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 195명의 학생이 시조를 쓰기위해 모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AI(인공지능) 앞에서도 문학적 상상을 할 수 있는 여러분이, 새 시대의 소중한 인재입니다.”
지난 11일, 서울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 제12회 중앙학생시조백일장의 본심과 제9회 중앙학생시조암송경연대회 예·본심을 앞두고 이승현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이 전국에서 온 195명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교육부가 후원하며 한국시조시인협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청소년이 직접 시조를 짓고 외우며 문학 장르를 체험할 수 있어 ‘청소년의 시조 축제’로도 불린다.
올해 420명이 시조백일장 예선에 응모했고, 300명이 본심에 진출했다. 이 중에 본심 현장 참여자는 195명으로 200여 명이 모인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12명이 참여했던 시조암송경연대회에는 6명이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암송 대상 시조 50편의 대부분이 단시조였는데, 올해는 연시조 위주로 길게 바뀌어 응모자가 줄어들었다. 제주와 진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참여자도 있었다.
오전 11시, 김영주 한국시조시인협회 사무총장이 시제를 발표했다. 초등부는 ‘시험’과 ‘하늘’, 중등부는 ‘가로등’과 ‘일기예보’, 고등부는 ‘길’과 ‘바닥’이었다. 백일장이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작은 손으로 머리를 짚거나, 펜을 쥔 손을 굴리며 시조 짓기에 열중했다.
오후 2시부터는 시조암송경연대회가 시작됐다. 대회는 한국시조시인협회가 5월 공개한 시조 50편 중 현장에서 학생이 뽑은 번호의 시조를 외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노창수 시조암송경연대회 심사위원장은 “시조 암송의 정확도, 시조의 이해도와 의미전달력, 운율 및 감정 표현력, 태도 및 호응도, 발음의 정확도를 기준으로 평가하겠다”고 설명했다.
예선에 오른 참가자들은 자신이 뽑은 2개의 시조를 각각 암송했다. 본심은 예심을 통과한 4명의 학생이 두 명씩 짝을 지어 1대1 토너먼트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결승에선 차분한 목소리로 거침없이 시조를 읊은 진주주약초 4학년 김선유양과 세움기독초 5학년 이주환군이 맞붙었다. 여섯 번의 치열한 승부 끝에 암송을 한 번도 멈추지 않고, 한 자도 틀리지 않은 김선유 학생이 시조암송경연대회 대상을 받았다.
11일 오전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중앙학생시조백일장에서 시를 짓고있는 학생들의 모습. 시제를 두고 저마다의 상상력을 발휘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전체 부문 시상에 앞서 염창권 시조백일장 심사위원장이 시제 선정 이유와 시조백일장 심사 총평을 발표했다. 염 심사위원장은 “학생들의 현재 경험을 끌어낼 수 있는 시제를 선정했다”며 “장마와 무더위를 보내고, 삶의 길에 대해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는 중일 학생들을 생각하며 각각의 주제를 떠올렸다”고 했다. 염 심사위원장은“초등부의 경우 대부분 학생들이 고른 작품 수준을 보여주었고, 중등부의 경우 좋은 작품들의 열띤 경쟁이 있었다. 고등부의 경우 현역 시조시인만큼 우수한 작품들을 써낸 학생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교육부장관상인 대상은 김영진 교육부 학교정책국장이 시상했다. 시상 전 김 국장은 “오늘 대회가 의미 있는 이유는 우리의 소중한 전통을 과거의 박제된 문화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문화로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교과서 안에 글자로만 만났던 시조를 우리 학생들이 직접 마음을 담아 쓰고, 고운 목소리로 읊조리는 경험은 참으로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사장상을 시상한 예영준 중앙일보 논설실장은 “짧고 빠른 숏폼 콘텐트가 주류인 시대에 시조를 쓰고 암송하려 모인 여러분의 발걸음에는 단순한 창작 이상의 가치가 있다”며 “자신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시조 짓기는 혐오와 배척이 넘치는 시대에 여러분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제12회 중앙학생시조백일장과 제9회 중앙학생시조암송경연대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예영준 중앙일보 논설실장, 김영진 교육부 학교정책관, 시조백일장 초등부 대상 이주환군, 시조백일장 중등부 대상 강호민군, 시조백일장 우수교사상 김세진씨, 시조백일장 고등부대상 김예은양, 시조암송대회 대상 김선유양, 한국시조시인협회 정용국 이사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