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2030년 월드컵부터 본선 참가국을 64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된 48개국 체제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발판 삼아 월드컵의 문호를 한층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13일(한국시간) 스위스 방송사 블루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64개국 체제 도입 가능성에 대해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관련 위원회를 통해 검토할 사안”이라며 “월드컵은 유럽과 남미만이 아니라 사실상 전 세계를 위한 대회다. 모든 국가가 월드컵 참가의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팀들의 수준은 매우 높아졌고 지금도 계속 향상되고 있다”며 “작은 국가들이 월드컵 참가 기회를 얻지 못하면 발전을 위한 동기를 잃을 수 있다”고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특히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한 아프리카 10개국 가운데 9개국이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점을 월드컵 출전국 확대의 논거로 삼았다. 그는 “직전 대회에서는 아프리카 출전국이 5개국뿐이었다”며 “모든 팀에 기회를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FIFA는 2017년 평의회 의결을 통해 기존 32개국 체제를 48개국으로 확대했고,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이를 처음 시행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2016년 FIFA 회장 선거 당시 40개국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취임 후 48개국 확대를 추진했고 현실화했다.
64개국 확대안은 지난해 남미축구연맹(CONMEBOL)이 처음 공식 제안했다. 2030년 대회가 월드컵 100주년을 맞는 만큼 상징성을 높이기 위해 참가국을 늘리자는 취지다. 2030년 월드컵은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가 공동 개최하며, 100주년 기념행사로 개막전 3경기는 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에서 열린다.
하지만 월드컵 출전국 확대안에 대한 축구계의 반대도 적지 않다. 알렉산더 체페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나쁜 생각이다. 정말 놀랍고 당치도 않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도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빅터 몬탈리아니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회장 역시 “적절하지 않은 제안”이라며 “국제 축구 생태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본선 출전국이 64개국으로 확대될 경우 FIFA 가맹국 211개국 가운데 약 3분의 1이 본선에 진출하게 각 대륙별 월드컵 예선은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흥행에도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
반면 미국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TF)의 앤드루 줄리아니 집행위원장은 미국이 2038년 월드컵 유치를 검토할 수 있다며 “64개국 체제 역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64개국 체제가 현실화되면 월드컵 본선 경기 수는 128경기로 늘어날 수 있다. 이는 32개국 체제의 64경기보다 두 배 많은 규모다. 개최국의 인프라와 운영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