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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왜 그날이었냐고? 12월3일, 그 사람들 때문이야” [尹실록 전문공개]

중앙일보

2026.07.13 13:00 2026.07.1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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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록 윤석열 시대3’ 시작하며
더중앙플러스가 7월 15일 ‘실록 윤석열 시대3’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실록 윤석열 시대 3’은 윤석열 정부 안팎의 핵심 인사들을 대거 인터뷰해 막후의 숨 가쁘고 경악스러웠던 순간들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1편이 공동정권의 실체를 드러냈고, 2편이 그 출범과 비극의 시작을 담았다면, 3편은 혼란과 격랑, 파국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기 전 ‘실록 윤석열 시대2’의 1화 전문을 무료로 공개합니다.

▶ 실록 윤석열 시대1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318

▶ 실록 윤석열 시대2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327

제1회 프롤로그①-특검이 밝히지 않은 ‘12월 3일’의 진실


" 무속인한테 날 받은 거라고? 말도 안 돼! "

법조인 A의 목소리가 커졌다.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대화가 ‘택일(擇日) 미스터리’에 가닿은 순간이었다. 기자는 이른바 ‘점지설’을 언급했다가 혼이 났다. A는 단언했다.

" 계엄 날짜는 치밀하고도 냉철한 계획에 따라 결정된 거야. 특별검사팀이 공표하지 않은 결론이 그거야. 그렇게 결론 내린 이유가 있어. 뭐냐고? "

이어진 설명을 듣는 순간 기자의 가슴 속에 1년 1개월간 매달려 있던 자물쇠 하나가 ‘철컥’하고 풀리는 느낌이었다.

왜 12월 3일 계엄? 특검 진짜 결론은 이것이었다


3개 특검팀 수사 종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께나 원혼처럼 국민 뇌리에 달라붙어 떠나지 않는 수수께끼들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계엄 일을 2024년 12월 3일로 결정한 이유다.
12 ·3 비상계엄 직후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들이 명령을 제대로 이행했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계엄 정국에서 신음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연합뉴스

12 ·3 비상계엄 직후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들이 명령을 제대로 이행했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계엄 정국에서 신음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연합뉴스


도대체 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화요일에, 다시 말해 국회의원들이 손쉽게 계엄 해제를 할 수 있었던 평일 밤에 비상계엄을 단행해 실패를 자초했을까. (이하 경칭 생략) 의원들이 지역구로 대거 내려갔을 주말에 했다면 손쉽게 계엄 해제 시도를 저지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윤석열은 이른바 ‘계몽령’ 주장을 이어가면서 택일에 별 의미가 없었다고 강조하지만 그걸 믿는 이는 많지 않다. 이른바 ‘점지설’이 등장한 이유다.

" 비과학적 요소의 개입 말고는 설명이 안 돼. "

윤석열 정부 각료였던 B의 주장이다. B뿐만이 아니다. 그 계엄이 워낙 요령부득했던 터라 ‘점지설’은 어느새 다수설이 됐다. 윤석열 부부가 건진, 천공, 명태균 등 무속 배경을 가진 이들과 유독 가까웠다는 사실도 그 견해에 힘을 실었다.

6개월 동안 내란특검팀을 진두지휘한 조은석 특별검사가 2025년 12월 15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6개월 동안 내란특검팀을 진두지휘한 조은석 특별검사가 2025년 12월 15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하지만 내란특검팀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무속의 개입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취임 사이 기간을 선택한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과연 그게 그 중차대한 택일 이유의 전부였을까. A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 무속인한테 날 받았다는 건 말도 안 되고. 미국 개입 차단? 그것도 부차적인 이유 중 하나일 뿐이야. "

A는 단순한 법조인이 아니다. 그는 특검팀 내부의 수사 주체들, 그리고 수사 대상자들과 직·간접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특검팀 내부 사정에 정통했다.

" 사실 특검팀은 수사결과 발표 때 계엄 날짜 결정 배경과 관련해 하고 싶었던 말을 다 못했어. 그게 직접적인 범죄 혐의 관련 내용도 아니었고, 사실관계를 100% 확인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지. 하지만 내부적, 잠정적으로 도출한 결론은 있었어. "

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 윤석열과 계엄 세력에게는 정확하게 2024년 12월 3일 계엄을 단행했어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는 게 특검팀의 결론이야. 그 이유가 뭐냐고? "

A가 목을 한번 축인 뒤 머금었던 말을 내뱉었다.

" 그 사람들이야. "

그 사람들?

기자의 속물음에 대한 A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 그 사람들 말이야. 계엄군의 체포 대상이었던 열네 명 말이야. "

계엄 택일, 14인 체포가 핵심이었다.


그는 윤석열이 비상계엄 단행 전후로 국군방첩사령부 등을 동원해 체포하려 했던 14인을 언급했다. 특검팀이 공개한 이른바 ‘여인형 메모’를 기준으로 그 면면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내란특검팀의 박지영 특검보가 이른바 '여인형 메모'에 담긴 체포 대상자들의 이름을 공개하면서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특검팀의 박지영 특검보가 이른바 '여인형 메모'에 담긴 체포 대상자들의 이름을 공개하면서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중 절반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또는 출신 인사들이다. 당시 직함 기준으로 이재명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이학영 국회부의장,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민석 의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들 외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명품백 사건’의 주인공인 최재영 목사, 김민웅 촛불행동 공동대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방송인 김어준씨, 조해주 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저 사람들이 계엄 택일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걸까. A의 설명이 이어졌다.

" 12월 4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 표결이 있을 예정이었지? 그러면 그 표결에 참여해야 할 사람들, 그리고 그 표결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여야 정치인들은 지역구 등에 흩어져있다가도 표결 전날 밤에는 서울에 올라오게 돼 있어. 그들을 한꺼번에 잡으려면 바로 그 표결 전날이 적기였단 말이야. "

계엄 직후인 2024년 12월 5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들에 대한 탄핵표결은 원래 전날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으로 인해 하루 연기됐다. 전민규기자

계엄 직후인 2024년 12월 5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들에 대한 탄핵표결은 원래 전날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으로 인해 하루 연기됐다. 전민규기자

이거였나? 취재팀은 새로운 방향의 힌트를 얻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내란특검팀과 각종 수사기관에서 윤석열 관련 수사를 진행했던 이들을 분주히 접촉했다. A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특검팀은 내부적으로 계엄 세력이 해당 14인의 일괄 체포가 가장 용이했던 날을 골라 계엄을 단행했던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그걸 토대로 다시 되짚어본 계엄은 ‘실수투성이 엉터리 계몽령’이 아니라 실로 치밀한 계획에 따라 착착 진행됐던, 모골송연한 권력 장악 시도였다.

12월 1일 ‘스탠바이’ 돌입...‘그 이벤트’보고 택일했다


공기가 완연하게 바뀐 건 2024년 12월 1일이었다.

" 정국이 혼란하다. 계엄 상황이 있을지 모르니 비상 상황에 대비해. "

계엄의 핵심 조력자, 아니 혹자는 실질적 계엄 주역으로 지목하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사전 모의 세력 중 한 명인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은밀한 대기 명령을 하달한 게 바로 그날이었다.

비상계엄의 핵심 조력자였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왼쪽). 중앙포토

비상계엄의 핵심 조력자였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왼쪽). 중앙포토


‘계엄 비선’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에서 동석자들에게 “조만간 계엄과 같은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대기 태세를 잘 유지하라”고 주문한 날 역시 12월 1일이었다.

역시 계엄 사전 모의 세력 중 한 명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그날도 심상치 않았다. 12월 1일 그는 정성우 당시 방첩사 1처장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내일부터 국방대 교육에 참석할 예정이지? 거기 가지 말고 부대에서 대기해. "

계엄 세력은 바로 그날 ‘스탠바이’ 상태에 돌입했다. 그 상태에서 격발 시점을 결정할 한 이벤트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다음 날 국회 본회의 보고가 예정돼 있던 감사원장과 검사 3인 탄핵안이었다. 12월 2일 국회는 ‘12월 4일에 탄핵표결을 진행한다’고 결정했다.

그 직후인 그날 저녁 곽종근의 비화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표시된 발신자는 김용현이었다. 그러나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윤석열의 그것이었다.

" 곽 사령관? 나요. 며칠 뒤에 준비되면 봅시다. "

곽종근이 깜짝 놀라는 사이 상대 목소리의 주인이 윤석열에서 김용현으로 바뀌었다.

" (대통령이 전화해서) 깜짝 놀랐지? "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2024년 10월 1일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2024년 10월 1일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장난스레 놀리던 김용현의 목소리 톤이 어느 순간 일변했다. 김용현은 나지막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 내일 보자. "

‘디데이’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다음은 A의 보충설명이다.

"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다수 인원을 체포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뭐지? 보안 유지야. 순차적으로 한 명씩 체포하려 했다가는 순식간에 그 소식이 퍼져나가서 다 잠적해버릴 거 아냐?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여서 한꺼번에 다 잡아야 해. 그러려면 체포 대상자들이 비교적 좁은 공간에 모여있을 때 움직이는 게 상책이지. "

그가 말을 이었다.

" 정치인들은 적어도 탄핵표결일 전날 밤에는 서울에 있을 가능성이 크거든. 그래서 탄핵표결일 결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스탠바이’하다가 날짜가 결정되자 바로 그 전날 밤을 ‘디데이’로 잡은 거지. 주말에 계엄 하면 성공하지 않았겠냐고? 주말이면 정치인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뿔뿔이 흩어져 있을 텐데 어떻게 체포가 가능하겠어? 체포가 계엄 성공 여부를 가를 핵심이었는데 말이지. "

실제 계엄 세력이 계엄 당일 가장 크게 신경을 기울인 게 바로 그 체포 작전이었다는 정황은 적지 않다.

계엄 당일 윤석열은 ‘체포 작전’에 집중했다


" 법무장관 불러! "

계엄 직전인 2024년 12월 3일 오후 7시 46분, 출타했다가 돌아온 윤석열이 내뱉은 첫 마디다. 급보를 듣고 부부 동반 모임을 중도 작파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8시 14분 대통령실 대접견실에 도착했다. 그날 김용현을 제외한 국무위원 중 가장 먼저 용산에 도착한 이가 그였다. 잠시 대기하던 그는 8시 27분 윤석열과 김용현이 있던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2월 20일 박성재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2월 20일 박성재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사실상 독대였다. 그 자리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박성재는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출국 금지 담당자들에게 출근 명령을 내리고, 교정 시설 수감 여력 등을 확인한 인물이다. A의 설명이다.

" 여차하면 체포 대상자들을 출국금지하려 했던 거야. 전후 사정으로 미뤄볼 때 박성재가 그 독대 자리에서 계엄 사실을 먼저 인지한 뒤 별도 지시까지 받았을 수 있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지. "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실제 그날 8시 36분 박성재 바로 다음으로 도착해 곧바로 집무실 독대를 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 자리에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성재 역시 별도의 특명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박성재가 독대 전 13분간 대접견실에서 대기한 것 역시 체포 작전과 관련이 있다.

" 홍 차장, 내가 한, 두 시간 뒤에 전화할 일이 있을지 모르니 비화폰 잘 챙겨. "

박성재가 대기 중이던 8시 22분 윤석열은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과 통화하면서 위와 같이 말했다. 홍장원은 그로부터 두 시간여 뒤 윤석열로부터 체포 대상자들에 대한 위치 추적 지시를 받은 인물이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비상계엄 당일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듣고 작성했다는 체포 대상자 명단 메모. 홍 전 차장은 위의 ‘체포 대상자’는 보좌관이 정자체로 다시 쓴 것이고, 아래 흘려 쓴 글씨는 본인이 적은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포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비상계엄 당일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듣고 작성했다는 체포 대상자 명단 메모. 홍 전 차장은 위의 ‘체포 대상자’는 보좌관이 정자체로 다시 쓴 것이고, 아래 흘려 쓴 글씨는 본인이 적은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포토


체포 책임자 여인형의 행동도 빨랐다. 경찰과 국방부에 100명씩의 체포 요원 차출 요청을 마친 게 계엄 선포 직후 10분 이내였다. 그 결과 방첩사 50명, 경찰 100명, 국방부 수사관 100명 등 총 250명의 체포조가 구성됐고 그중 선발대 69명이 먼저 행동에 돌입했다.

체포 목적은 ‘의사봉 박탈, 부정선거 자백, 군중 동원 저지’


윤석열과 계엄 세력이 이처럼 계엄 단행 전후의 금쪽같은 시간을 체포 작전에 쏟아부은 건 그게 계엄의 성패를 가를 핵심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체포 대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해가 더 쉬워진다. A의 설명이다.

" 민주당 정치인들이야 뭐 반국가세력으로 몰아서 잡으려 했을 거고. 그중에서도 우원식, 이학영은 국회의장과 부의장이잖아. 계엄 해제 표결을 주도할 의사 진행자를 사전에 제거하려 했던 거지. "
비상계엄 직후인 2024년 12월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뉴스1

비상계엄 직후인 2024년 12월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뉴스1

그의 분석이 이어졌다.

" 조해주는 선관위야 선관위. 노상원이 2024년 11월쯤 선관위 장악 지시를 내리면서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직접 심문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잖아. 야구방망이, 송곳, 망치 등 준비한 고문 도구를 가지고 이 사람들을 고문해서 부정선거 자백을 받아내려 했던 거 같아. "
" "
비상계엄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동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 사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상계엄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동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 사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양정철, 김어준이 체포 대상자에 포함된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본다. 다음은 그가 한 인터넷 방송에서 밝힌 견해다.

" 양정철 전 비서관은 2020년 21대 총선 때 민주연구원장으로 있으면서 선거 전략을 짠 분이에요. 당시 민주당이 압승했죠. 계엄 세력들은 ‘양정철이 중국에서 부정선거를 배워와서 21대 총선에서 부정선거를 했고, 22대 총선에서도 여론조사기관(‘꽃’)을 운영 중인 김어준과 공모해 부정선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걸 입증하기 위해 두 사람을 체포하려 했던 거예요. "

다른 체포 대상자들은 어떨까. A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민웅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동원력’이 있는 사람들이야. 순식간에 군중을 규합해 계엄 세력에게 저항하도록 할 수 있는 이들이지. 그걸 막기 위해 잡으려 한 거야. "
비상계엄 다음날인 2024년 12월 4일 밤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김종호기자

비상계엄 다음날인 2024년 12월 4일 밤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김종호기자


국회 뚫리자 체포도 계엄도 실패했다


그러나 이 무섭고도 야심 찬 계획에는 핵심 전제가 깔렸었다. 국회 봉쇄다. 다시 시계를 되돌려보자. 윤석열은 박성재를 부르기 전인 당일 오후 7시 무렵 삼청동 안가에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만나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 내가 비상계엄을 선포할 거야. 군인들이 국회 등 몇 군데 갈 건데 경찰이 국회를 잘 통제해줘. "

이와 관련한 A의 설명이다.

" 의원들을 국회에서 끌어내는 건 나중에 국회 봉쇄가 실패해 의원들이 대거 국회로 들어간 이후의 일이고, 처음 계획은 아예 못 들어가게 하는 거였어. "

조 청장 등은 실제 서울시경 소속 기동단을 국회 주변에 대기시켰다가 계엄 선포 직후인 10시 47분부터 1차 국회 전면 통제 조처를 했다. 국회의원을 포함해 그 누구도 진입이 불가능했다. 그게 그대로 유지되고 계획대로 14인이 체포됐다면 계엄은 성공했을 가능성이 컸다.
비상계엄 직후인 2024년 12월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 병력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비상계엄 직후인 2024년 12월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 병력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이쯤에서 특검팀 잠정 결론에 근거한 계엄 시나리오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1. 국회를 봉쇄한 뒤 국회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한 민주당, 한동훈을 포함한 국민의힘 계엄 해제 동조 세력을 체포해 계엄 해제 가능성을 제거한다.

2. 단전·단수 등을 통해 5개 언론사를 장악한 뒤 언론을 통한 저항을 막는 동시에 친계엄 선전선동에 돌입한다.

3. 군중 동원력이 있는 이들을 함께 체포해 대규모 집회를 통한 국민의 저항을 방지 또는 약화한다.

4. 선관위 관계자들을 체포, 고문해 ‘부정 선거’ 자백을 받아낸 뒤 총선과 그로 인해 당선된 국회의원들을 무효화하고, 비상입법기구를 만들어 입법부를 장악한다.

그러나 국민으로서는 천만다행히도, 윤석열로서는 천만뜻밖에도 계엄 세력의 국회 봉쇄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경찰 지도부가 국회의원의 국회 진입 차단이 합법적인지에 대해 고심하다가 한 시간 정도 국회를 열어준 게 결정적 패착이었다. 그사이 체포 대상자들을 포함한 정치인과 보좌진, 일반 국민까지 대거 국회에 진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비상계엄 직후 국회의사당에 진입해 내부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비상계엄 직후 국회의사당에 진입해 내부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다급해진 계엄 세력은 계엄군을 국회에 투입하는 한편, 체포 대상자 중 핵심만 잡는 것으로 작전을 변경했다.

" 야, 너무 늦었어. 이재명, 한동훈, 우원식만 잡아! "
계엄군이 2024년 12월 4일 새벽 국회의사당 2층 복도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무처

계엄군이 2024년 12월 4일 새벽 국회의사당 2층 복도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무처

그러나 그들은 이미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한 상태였다. 계엄군과 체포조는 국민과 국회 보좌진의 거센 저항으로 결국 본회의장 진입에 실패했고, 체포 대상자들을 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국회는 의사 정족수를 채운 뒤 계엄 해제 의결을 했고, 윤석열의 계엄은 실패로 돌아갔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A가 말했다.

" 이제 알겠지? 계엄의 지연과 계엄군의 태업, 국민의 거센 저항 덕택에 계엄은 실패했지만, 계획 자체가 어설펐던 건 아니었어. 그 철저하고 치밀했던 계획이 그대로 이행돼 이재명, 한동훈 등이 모조리 체포됐다면 계엄은 분명 성공했을 거야. 그랬다면 지금까지 계엄 정국이 이어지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5년 9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해 주변을 살피고 있다. 1심 선고가 임박한 지금 현재도 그는 이른바 '계몽령' 주장을 버리지 않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5년 9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해 주변을 살피고 있다. 1심 선고가 임박한 지금 현재도 그는 이른바 '계몽령' 주장을 버리지 않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렇다면 계엄 당일의 김건희 여사는 어땠을까. 내란특검팀의 결론대로 그는 정말 계엄과 무관했을까.

▶ 2화-계엄 그 밤, 김건희
“尹·김건희 새벽 싸움 말렸다” 계엄 실패뒤 관저 목격자 증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5745


박진석.현일훈.김기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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