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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구원투수 된 ‘하닉 40조’

중앙일보

2026.07.12 08:35 2026.07.1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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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과 SK하이닉스의 임원들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나스닥 거래 개시를 축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과 SK하이닉스의 임원들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나스닥 거래 개시를 축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0조원에 이르는 달러 자금이 서울 외환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서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해 조달한 265억700만 달러다. 2020년 한·미 통화스와프로 실제 공급된 달러보다 많은 자금이 원화로 바뀌면 외환시장에는 단비가 될 수 있다. 반면에 국내 증시에는 신주 희석과 ‘서울보다 16% 비싼 뉴욕 하이닉스’라는 변수가 생겼다. 환율에는 호재지만 증시의 셈법은 복잡해질 전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미국 나스닥에서 ADR 공모를 마무리했다. 공모가는 주당 149달러로 정해졌고, 주문은 공모 물량의 7배를 넘었다. 공모대금은 오는 14일 납입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외환시장에는 달러 공급 기대가 선반영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일 오전 6시 종가 기준 1498.5원으로, 지난 2일 주간 거래 종가인 1555.8원보다 57.3원 떨어졌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대외적으로 강달러 압력이 이어졌지만,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가 완화된 데다 SK하이닉스 상장 이후 국내 투자에 필요한 원화 환전 기대가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빠르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달액은 2020년 코로나19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실제 공급된 198억7200만 달러보다 많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 약 350억 달러에 육박하고, 올해 1분기 원-달러 현물환 하루 평균 거래액 332억8000만 달러의 약 80%다. 외환당국이 올해 1분기 환율 방어를 위해 순매도한 136억2800만 달러의 약 2배다.

다만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의 정책적 안전판이지만, SK하이닉스 자금은 설비투자 일정에 맞춰 집행된다.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구매처럼 외화로 결제해야 하는 투자도 있어 조달액 전부가 원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국제금융센터가 SK하이닉스 공시를 토대로 정리한 투자 계획은 용인 클러스터 31조원, 청주 패키징 시설 19조원, EUV 장비 11조9000억원 등 총 61조9000억원이다. 상당액이 원화로 환전될 가능성이 있지만, 투자 일정이 2027~2030년까지 이어져 실제 달러 공급은 분산될 예정이다.



서울보다 16% 비싼 ‘뉴욕 하닉’…코스피 새 변수로

시장에서는 20~30영업일에 걸쳐 하루 10억 달러 안팎을 환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하이닉스발 달러 매도로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 수출기업도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보유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유인이 커진다”며 “다른 기업의 선제적인 달러 매도까지 이어져 환율 하락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은 새로운 달러 수요도 자극했다.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9일 709억400만 달러로 2022년 12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7거래일 만에 58억6000만 달러 늘었다. 환율이 1550원대에서 1500원 안팎으로 떨어지자 개인은 저가 매수에 나섰다. 기업도 수입대금 결제와 해외 투자, 환 위험 관리 목적으로 달러를 쌓았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셈법은 더 복잡하다. 지난 10일 나스닥에 상장된 SK하이닉스 미국예탁주식(ADS)은 공모가보다 12.76% 오른 168.01달러에 첫 거래를 마쳤다. ADS 1주가 국내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본주보다 15.8% 비쌌다. 미국 주식에 웃돈이 붙은 ‘역(逆)김치 프리미엄’이다.

이론적으로는 국내에서 싼 본주를 사 ADS로 바꾼 뒤 미국에서 비싸게 팔면 국내 주가는 오르고 ADS 가격은 내려가면서 격차가 줄어든다. 하지만 실제로는 결제 시차와 세제, 외환 규제 등으로 역김치 프리미엄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고객들에게 “상장 첫날부터 ADS를 매수하고 국내 본주를 공매도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제시했다. 해외 투자자가 국내 본주를 팔고 미국 ADS로 갈아타고, 국내 투자자가 ADS를 사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면 SK하이닉스발 달러 유입 효과가 일부 되돌려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미국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마이크론 대비 SK하이닉스의 저평가가 해소되면 국내 본주까지 재평가될 여지도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는 달러 공급 기대가 먼저 반영된 상태”라며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480원 선까지 내려갈 수 있지만, 해외 투자에 따른 달러 유출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판단,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등이 추가 하락 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 관심이 반도체에서 구글·메타 등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로 이동하면 해외 주식 매수가 다시 늘 수 있어 원화가 추세적 강세로 전환했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의 액면분할에 대해 “요청이 좀 더 오면 당연히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최고재무책임자(CFO)로부터 제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지금 보는 AI는 이제 겨우 4~5세 어린아이 수준이기에 범용인공지능으로 가려면 매우 많은 양의 정보를 학습해야 한다”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 능력 자체를 더 늘려야 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 고객들이 현지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 적합한 입지와 조건이 갖춰진다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도 가능하다”고 했다. 앞으로 생산설비를 공격적으로 늘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원.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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