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뇌물수수 혐의 공판에서 재판부가 “원칙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증인이 많다는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으나, 신문할 증인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공전해왔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측이 진술 증거 채택에 동의해야 증인 수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19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합의 7주년 기념식 및 2025 한반도 평화주간 개막식이 열린 19일 경기도 파주 캠프 그리브스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조순표)는 14일 오후 2시 문 전 대통령과 이상직 전 국회의원의 뇌물 혐의 사건 5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전임 재판부의 명예퇴직에 따라 재판부가 변경된 후 6개월 만에 열린 재판이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문 전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고, 이 전 의원은 출석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불기소했어야 하는 사건을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부정행위 여부와 전 사위 서씨 취업 사이에 인과관계와 대가관계가 단절되어 있다. 그래서 부정처사후수뢰죄로 기소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검찰이 이 정도로 사실을 밝혔으면 당연히 무혐의 불기소하고 끝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부정처사후수뢰죄를 적용하지 못해 뇌물죄로 우회해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뇌물죄 입증을 위해) 검찰은 2년 동안 문 전 대통령과 가족, 이웃, 친지, 한번이라도 예금 거래를 했던 사람들을 탈탈 털었다. 그렇게 탈탈 턴 결과 스스로 (문 전 대통령과 서씨가) 경제적 공동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공소장에 서씨가 매년 모친에게 생활비를 지원받았다고 적혀있다”고 했다.
수백억원대 이스타항공 횡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직 전 의원이 2023년 12월 5일 전북 전주시 전주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껏 문 전 대통령 측과 검찰 측은 증거 채택 여부, 증인 채택를 둘러싸고 입장차를 보였다. 앞서 검찰 측은 문 전 대통령 측이 진술 증거(약 120명, 150개)에 대해 상당 부분 동의하고, 증인신문에 필요한 인원이 소수로 특정될 경우 국민참여재판 수용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트럭 기소’를 했다”며 검찰이 신청한 증거 상당수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공판에서도 문 전 대통령 측은 공소사실과 무관한 증거가 많다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 측이 요청한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논의도 오갔다. 이날 재판장은 “단지 증인이 많다는 이유로 국민참여재판 배제를 결정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원칙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증인이 30~50명이 되면 물리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은 불가능하다. 할 거면 가급적 증인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전 사위였던 서씨를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하고 있던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 채용하게 해 급여와 주거비 명목으로 2억여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서씨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딸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했으므로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8일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한 뒤 증거 선별 절차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