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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인 중환자 챙기는 요양병원 3등급, 페이백 병원 1등급

중앙일보

2026.07.13 13:01 2026.07.1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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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경기도 수원시의 수원효요양병원 집중치료실. 누워 있는 고령 환자들 옆에 중환자용 의료 장비가 운영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7일 경기도 수원시의 수원효요양병원 집중치료실. 누워 있는 고령 환자들 옆에 중환자용 의료 장비가 운영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7일 경기도 수원시의 수원효요양병원. 70~80대 고령 환자가 몰린 집중치료실엔 심전도 모니터 등 중환자용 장비가 빼곡했다. 올 1월 아주대병원에서 옮겨온 노인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누워 있었다. 일회용 가운을 입고 면회 온 부인 A씨(80대)는 “중환자 입원이 되는 요양병원을 일일이 찾아보고 왔는데 치료가 잘 이뤄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의 박성국 원장은 “중증도가 가장 높은 최고도·고도 환자 비율이 절반 넘는 54%”라면서 “중환자를 많이 보고 집중치료실을 운영하면 인력 확보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최대한 일반 병원에 버금가는 시설과 인력을 운영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광주특별시의 B요양병원. 암 치료 전문을 내세운 병원에 들어서니 환자복을 입은 환자 대부분은 걷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기도 했다. 이곳에 입원한 환자의 95.8%(지난해 기준)는 의학적으로 입원 치료 필요성이 낮은 ‘선택입원군’이었다.

병원 상담실장은 기자에게 “한 달 입원비로 500만원 쓰면 20%를 돌려주겠다”면서 “입원만 하면 머리 감겨주고, 고주파 등 비급여 치료도 다양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대가로 실손보험에 가입한 암 환자에게 현금 보상을 제공하는 불법 ‘페이백’을 제안한 것이다. 이 병원은 최근 정부 현장조사를 거쳐 수사 의뢰됐다.
지난 7일 경기도 수원시의 수원효요양병원 집중치료실에 환자들이 누워 있는 모습. 강정현 기자

지난 7일 경기도 수원시의 수원효요양병원 집중치료실에 환자들이 누워 있는 모습. 강정현 기자

이렇게 상반된 풍경의 두 요양병원이 받아든 ‘입원 급여 적정성 평가’ 성적표는 각각 3등급과 1등급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요양병원 평가 체계 때문에 페이백 등으로 경증 암 환자를 골라 받는 곳이 더 좋은 등급을 얻는 반면, 노인 중환자 치료를 위한 인력·시설을 투입하는 곳은 오히려 손해를 보는 역설을 보여준다. 평가가 건강보험 지원금 잣대가 될 뿐 아니라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간병비 급여화의 기준이 될 예정인 만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는 병원에 보상을 더 주는 쪽으로 개선이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취재팀이 대한요양병원협회 측 도움을 받아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2024년 기준) 1~3등급 병원 858곳(4·5등급 제외)을 분석한 결과, 암 치료·재활을 주로 하는 요양병원의 상위권 쏠림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1~3등급 암 요양병원 가운데 45.5%(51곳)가 1등급에 몰렸다. 일반 요양병원은 20.1%만 1등급에 자리했다. 반면 3등급은 정반대 양상이었다. 암 요양병원 17.9%가 포함됐지만, 일반 요양병원은 절반 가까운 44%가 해당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여기엔 평가 항목의 불균형이 영향을 미쳤다. 욕창 처치·일상생활수행능력(ADL) 개선·장기 입원 등 17개 평가 항목을 종합하면 병원에 혼자 거동 가능한 환자가 많고, 오래 입원하거나 욕창 생긴 환자가 적을수록 좋은 점수를 얻는 구조다. 실제로 1·2등급을 받았고, 선택입원군 비율이 95%를 넘는 암 요양병원 10곳에 전화해보니 절반 넘는 6곳이 “거동 못 하는 암 환자는 입원하기 어렵다”고 했다. 비교적 짧게 입원하며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거나 간병인 없이 이동·식사를 할 수 있는 ‘편한 환자’만 골라 받는 곳이 많다는 의미다.

1등급 평가를 받은 경기도의 암 요양병원은 “월 800만원은 써야 입원한다. 다만 통증이 심하면 입원이 불가하다”고 안내했다. 입원 환자 전원이 선택입원군인 부산 D요양병원(2등급) 관계자는 “거동이 가능해야 입원할 수 있다”면서도 “비싼 1인실은 옆에서 보살펴줄 보호자가 상주하면 들어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성국 원장은 “적정성 평가 상위 30% 병원엔 건보 추가 지원금을 준다. 그런 돈이 비급여·경증 치료 중심인 암 요양병원에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돈 받고 요양병원 평가 점수를 높여주는 민간 컨설팅 업체까지 성행할 정도다. 익명을 요청한 요양병원장은 “컨설팅을 받기 전에는 3등급이었지만 이후 등급이 올랐다”면서 “효과가 확실하다 보니 주변에 컨설팅을 받지 않는 병원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누워 있는 중증 환자 손을 잡아주는 모습. 김종호 기자

누워 있는 중증 환자 손을 잡아주는 모습. 김종호 기자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적정성 평가가 내년부터 본격 시행 예정인 간병비 급여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란 점이다. 정부는 간병비 급여화 대상 병원을 선정할 때 환자 중증도·비급여 진료 여부 등도 따지겠단 입장이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평가부터 허점을 보이는 셈이다. 이대로면 진짜 간병이 필요한 중환자를 보는 요양병원은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빠지고, ‘돈 되는’ 환자를 많이 보는 페이백 병원이 급여 지원까지 받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 때문에 중환자 치료에 걸맞은 인력·시설을 갖춘 요양병원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암 요양병원 증가 같은 구조적 변화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사회적 입원’ 등 치료 필요성이 적은 암 환자만 받는 병원도 문제지만, 중환자를 많이 받는 대신 별다른 치료 없이 방치하는 곳도 적지 않아서다. 임선재 요양병원협회장은 “중증 등 입원 환자를 적절히 치료하는 병원 중심으로 평가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현재 평가는 중증보단 일반적인 환자를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 평가하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암 요양병원의 지표가 와상 환자가 많은 곳보다 잘 나오는 것”이라면서 “간병비 급여화 때 중증 환자 관리 능력을 같이 평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또한 갈 곳 없는 암 환자가 무조건 암 요양병원에 입원하지 않아도 되도록 일차의료·호스피스 등도 시급히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종훈.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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