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소비를 살리려 하지만 경기부양책의 통설과 달리 현금을 뿌리지는 않는다. 그 이유를 이해하면 중국 경제의 작동 방식도 함께 보인다.
중국의 소비 부진은 종종 저축 증가 때문으로 해석되지만 사실은 다르다.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은 여전히 30%대 초반으로, 2010년대 초반과 큰 차이가 없다. 달라진 것은 새로 번 돈을 얼마나 소비에 쓰느냐다. 추가 소득이 소비보다 저축과 부채 상환으로 향하는 비중이 커졌다. 소득과 고용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실물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소매판매는 2022년 말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반면 수출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김지윤 기자
베이징은 소비 부진의 원인을 현금 부족이 아니라 소득과 고용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에서 찾는다. 따라서 전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은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본다. 추가 소득이 저축과 부채 상환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책의 우선순위도 다르다. 중국 당국은 현금 지급보다 고용과 임금, 공공서비스, 부동산 시장 안정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 추산에 따르면 2025년 이후 소비를 직접 겨냥한 재정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0.4%에 불과하다. 소비재 이구환신(以舊換新·노후 제품 교체 지원 정책), 연금 인상, 육아 지원금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지원 규모가 제한적인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참고할 만한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 높은 저축률과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면서 소비 중심 경제로 무리 없이 전환한 사례는 드물다. 한국은 가계부채를 늘렸고, 일본은 투자 둔화를 감수했다.
둘째, 재정의 우선순위가 다르다. 최근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는 한정된 재정을 소비 진작보다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술 자립에 먼저 투입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여전히 소비보다 생산 기반 강화에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과거의 경험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조 위안 경기부양책은 확장 재정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약 45%에서 현재 약 130%까지 끌어올렸다.
정책 당국의 셈법은 단순하다. 산업이 먼저 돈을 벌어야 그 돈이 임금을 타고 흘러 소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물이 차야 배가 뜨듯이(水漲船高), 산업이 살아야 소비도 산다고 믿는 셈이다. 그래서 가계 지원은 꼭 필요한 곳에 한해, 작고 되돌릴 수 있는 수준에 머무른다. 중국에서 소비는 경기 회복의 출발점이 아니라 산업이 성장한 뒤에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