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충북 음성군 충북반도체고등학교에서 열린 ‘2027학년도 입학설명회’ 행사장이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지난 10일 오후 충북 음성군 금왕읍 충북반도체고등학교. 이 학교의 ‘2027학년도 신입생 입학설명회’가 열린 마이스터홀(체육관)에 들어서자 340석에 달하는 좌석이 꽉 차 있었다. 계단형 보조석에도 1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체육관을 메운 사람들은 충청권은 물론 서울·경기·부산·전북 등 전국에서 온 학부모와 학생·진학담당 교사들이다.
강수진 충북반도체고 교사는 “평소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에서 열던 설명회를 이번엔 참석자가 4배 이상 많아 체육관으로 바꿨다”며 “입학 문의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설명회 분위기는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의 열기를 옮겨놓은 듯했다. 삼성전자에서 25년째 일한다는 김모(48)씨는 “대학 진학보다 일찌감치 반도체로 진로를 정해 취업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아들을 데리고 왔다”며 “요즘은 고교 졸업 후 하루빨리 경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들 김모(15)군은 “인공지능 산업에 필수인 반도체는 쭉 전망이 좋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울에서 온 백모(68)씨는 1년 전부터 손자(15)의 반도체고 진학을 설득했다고 한다. 백씨는 “반도체고가 취업이 잘된다는 말을 듣고 손자를 설득했다”며 “수능 준비 대신 반도체고에 진학해 취업하면 남들보다 6~7년은 앞서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설명회에서 만난 한모(56)씨는 “‘삼전닉스’의 성과급만 해도 웬만한 기업의 연봉을 넘어서지 않냐”며 “반도체고서 상위권에 들어 삼성이나 SK에 입사하는 게 대학을 나오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충북반도체고는 반도체 제조와 관련한 국내 마이스터고 4곳 중 가장 먼저 설립된 곳이다. 1969년 무극종합고등학교로 설립된 후 2008년 반도체고로 바뀐 뒤 2010년 마이스터고에 지정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한국 반도체 산업 기사에서 반도체고를 소개하기도 했다. 반도체 제조과·장비과·케미컬학과 등 3개 학과에 전교생은 287명이다.
충북반도체고 2026학년도 경쟁률은 2.26대 1로 전년(1.51대 1)보다 크게 올랐다. 서운석 반도체고 교장은 “SK하이닉스에서 기증받은 장비와 15년간 누적된 교육 노하우, 인재가 꾸준히 모이는 게 위상이 높아진 비결”이라고 했다. 취업률은 최근 3년 기준 96~97%에 달한다. 삼성·SK하이닉스를 포함해 반도체 관련 제조·유지 보수 등 150여 개 기업과 취업 협약을 맺고 있다. 정재원 교사는 “삼성·SK 취업 비중이 졸업생 기준 20~25% 정도인데, 양대 기업 외에도 탄탄한 반도체 회사에 대부분 취업한다”며 “올해 3학년 학생이 92명인 것을 고려하면, 졸업생보다도 많은 협약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태영(반도체고 3학년)군은 “면접을 앞둔 한 반도체 관련 기업에 취업이 예정돼 있다. 인문계에 간 친구 몇몇은 이 얘기를 듣고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학비와 기숙사비 면제 등의 혜택을 받는다. 2학년 초에 선발해 인턴십과 취업을 보장받는 삼성 마이스터 장학생 등 특례 제도도 있다. 2·3학년 학생 32명이 현재 삼성 마이스터 장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다. 서운석 교장은 “제자들이 노력한 만큼 대우받는 모습에서 학력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세태 변화를 느낀다”며 “협업과 창의성을 기르는 과업 해결 학습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