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재심을 개시하지 않은 건 평등권 침해라는 취지의 재판소원이 헌법재판소 사전심사를 통과했다. 재판소원 제도 시행 후 총 13건이 전원재판부에 회부됐으나, 법원의 재심 청구 기각 결정을 둘러싼 사건이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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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과 대표이사, 엇갈린 유·무죄 판결
헌재는 14일 금속조립구조재 제조업체 A사가 “법원의 재심 청구 기각 결정이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제기한 재판소원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A사에 설치된 용해로에서 출발했다. A사 대표이사 B씨는 신고 없이 폐기물처리시설인 용해로를 설치한 혐의(폐기물관리법 위반)로 2022년 12월 창원지법에서 벌금 1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사도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벌금 1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양벌규정은 법률을 위반한 사람뿐 아니라 그가 소속된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제도다.
이후 A사와 B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각각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법원은 A사의 청구는 청구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했고, B씨의 청구만 받아들여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B씨는 1심에서 약식명령과 같이 벌금 150만 원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문제가 된 용해로의 동력이 신고 기준(10마력)에 미치지 못해 신고 대상이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B씨가 무죄를 확정받자 A사는 이를 근거로 자신이 받은 약식명령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대표가 무죄라면 회사에 대한 양벌규정 적용의 전제도 무너진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원은 재심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에 A사는 법원 판단으로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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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인 “대표가 무죄라면 회사도 무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뉴스1
A사 측은 청구서에서 “B씨가 무죄라면 A사도 당연히 무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가 벌금 150만 원을 받은 이유는 B씨의 행위가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양벌규정이 적용된 결과”라며 “법원이 재심 청구를 기각한 건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고, 평등권과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했다.
법원의 재심 기각 결정이 헌재 심사대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심은 확정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때 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하는 예외적인 불복 절차다. 재심사유는 증거의 위·변조, 새로운 명백한 증거 발견, 무고로 인한 유죄판결, 판결에 관여한 법관·검사·경찰의 부정행위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된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양벌규정이 적용된 사건에서 재심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될 전망이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는 양벌규정의 특수성에 따른 재심의 적용 범위, 법적 안정성과 실질적 정의 구현의 가치 사이의 형량 등 다양한 쟁점에 관해 전원재판부의 검토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