜요. 브라크의 표현에 따르면 당시 두 사람은 “밧줄로 묶인 등반가들”로, 긴밀히 협업하며 대담하게 형식적 해체를 해 나갔습니다. 피카소의 ‘기타 연주자’(1910), 브라크의 ‘원형 협탁’(1911) 모두 갈색톤으로 제목을 봐도 사물인지 인물인지 풍경인지 모르겠는 정도로 해체돼 소중 학생기자단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죠.
1912년 로베르 들로네가 제작한 ‘랑의 탑들’ 속 대성당의 탑과 건축 구조가 기하학적인 면들로 분해된 것을 관찰한 강희제 학생기자.

1912년 로베르 들로네가 제작한 ‘랑의 탑들’ 속 대성당의 탑과 건축 구조가 기하학적인 면들로 분해된 것을 관찰한 강희제 학생기자.

이들의 급진적인 실험은 로베르 들로네, 알베르 글레이즈, 페르낭 레제 등 다른 그룹에 속한 예술가들에게 확산됐는데요. 1911년 살롱 데 앵데팡당에서 열린 최초의 집단 전시를 비롯해 파리의 살롱 전시를 통해 대중의 주목과 언론의 적대적인 반응, 논쟁을 함께 불러일으켰습니다. ‘대중과 마주하다: 살롱 큐비즘 1910~1913’ 섹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로베르 들로네의 ‘파리의 도시’(1910~1912)예요. 267×406㎝의 거대한 이 작품은 우아함의 상징인 고전적 삼미신이 중앙에 자리하고 주변으로 에펠탑 등 파리 풍경의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구성됐죠. ‘살롱 큐비스트’들은 피카소·브라크와 달리 서사적 주제에 집중했으며 고전미술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습니다. 최 차장은 “대중에게 보이기 위한 작품으로 진화하며 색도 화려해지고 전시를 위해 작품 크기도 커졌다”고 귀띔했죠. 전통적 원근법을 산산이 깨뜨리는 큐비즘의 선언문과도 같은 페르낭 레제의 ‘결혼식’ 또한 257×206㎝의 대형 작품이에요. 당시 살롱에 전시됐던 모습도 사진으로 볼 수 있었죠.

전쟁·국경 넘어 퍼져나간 큐비즘
큐비즘이 확산하며 그 내부에서도 여러 움직임이 나타났는데요. ‘색채, 리듬, 추상: 오르픽 큐비즘 1912~1914’ 섹션에서는 리듬과 시공간 속 움직임, 음악과 춤 등 모든 추상적 개념과 현상에 주목한 이른바 ‘오르피즘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죠. 시인이자 비평가 기욤 아폴리네르는 “보이는 현실이 아니라 예술가가 전적으로 창조하여 강렬한 현실성을 부여한 요소들로 새로운 구성을 그리는 예술”이라고 오르픽 큐비즘을 설명했죠. 조각조각 나뉘어 있어도 춤의 리듬감이나 역동성이 느껴지는 프랑시스 피카비아의 ‘우드니(미국 소녀; 춤)’(1913), 시를 낭독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 운율과 감정을 기하학적 색채 분할로 표현한 소니아 들로네의 ‘전기 프리즘(동시적 색채)’(1914)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프랑시스 피카비아의 ‘우드니(미국 소녀; 춤)’는 ‘힌두 춤’을 선보였던 무용수 스타시아 나피에르콥스카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시각적·감각적으로 암호화해 옮긴 작품이다. 1913년 캔버스에 유채, 290 x 300 cm Purchase, 1979. Centre Pompidou, Paris © Centre Pompidou, MNAM-CCI/Audrey Laurans/Dist. GrandPalaisRmn

프랑시스 피카비아의 ‘우드니(미국 소녀; 춤)’는 ‘힌두 춤’을 선보였던 무용수 스타시아 나피에르콥스카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시각적·감각적으로 암호화해 옮긴 작품이다. 1913년 캔버스에 유채, 290 x 300 cm Purchase, 1979. Centre Pompidou, Paris © Centre Pompidou, MNAM-CCI/Audrey Laurans/Dist. GrandPalaisRmn

같은 시기(1912~1914) 콜라주 기법이 등장하는 ‘현실의 재구성: 종합적 큐비즘’도 흥미로웠죠. 1912년 피카소가 처음으로 유포·밧줄을 콜라주한 ‘등나무 의자가 있는 정물’을 제작하자, 그해 여름 브라크가 나뭇결무늬 벽지 조각을 붙인 파피에 콜레를 선보였는데요. 뒤이어 후안 그리스도 이 흐름에 동참했죠. 브라크의 ‘기타를 든 남자’처럼 톱밥을 붙이기도 하고, 신문·벽지·인쇄물 등을 오려 붙인 것 같았는데 그림이기도 하고, 스텐실 기법을 활용해 활자 표현을 하면서 잘린 글자로 언어유희를 하기도 하고요.

당시 파리에는 많은 외국인 예술가·수집가들이 있어 큐비즘은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죠. ‘이동과 번역: 국경을 넘은 큐비즘 1912~1914’ 섹션에서는 유럽과 제정 러시아, 미국까지 각 지역 미술계에 자극을 준 큐비즘을 다뤄요. “큐비즘 하면 피카소 정도만 떠올리지만,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퐁피두 컬렉션의 큐비즘 작가만 43명이나 되죠. 그만큼 어떤 특정 작가, 유명 작품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 그동안 한국에 소개되지 않았던 작가와 작품, 큐비즘이라는 분야를 전체적으로 살피는 것에 집중해 보세요.”(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 도시와 기계문명의 이미지를 자신의 새로운 회화 언어로 발전시킨 페르낭 레제 ‘예인선의 다리’(1920). © Centre Pompidou, MNAM-CCI/Philippe Migeat/Dist. GrandPalaisRmn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 도시와 기계문명의 이미지를 자신의 새로운 회화 언어로 발전시킨 페르낭 레제 ‘예인선의 다리’(1920). © Centre Pompidou, MNAM-CCI/Philippe Migeat/Dist. GrandPalaisRmn

지노 세베리니, 알베르토 마넬리, 나탈리아 곤차로바, 미하일 라리오노프, 장 푸니 등 잘 몰랐던 작가들이 큐비즘을 어떻게 확산하고 또 새로운 시도를 더했는지 작품을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제2전시실로 향했죠. 두 전시실 사이에는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습니다. “전쟁은 예술계에도 큰 타격을 입혔어요. 수많은 작가가 전쟁에 징집되거나, 다른 나라로 망명하기도 했죠.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페르낭 레제는 ‘이 전쟁보다 큐비즘적인 것은 없다’고 편지에 쓰기도 했어요.”(최)

‘흩어진 궤적들: 전쟁기 큐비즘 1914~1918’과 ‘실험에서 양식으로: 1920년대의 큐비즘 1918~1927’이 펼쳐지는 제2전시실은 복층 구조인데요. 피카소의 ‘메르퀴르 발레 무대 막’(1924)은 공연장에서처럼 위아래 층에서 함께 볼 수 있게 걸렸죠. 여러 실험을 거듭한 큐비즘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단절을 겪은 뒤 하나의 공통된 미술 언어로 나아갔습니다.
회화부터 조각까지 1914년부터 1920년대에 걸쳐 펼쳐지는 큐비즘의 흐름을 살핀 소중 학생기자단.

회화부터 조각까지 1914년부터 1920년대에 걸쳐 펼쳐지는 큐비즘의 흐름을 살핀 소중 학생기자단.

복층 계단을 오르면 메자닌 공간이 나오는데, 한쪽 영상실에서는 ‘메르퀴르’ 발레 관련 영상을 볼 수 있어요. 메자닌에선 특별 섹션 ‘코리아 포커스: 모던 아방가르드를 향한 꿈의 지도’를 통해 한국 작가 11인의 작품 21점을 선뵈죠. 한국에 큐비즘을 비롯한 서구 아방가르드 사조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1930년대예요. 당시 거부감도 있었지만 김환기·유영국이 앞장선 미술뿐 아니라 문학·공연에서도 여러 실험이 이뤄졌죠.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친 1950년대 큐비즘은 이수억·박래현·하인두·함대정 등의 작업에서 가족·여성 등과 같은 일상적 소재와 만나 한국적으로 펼쳐집니다.

큐비즘이라는 혁신과 퐁피두센터 한화
‘큐비스트적 시인’으로도 평가받는 이상의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모티브로 하여 1920~30년대 한성과 경성, 서울과 그 시대 예술가들을 텍스트와 소리, 구조물 등으로 분절하고 중첩하며 다시 조합하는 큐비즘적 작업을 한 ‘모임 별’의 작품에선 사진을 찍는 관람객도 많았어요. 1907년부터 현재까지 큐비즘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고 확장했는지 흐름을 살핀 강희제·심믿음 학생기자와 임서현 학생모델은 서지은 책임큐레이터를 인터뷰하며 여러 궁금증을 풀어봤죠.

희제: 퐁피두센터의 국제 거점을 서울에 만든 이유는 무엇이고, 파리 퐁피두센터와 비교했을 때 퐁피두센터 한화만의 차별점과 역할은 무엇인가요.
서울은 역동적인 도시죠. K컬처는 프랑스에서도 열광하고 한국에 관심도 높아요. 또 대중문화뿐 아니라 국제적인 아트페어가 서울에서 열리는 등 예술 분야에서도 서울은 인지도가 높은 도시입니다. 그런 점에서 퐁피두센터가 3번째 해외 미술관을 서울에 만들기 위해 저희와 파트너십을 하지 않았을까 해요. 퐁피두센터 한화는 퐁피두센터와 함께 창의적·혁신적 가치를 추구하며 세계적인 컬렉션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맡았고요. 앞으로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유럽에서 제일 큰 컬렉션을 보유한 퐁피두 소장품을 바탕으로 참신하고 혁신적인 프로그램과 전시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입체미래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나탈리아 곤차로바의 자화상 ‘모자를 쓴 여인’은 여러 시점에서 바라본 자신의 모습을 선과 곡선이 얽힌 가운데 눈·입·깃털·곱슬머리 등 식별 가능한 기호들을 동원해 묘사했다. 1913년 캔버스에 유채, 90 x 66 cm Gift of Jean Cassou, 1960. Centre Pompidou, Paris © Centre Pompidou, MNAM-CCI/Audrey Laurans/Dist. GrandPalaisRmn

입체미래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나탈리아 곤차로바의 자화상 ‘모자를 쓴 여인’은 여러 시점에서 바라본 자신의 모습을 선과 곡선이 얽힌 가운데 눈·입·깃털·곱슬머리 등 식별 가능한 기호들을 동원해 묘사했다. 1913년 캔버스에 유채, 90 x 66 cm Gift of Jean Cassou, 1960. Centre Pompidou, Paris © Centre Pompidou, MNAM-CCI/Audrey Laurans/Dist. GrandPalaisRmn

서현: 당시 사람들은 큐비즘 작품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처음 보면 “왜 이렇게 그렸지?” 싶은 큐비즘을 처음 보는 어린이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큐비즘은 딱 봤을 때 뭘 그린 건지 명확하지 않고 어려울 수 있죠. 처음 등장한 당시에도 괴물 같다거나 저게 그림이냐는 조롱, 비판도 많았어요. 사람들이 보는 방식, 시각을 바꾸는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순간들에는 늘 그랬듯이요. 예를 들어 왼쪽에서 본 것, 오른쪽에서 본 것, 위나 아래서 본 것 등 여러 방향에서 대상을 분석해서 본 모습을 합쳐서 한 화면에 조합하는데요.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보였는지, 그걸 평면의 캔버스에 어떻게 옮겼는지 작품을 보면서 한번 상상해 보세요.

믿음: 전시 작품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지 또 특별 섹션 ‘코리아 포커스’는 어떻게 조성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파리 퐁피두센터 연구를 바탕으로 큐비즘의 흐름을 보여주는 데 꼭 필요한 작품을 골랐어요. 또 퐁피두센터 한화의 높은 층고와 큰 규모를 활용해 파리에서도 볼 기회가 적은 대형 작품을 가져올 수 있었죠.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운동으로 꼽히는 큐비즘은 당시 일본을 거쳐 한국에도 꽤 큰 영향을 미쳤어요. 오늘날의 디자인이나 건축 등에서도 큐비즘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고요. 그런 전체적인 흐름을 관람객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수억이 종군화가로 직접 목격한 전쟁의 참상을 대형 화폭에 담은 ‘6·25 동란’은 사실주의적 기록성과 큐비즘적 조형 논리가 결합됐다. 1954년 캔버스에 유채, 96 x 160 cm, 가나문화재단 소장

이수억이 종군화가로 직접 목격한 전쟁의 참상을 대형 화폭에 담은 ‘6·25 동란’은 사실주의적 기록성과 큐비즘적 조형 논리가 결합됐다. 1954년 캔버스에 유채, 96 x 160 cm, 가나문화재단 소장

희제: 피카소 외에 이번 전시에서 꼭 주목해야 할 작가, 큐레이터님이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피카소만큼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명한 작가로 로베르 들로네, 후안 그리스, 프랑시스 피카비아 등을 꼽을 수 있고요. 이들의 작품 중에서도 큰 작품을 많이 볼 기회이니 주목해 주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2전시실에 있는 피카소의 ‘아를르캥과 목걸이를 한 여인’(1917)을 좋아하는데요. 처음 큐비즘을 실험했던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사랑스러운 작품이랍니다.

서현: 퐁피두 소장품으로 전시를 꾸미는데, 전시가 끝나면 작품들은 프랑스로 돌아가나요? 가장 운반이나 설치가 어려웠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물론 돌아갑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91점 작품이 비행기 6대에 나눠 한국에 왔는데요. 수량도 많고 크기도 크고 고가의 작품도 여럿이라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했고요. 비행기 도착 시각에 맞춰 밤에도 나와서 새벽까지 지켜보곤 했죠. 특히 무게 900kg에 달하는 ‘파리의 도시’와 ‘우드니’가 왔을 때가 기억나는데요. 두 작품을 안전하게 미술관에 들여놓는 데만 3~4시간쯤 걸렸죠.
로베르 들로네의 ‘파리의 도시’를 유심히 살피는 심믿음 학생기자.

로베르 들로네의 ‘파리의 도시’를 유심히 살피는 심믿음 학생기자.

서 책임큐레이터가 당시 운반 사진을 보여줬는데 항온·항습으로 이동을 돕는 나무 케이스까지 장착한 모습은 전시장에서 작품만 봤던 것보다 훨씬 커서 보기만 해도 운반이 어려웠을 것 같았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큐레이터가 하는 일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죠.

희제: 전시를 준비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또 관람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전시를 보고 가길 바라나요.
사실 전시 준비하는 동안 작품을 직접 보지 못했어요. 컴퓨터로만 보다가 미술관에 걸린 실제 작품을 마주한 순간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소중 독자 여러분은 물론 관람객 여러분이 많이 와서 보고 가셨으면 좋겠고요. 이런 전시를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는데, 작품을 보면서 정답을 찾거나 하는 활동이 아니에요. 그런 게 있지도 않고요. 처음부터 다 이해하려고 할 필요도 없어요. 작품을 직접 보면서 이런저런 상상해 보고, 이 작가는 왜 이렇게 했을까 생각해보고,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1909년 살롱 데 앵데팡당에 ‘시골에서의 모임’이라는 제목으로 출품된 마리 로랑생의 ‘아폴리네르와 그의 친구들(두 번째 버전)’ 1909년 캔버스에 유채, 130 x 194 cm Dation, 1973. Centre Pompidou, Paris © Centre Pompidou, MNAM-CCI/Audrey Laurans/Dist. GrandPalaisRmn

1909년 살롱 데 앵데팡당에 ‘시골에서의 모임’이라는 제목으로 출품된 마리 로랑생의 ‘아폴리네르와 그의 친구들(두 번째 버전)’ 1909년 캔버스에 유채, 130 x 194 cm Dation, 1973. Centre Pompidou, Paris © Centre Pompidou, MNAM-CCI/Audrey Laurans/Dist. GrandPalaisRmn

믿음: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현대미술을 더 재미있게 알려주기 위한 계획이 있나요.
어린이를 위한 워크숍과 교육 프로그램, 가족 프로그램, 큐레이터 토크 등이 다양하게 마련돼 진행 중이고요. 퐁피두센터 한화 홈페이지에서 살펴보고 신청할 수 있어요. 평소 전시 도슨트는 평일 3회, 주말 2회 회차별 현장 선착순으로 진행됩니다.

서현: 인공지능·디지털 시대 이런 미술관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고, 앞으로 퐁피두센터 한화만의 차별화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후안 그리스의 ‘책’ 속 기하학적인 정물이 마음에 든다는 임서현 학생모델.

후안 그리스의 ‘책’ 속 기하학적인 정물이 마음에 든다는 임서현 학생모델.

앞서 잠깐 말했듯, 스마트폰 이미지나 컴퓨터 화면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작품을 마주한 느낌은 엄청 달라요. 진짜를 마주하는 경험은 무엇으로도 대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전시장이라는 기획된 일정 규모의 공간에서 작가의 손길을 직접 보고, 작품들의 흐름을 따라 걸어보고 하는 전체적인 경험은 그냥 AI한테 이 작품 찾아줘, 해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그게 여전히, 앞으로도 미술관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하고요. 퐁피두센터 한화 역시 단순히 그림을 보여주는 곳을 넘어, 전시 관람과 체험·휴식이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예술을 통해 교류하는 새로운 문화예술 거점이 되고자 해요. 퐁피두의 세계적인 컬렉션을 볼 기회는 물론, 다른 곳과도 협업해 자체 기획을 통한 전시·프로그램도 여럿 마련할 테니 자주 놀러 오세요.
동행취재=강희제(서울 금화초 6)·심믿음(경기도 홈스쿨링 중2) 학생기자·임서현(서울 한영중 2) 학생모델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의 세 번째 해외 거점 퐁피두센터 한화에 다녀왔습니다.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의 주제인 큐비즘은 카메라가 발명된 뒤 화가들이 새로운 표현 방법을 고민하면서 만들어졌대요.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본 모습을 나누고 다시 조합해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그중 특히 피카소의 ‘바이올린’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았죠. 처음에는 무엇을 그린 그림인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설명을 듣고 다시 보니 악기와 사람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전시를 두 번 돌아봤는데,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던 그림이 볼수록 새로운 모습이 보여 신기했습니다.
-강희제(서울 금화초 6) 학생기자

특별 섹션 ‘코리아 포커스: 모던 아방가르드를 향한 꿈의 지도’에 설치된 모임 별의 작업 ‘건축무한육면각체’에서 포즈를 취한 임서현 학생모델과 강희제·심믿음(왼쪽부터) 학생기자.

특별 섹션 ‘코리아 포커스: 모던 아방가르드를 향한 꿈의 지도’에 설치된 모임 별의 작업 ‘건축무한육면각체’에서 포즈를 취한 임서현 학생모델과 강희제·심믿음(왼쪽부터) 학생기자.

처음에는 큐비즘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몰랐는데요.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을 보다 보니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큐비즘은 조르주 브라크와 파블로 피카소 화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진기가 없던 시절 그림은 지금의 사진 같은 존재였지만, 사진기가 생기고 굳이 사물을 따라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두 화가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며 그림을 그렸죠. 그런 큐비즘을 시대별로 볼 수 있었는데요. 전시 제목이 ‘시각의 혁신가들’이어서 그런지 전시장 디자인도 특별했습니다. 벽이 그냥 일직선이 아니라 곡선이 들어가고 반대편 그림도 볼 수 있게 중간중간 구멍도 뚫려 있어 걸어 다니며 그런 요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죠.
-심믿음(경기도 홈스쿨링 중2) 학생기자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을 관람하며 미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 그림은 실제 모습과 비슷하게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도형과 색채로 인물과 사물을 재구성한 작품들이 인상 깊었고, 이를 통해 큐비즘의 독창성을 느낄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작품 설명을 읽고 관찰할수록 화가들이 단순히 보이는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표현하려 했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의 대표 소장품들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에 정답이 없으며,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임서현(서울 한영중 2) 학생모델








김현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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