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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골칫덩이 잡초 바랭이가 주는 메시지

중앙일보

2026.07.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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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심해지는 7월. 항상 여름이 오면 더울 것을 알고 있지만 막상 더위가 시작되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걷는 것도 힘들어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로 얼른 피신하듯 들어가곤 하죠. 이런 무더위에도 식물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더운 한낮에는 이파리가 축 처져 있기도 한데요. 광합성을 하려면 잎 뒷면의 기공을 열어야 하는데 한여름의 뙤약볕에선 그 순간에 수분이 증발해 버려서 식물들도 저마다 어떻게 더위를 이겨낼지 작전을 생각해 내죠. 대나무나 벼, 강아지풀과 같은 벼과 식물들은 다른 식물에 비해 더위에 강한 편이에요. 우리가 길가에서 흔히 만나는 벼과 식물 중에 ‘바랭이’가 있습니다. 가운데가 빈 줄기는 높이 40~70cm 정도로 크며, 줄 모양의 끝이 뾰족한 녹색 잎이 10~20cm 정도로 길게 어긋나게 달린 모습이죠. 아마 이름을 몰랐어도 본 적은 있을 거예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76 바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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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의 주인공, 바랭이는 무더위에 강할 뿐 아니라 번식력도 강한 것으로 유명해요. 바랭이는 논두렁이나 밭 같은 경작지는 물론, 길가, 빈터 등에서 흔히 자라며 전국적으로 분포합니다. 심지어 모래밭이나 보도블록 틈새에서도 잘 자라죠. 바랭이는 바랑이라고도 하는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밭이나 벌(들판) 바닥(받앙) 등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풀’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시골 부모님께서 농사를 지으셨을 때, 언제나 잡초 제거에 힘을 많이 쏟곤 하셨죠. 그때마다 “이놈의 바라구가 끝없이 나오네” 골치 아파하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바라구는 바랭이의 사투리예요.

흔히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풀들은 생명력이 강한 특징이 있습니다. 일찍 씨앗을 만들어서 이미 농부들이 풀을 맬 때면 바닥에 씨앗을 떨어뜨려 이후를 대비하기도 하고, 뜯어질 때도 생장점이 여전히 살아있어서 새롭게 새순이 돋기도 하죠. 그중에서도 특히 바랭이가 잡초로 악명이 높은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랭이는 뿌리에서 새로운 줄기가 나오기도 하고, 줄기의 밑부분이 지면을 기면서 자라다 마디에서 뿌리가 돋아나서 새로운 개체가 자라나기도 하거든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76 바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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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씨앗으로도 번식합니다. 4~5월에 발아하는 바랭이는 7~8월 꽃이 피고 10월쯤 열매를 맺는데, 한 포기에서 적게는 10여 개부터 많게는 5만여 개까지도 달린다고 해요. 한해살이풀이지만 씨앗은 땅에 떨어지면 2~3년은 버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냥 바로 땅에 떨어지기만 하는 게 아니고 이삭열매라서 동물의 털에 붙어 멀리 이동할 수도 있어요. 정말이지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번식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분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는 종이기도 한데요. 보통 식물들이 죽을 정도의 직사광선에 노출된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죠. 이렇게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하니 농부들이 제거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심지어 제초제도 내성이 생겨서 잘 안 듣는다고 하니, 정말 번식력 하나는 어마어마하죠. 바랭이 학명은 ‘Digitaria ciliaris’인데 ‘Digitaria’라는 말이 왠지 디지털(Digital)과 발음이 비슷해서 세상 속으로 여기저기 뻗어 나가는 느낌을 연상하게 합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76 바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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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전체를 달여서 마시면 진통·해열 등에 효과가 있다고는 하나 명확하지 않아 많이 사용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퇴비로 많이 활용하죠. 나름대로 쓸모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이렇게 생명력이 강한 식물은 우리 입장에서는 불필요해 보이고 농가 입장에서는 대단히 귀찮기도 할 텐데요. 생태계적으로 보면 이처럼 번식력 강한 풀이 있어야 합니다. 황무지에 누구보다 먼저 와서 정착해 살면서 다른 식물이 후발 주자로 들어와서 살 수 있게 하거든요. 그러면서 곤충·개구리 등 다양한 생명체가 함께 살 수 있게 되죠.

자신의 번식을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사용하는 그 모습에서도 배울 점은 있습니다. 요즘 뜻하는 일이 잘 안 풀린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조금 힘들더라도 직접 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강구해보면 어떨까요. 힘든 상황에서 조금 약해질 때 오히려 강하게 자라는 바랭이를 보고 기운 내서 무더위도 날려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현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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