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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부지런한 英왕실 인사’ 앤 공주, 부산 이곳부터 찾았다

중앙일보

2026.07.13 21:13 2026.07.1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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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국왕의 여동생 앤 공주가 8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14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앤 공주가 서정인 유엔기념공원 관리처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찰스 3세 국왕의 여동생 앤 공주가 8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14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앤 공주가 서정인 유엔기념공원 관리처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여동생인 앤 공주가 14일 부산을 찾아 유엔기념공원과 부산항을 잇달아 방문했다.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영국군과 유엔군 장병을 추모하고, 양국 간의 해양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다.



8년 만의 방한 첫 일정 유엔기념공원 참배…부산항도 찾아

평창올림픽 이후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앤 공주의 첫 공식 일정으로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유엔기념공원은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군 공식 묘지로 14개국 2339명의 참전용사가 잠들어 있다. 이들 중 1598명은 영연방국 출신 유엔군 장병이다.

앤 공주는 이날 남편 티머시 로렌스 경과 함께 붉은색 양귀비가 섞인 리스를 헌화하며 6·25전쟁에서 산화한 영연방국 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렸다.
찰스 3세 국왕의 여동생 앤 공주가 8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14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앤 공주가 오늘 기일을 맞은 호건 이병의 묘에 헌화후 참배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찰스 3세 국왕의 여동생 앤 공주가 8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14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앤 공주가 오늘 기일을 맞은 호건 이병의 묘에 헌화후 참배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앤 공주는 또 기일을 맞은 영국 M. 호건 이병의 묘에 직접 국화꽃을 바쳤다. 이어 영국 최고 무공훈장인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받은 장병들의 넋을 기렸다. 6·25전쟁 당시 4명의 영국 장병에게 빅토리아 십자훈장이 수여됐으며 이들 중 3명이 이곳 유엔기념공원에 잠들어 있다.

앤 공주는 묘역 참배 후 한국전 참전용사인 류영봉(92), 김응수(94), 정식현(95)씨와 차담을 진행했다. 앤 공주는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위대한 희생과 헌신에 깊은 경의와 감사를 표했다.

서정인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장은 “영국은 한국전 당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해 평화 수호에 앞장섰다”며 “올해 유엔기념공원 조성 75주년인 올해 앤 공주의 방한은 유엔기념공원이 지닌 평화와 인류애의 가치를 전 세계에 일깨우는 상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찰스 3세 국왕의 여동생 앤 공주가 8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14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앤 공주가 전재수 부산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찰스 3세 국왕의 여동생 앤 공주가 8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14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앤 공주가 전재수 부산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추모 일정을 마친 앤 공주는 부산항으로 이동해서 한·영 해양 협력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영국 왕실 인사가 부산을 찾아 해양 분야 공식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영국의 항로표지기관인 ‘트리니티하우스’가 지난해 4월 자국 문화유산인 등대 렌즈를 한국에 영구 임대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앤 공주는 트리니티하우스의 최고 책임자를 맡고 있다.

영국 펜딘 등대에서 123년간 사용된 대형 등대 렌즈는 지난해 11월 부산항에 도착했다. 오는 15일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국립등대박물관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는 감사의 표시로 펜딘 등대와 국립등대박물관, 호미곶등대 등의 모습을 담아 제작한 전통 자개 공예 작품을 앤 공주에게 전달한다.

최근 영국은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조선과 해운, 항만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의 협력을 중요한 외교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부산은 세계적인 환적항이자 글로벌 물류 허브로,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해양물류와 친환경 항만, 조선산업, 해양안전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후 울산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 본사를 방문해 한국의 조선 기술력을 살펴보고 한국과 영국 간 조선·해양산업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한 해 400~500건 일정 소화…왕실 활동 이전엔 승마 선수

영국 앤 공주가 1988년 서울올림픽 참가를 위해 전세기편으로 서울에 도착하자 최광수 전 외무부 장관이 영접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영국 앤 공주가 1988년 서울올림픽 참가를 위해 전세기편으로 서울에 도착하자 최광수 전 외무부 장관이 영접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1950년생인 앤 공주는 올해 75세로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 공의 외동딸이자 찰스 3세 국왕의 유일한 여동생이다. 1987년 영국 왕실 여성에게 수여되는 최고 명예 칭호인 ‘프린세스 로열’을 받았으며, ‘가장 열심히 일하는 왕실 구성원’으로 평가받는다. 한 해 공식 일정이 400~500건에 이를 정도이며, 현재까지 수행한 공식 업무는 수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실 활동 이전에는 세계적인 승마 선수였다. 1971년 유럽선수권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출전하며 영국 왕실 최초의 올림픽 선수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국제승마연맹(FEI) 회장을 역임하는 등 스포츠 외교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검소한 생활 방식 역시 앤 공주를 상징하는 특징이다. 수십 년 전에 제작한 의상을 공식 행사에서 반복해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실용성을 중시하는 태도로 영국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

앤 공주는 부산 일정을 마친 후 서울로 이동해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한다. 한국전쟁 관련 추모 행사, 산업·문화 교류 일정 등을 이어가며 양국 간 협력 확대를 위한 왕실 외교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은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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