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무현 청계천 담판 그날…“왕이 했잖소” 이창동의 도발
중앙일보
2026.07.08 13:00
2026.07.12 18:41
수십 쌍의 눈이 일제히 나에게 고정됐다. 우호적 시선은 극히 드물었다. 그럴 법도 했다. 그 철저한 여당의 공간에서 나는 유일한 야당 소속 이방인이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한 사람이 깼다.
" 다들 오셨죠? 오늘 국무회의에는 서울시장님도 참석하셨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서울시장은 지방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배석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는 아무래도 야당 소속인 내가 불편했던지 참석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2003년 6월 4일은 사정이 달랐다. 반드시 내가 참석해야만 했다. 그 이유를 노 대통령이 설명했다.
" 서울시장께서 청계천 복원 공사를 꼭 해야만 하겠다고 하십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그랬다. 그날 나는 단신으로 국무위원 전체와 맞섰다. 다면기(多面棋)를 두는 바둑 고수처럼 말이다.
2004년 10월 28일 국가균형발전 정책 추진을 위한 시도지사 간담회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서울시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특별시는 말 그대로 특별한 곳이다.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큰 재량권을 갖고 있다. 중앙 정부 허가 없이도 자체 판단으로 서울시 관내 공사를 할 수 있는 이유다. 청계천 복원 공사 역시 중앙 정부의 허락을 받을 필요 없이 내 재량으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사의 필수 요소였던 교통 통제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그 주체인 경찰의 협조를 얻으려면 중앙 정부 차원의 허락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여당은 청계천 복원 공사에 부정적이었다. 정적(政敵)의 정책이기도 했거니와 교통대란 등 시민 혼란이 클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나는 노 대통령, 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등을 줄기차게 만나 협조를 요청했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그래도 내가 끈질기게 요청하자 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정 그러시면 한 달 뒤 국무위원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공개 토론을 한번 해봅시다. "
아마도 국무위원들이 나름대로 검토할 시간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날의 국무회의는 그렇게 해서 마련된 자리였다.
" 청계천 복원 공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디 의견 한번 들어봅시다. "
노 대통령의 주문을 신호탄 삼아 장관들이 의견을 쏟아냈다.
예상대로였다. 조건부로나마 긍정적 발언을 한 건 한명숙 당시 환경부 장관이 유일했다.
" 공사가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잘 된다면 환경 측면에서는 아주 좋은 일입니다. "
나머지 국무위원들은 대부분 한 달간 준비한 반대 논리를 토대로 “복원 공사 자체가 어려울 수 있고, 교통대란 등 시민 불편이 극심할 것”이라는 취지의 부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2003년 6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창동(오른쪽) 문화관광부 장관이 한명숙(오른쪽 두 번째) 환경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렇고 그런 유사 의견들이 잇따르면서 자리가 지루해질 무렵,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소설가, 영화감독 이력 때문이었을까. 그는 여타 국무위원과는 다른 접근법을 사용했다.
" 시장님, 청계천의 역사를 좀 아십니까? "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나는 답을 했다.
" 네, 잘 알고 있습니다. "
1920년대 청계천 수표교와 빨래터의 모습이다. 중앙포토
그가 기다리던 답이었다.
" 그렇다면 그동안의 청계천 복원이나 보수 공사 주체가 누구였는지도 잘 아시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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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노무현 청계천 담판 그날…“왕이 했잖소” 이창동의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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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박진석.김상진.김기정.왕준열([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