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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울산 바다, 헤드셋·마이크로 즐긴다

중앙일보

2026.07.13 08:04 2026.07.1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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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6시. 한낮의 더위가 가라앉는 울산 동구 해안길에서 사람들은 바다를 ‘보기’보다 ‘듣기’ 위해 걷는다. 귀에는 커다란 헤드셋을 쓰고 손에는 지향성 마이크를 들고서다. 마이크를 바다 쪽으로 향하면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숲을 향하면 나뭇잎 사이를 지나는 바람과 새 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온다.

울산 동구의 ‘해파랑길 사운드워킹’이 이번 여름 해 질 녘으로 무대를 옮겼다. 동구는 다음달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여름 특화 프로그램 ‘사운드워킹’을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시간에 대왕암공원 일대 해안길을 걸으며 여름 바다의 풍경과 소리를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사운드워킹은 참가자가 지향성 마이크와 헤드셋을 착용하고 길을 걸으며 주변의 소리에 집중하는 청각 중심의 생태 체험이다. 1시간 30여분 코스로, 해파랑길 8코스로 불리는 관광지 가운데 대왕암공원 일대가 주요 무대다. 숲을 스치는 바람, 몽돌이 파도에 쓸려가는 소리, 바위틈을 파고드는 물소리와 새소리까지 마이크가 향하는 곳에 따라 소리 풍경이 펼쳐진다.

동구의 이러한 이색적인 소리 산책은 2024년 처음 등장했다. 슬도와 대왕암공원, 일산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해안길을 걸으며 자연의 소리를 듣는 관광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2024년 45차례 소리체험 프로그램에 730명이 참가했다. 지난해에도 대왕암공원에서 슬도까지 이어지는 해안길을 따라 자연의 소리를 듣는 프로그램이 계속됐다. 49차례, 1101명이 해파랑길의 듣는 즐거움을 체험했다.

사운드워킹 덕분에 울산 동구는 2024년과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코리아 둘레길 사업 운영 우수지자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구 관계자는 “이번 여름은 종전과 달리 체험 시간이 달라진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며 “같은 길도 언제 걷느냐에 따라 들리는 소리는 달라진다. 낮 동안 목소리와 주변 소음에 가려졌던 파도와 바람 소리는 해 질 무렵 더 또렷해진다”고 설명했다.





김윤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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