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휘원회 제9기 제1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대남·해외 정보 수집 및 공작 기구인 정찰정보총국의 기능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지시 내용은 두 가지다. “잠재적인 적수들의 위협을 관리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총국의 직능과 임무를 다각화하라”는 것과 “군사 정찰 및 정보·첩보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라”는 것이다. ‘잠재적 적수’엔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라 ‘제1 적대국’으로 규정한 남한은 물론 미국, 일본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찰정보총국은 과거 악명 높았던 인민군 총참모부 산하 정찰총국이 확대 개편된 기관이다. 정찰총국은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도발, 김정남 암살 등을 주도했으며 최근엔 라자루스 그룹, 김수키, 안다리엘 등 소속 조직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해킹 공작을 벌여 올 상반기만 해도 총 6억4300만 달러(약 1조원)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것으로 분석됐다(블록체인 분석기업 TRM랩스 보고서). 군 당국은 북한이 총국을 중심으로 약 8400명의 해커 전력을 운용 중인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들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자금줄 역할을 해오고 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2024년 12·3 비상계엄 여파로, 정부가 북한의 대남 공작과 사이버 위협 대응에 핵심적 역할을 해 온 국군방첩사령부를 출범 49년 만에 해체하고 주요 기능을 국방방첩본부 등에 분산키로 한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군의 대북 정보·첩보전 역량 강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례로 2016~19년 임관한 사이버전문사관 104명 중 89명이 7년간의 의무복무를 한 뒤 곧바로 전역했다. 지난해엔 각 대학의 사이버전문사관 후보생 24명 중 17명이 군 지원금을 반납하면서까지 임관을 거부했다. 게다가 미국과의 대북 정보 교류도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정치 개입 등 군의 과오를 청산하는 개혁은 당연히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군 당국은 북한의 대남 공작 및 사이버 위협 강화 움직임에 대응해 방첩사 해체와는 별개로 대북 정보·첩보전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책을 확고히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