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A 한방병원은 500만원 이상 결제한 환자에게 진료비의 20%를 돌려주는 불법 ‘페이백’(진료비 환급)을 제공한 의혹으로 보험사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 병원은 고액 진료비를 현금으로 받은 뒤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거나, 이미 발급한 영수증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페이백 행위를 숨긴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일부 환자들은 주말마다 귀가했다가 월요일에 다시 입원하는 이른바 ‘가짜 입원’ 행태를 보인 것으로도 파악됐다.
실제로 수사 과정에서 ‘나이롱 환자’(가짜 환자)가 확인됐지만, A 한방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환자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와 보호자가 홍보 내용과 실제 의료서비스의 차이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를 받는 요양병원과 달리 한방병원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공식 체계가 아예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요양병원 원장은 “한방병원은 응급상황 대응에 한계가 있는데도 보호자들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병원을 선택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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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한방병원…5년 만에 50% 증가
병상 관리 측면에서도 한방병원은 요양병원 등에 비해 규제가 느슨하다. 요양병원은 병상 신·증설을 제한하는 병상수급관리계획의 적용을 받지만, 한방병원은 광주특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규제 대상이 아니다.
김영옥 기자
요양병원이 감소세를 이어가는 동안 한방병원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한방병원은 2020년 410곳에서 올해 617곳으로 5년 만에 50.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요양병원 수는 1582곳에서 1296곳으로 18.6% 감소했다. 대구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지방을 중심으로 한방병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요양병원에서 퇴원 판정을 받은 환자가 곧바로 한방병원으로 옮겨 입원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관리 체계 속에서 일부 한방병원은 건강보험 진료보다 비급여 적용 범위가 넓은 교통사고·암 치료 환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4대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경상(12~14급) 환자의 한방 치료비는 2023년 9525억원에서 지난해 1조961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한방 치료비 규모는 의과 치료비(2616억원)의 4배를 넘어섰다.
암 요양 시장에서 한방병원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4개 손보사(메리츠·삼성·현대·DB)에 따르면 암 환자 입원에 지급된 실손 보험금은 2021년 320억원에서 지난해 850억원으로 2.7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입원 일수도 3배 증가했다. 반면 요양병원 입원 실손 보험금은 같은 기간 8%(1249억원→134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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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병원 측 “페이백은 요양병원 문제”
침 놓는 한의사. 사진 픽사베이
한방병원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페이백과 같은 불법 영업도 덩달아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의 한 한방병원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1·2인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진료 지침을 위반하고 모든 병실을 2인실로 운영하면서 상급병실료를 청구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요양병원 업계 관계자는 “호텔식 시설을 내세우는 일부 한방병원은 다인실 대신 고가의 상급병실 위주로 운영하며 상급병실료를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부당청구도 증가세다. 서명옥 의원실에 따르면 한방병원의 건강보험 급여비 부당청구 적발액은 2020년 3억6300만원에서 지난해 26억200만원으로 7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부당청구가 적발된 병원 수도 7곳에서 29곳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
이와 관련, 대한한방병원협회 관계자는 “한방병원의 상급병실료 부당청구는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 이어져 온 잘못된 관행”이라며 “페이백은 주로 요양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로 파악하고 있다. 페이백을 제공하는 한방병원은 협회 차원에서 확인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체 건강보험 수가에서 한방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3% 미만이다. 한방병원 시장이 팽창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지혜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일부 한방병원의 도 넘은 불법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현재 진행 중인 보건복지부 행정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앞으로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심평원 평가를 위한 컨설팅 업체가 활개 치는 상황에서 단순히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은 관련 시장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심평원이 과잉진료 실태를 조사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한방병원에서 행해지는 암 치료 등의 의학적 효과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