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가 인정하는 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정식 명칭은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다. 연합뉴스
울산 울주군 대곡천을 따라 걷다 보면 절벽 아래 바위 한 면이 모습을 드러낸다. 선사시대 때 새긴 고래와 호랑이, 사슴, 사람의 흔적이다. 하지만 이 풍경은 장맛비 한 번이면 금세 사라질 수 있다. 대곡천 상류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반구대 암각화가 물속에 잠기기 때문이다. 반구대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 1년을 맞았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물속 유산' 우려는 여전하다.
울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린 '반구천의 암각화'가 첫돌을 맞았다. 세계유산이 된 뒤 국내외 관심은 크게 높아졌지만, 울산시는 요즘도 하루를 사연댐 수위와 기상예보 확인으로 시작한다. 오는 17일 울산에서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포럼이 열리고, 19일부터는 부산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개최된다. 이를 계기로 세계유산 관계자와 해외 전문가, 언론 등이 반구천의 암각화를 찾을 예정이어서 울산시는 장마철 침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울산 울주군 대곡천 일원 3㎞ 구간에 분포한 암각화 유산이다. 국보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포함하며, 선사시대 한반도 동남부 연안의 생활상과 해양문화를 보여주는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해 울산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반구천의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념식.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제는 이 가운데 반구대 암각화가 사연댐 저수구역 안에 있다는 점이다. 암각화가 있는 암반은 댐 수위 53~57m 구간에 위치해 수위가 53m를 넘으면 물에 잠기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울산시는 매일 사연댐 수위와 기상예보를 확인하며 침수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암각화 인근에 설치된 환경계측시스템으로 온도, 습도, 강우량 등을 관측하고,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도 암각화 10여개 지점에 설치된 자동계측 센서를 통해 균열, 변형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 여름 마른장마가 예보돼 있지만, 집중호우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세계유산인 만큼 긴장감을 갖고 기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 문제는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암각화는 1971년 발견됐지만, 사연댐은 1965년 건설됐다. 울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암각화 보호를 위해 사연댐 수위를 관리하고 있지만,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침수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 2014년부터 2023년(2024년 침수없음)까지 10년간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긴 기간은 연 평균 42일이다. 지난해에도 집중호우 영향으로 37일 동안 침수됐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뉴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사연댐 수문 설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사업비 650억여원이 투입되며 현재 기본 및 실시설계가 진행 중이다. 집중호우 때 수문을 통해 물을 방류해 암각화 침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으로, 하반기 착공해 2030년 준공이 목표다.
세계유산 보존과 안정적인 생활용수 확보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반구대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게 유지하면 울산지역 생활용수 공급량이 줄어든다. 하루 4만9000t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됐다. 안정적인 대체 식수원 확보가 필요한데, 이 문제는 지자체 간 이견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에서 시민이 망원경으로 암각화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구천의 암각화를 찾는 발길은 늘고 있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은 등재 직후 두 달 만에 관람객 3만 명을 넘어섰고, 등재 이후 1년간 국내외에서 11만7000여 명(6월 말 기준)이 방문했다. 관람객들은 박물관에서 전시를 관람한 뒤 산책로를 따라 암각화 유적을 둘러보는 경우가 많다. 반구천 암각화 일대에는 계수 장치가 없어 박물관 관람객 수가 현장 방문객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울산시는 역사문화탐방로 조성, 세계암각화센터 건립 등 세계유산 활용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세계유산 보존과 안정적인 물 공급을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수문 설치와 대체 식수원 확보 등 관련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