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사흘. 메타가 인스타그램 공개 계정 사진을 AI 이미지 생성에 활용하는 ‘뮤즈 이미지’ 기능을 철회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메타는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해당 기능을 공개했지만, 이용자 반발이 확산되자 10일 오후 서비스를 전격 중단했다. 뮤즈 이미지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공 들여 꾸린 AI조직 메타 슈퍼인텔리전스랩스(Meta Superintelligence Labs)가 야심차게 선보인 첫 이미지 모델 서비스였다. 하지만 사용자가 별도 설정으로 거부하지 않는 한 서비스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옵트아웃(opt-out·기본 활성화)’ 방식을 채택하면서 출시 직후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누구나 인스타그램 공개 계정 사진을 이용해 AI 이미지 생성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다.
내 이미지를 누군가 AI에 활용해도 알림조차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용자들 사이에선 “나도 모르는 사이 초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 등 할리우드 단체는 “동의 없이 생성된 디지털 복제물의 위험성을 조장한다”며 집단 반발했고, 메타는 결국 11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서비스를 철회했다.
포브스 등 외신들은 이번 조치를 뮤즈 이미지 관련 광고 상품 출시에 앞서 이용자들이 옵트아웃 방식을 어디까지 용인하는지 가늠해 본 메타의 ‘값싼 실험’으로 해석하고 있다.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에 기본값은 동의로 두고 거부 절차는 복잡하게 만드는 형태로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논란을 빚은 사례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선 오픈AI와 엔트로픽 등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메타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개인정보 활용 범위를 무리하게 넓히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메타와 구글은 2022년 9월 이용자 개인정보를 맞춤형 광고 등에 활용한 혐의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로부터 각각 380억원과 69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두 회사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당시에도 핵심 쟁점은 옵트아웃 설계였다. 법원은 “이용자 동의를 기본값으로 설정한 뒤 비동의를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설계했다”는 등의 이유로 개보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초래한 쿠팡도 마찬가지다. 당시 쿠팡페이 회원은 지문 등 추가 인증 없이 결제되는 원클릭 결제가 가입 과정에서 자동 적용됐고, 탈퇴는 최대 7단계를 거쳐야 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거부도, 탈퇴도 어렵게 만드는 게 빅테크 기업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선택하는 대표적 설계 방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논란은 기존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개인정보를 광고에 활용하는 문제를 넘어, 공개된 정보를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동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쟁점의 한 측면이기 때문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공개 정보라도 AI 개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학습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정보주체의 권익 침해를 막기 위한 조치가 마련된 경우 활용을 허용하고 있다. 개보위 관계자는 “공개된 개인정보라고 무조건 AI학습에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뮤즈 이미지가 국내에 도입됐다면 이용자 정보 침해 여부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했었을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