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혁신으로 창출된 막대한 이익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정면으로 맞섰다. 14일 고용노동부가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이란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다. 노동계는 초과이익을 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기업 이윤을 재분배 대상으로 삼으면 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며 투자 확대를 우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노동계 측 인사들은 법인세 체계 개편이라는 공통된 요구를 내놨다. 류제강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근로소득세가 소득 증가에 따라 다층적인 누진세율을 적용해 사회적 재배분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법인세는 과세표준 3000억원을 초과하면 초과이윤의 규모와 관계없이 동일한 최고세율이 적용된다”며 “현행 법인세 체계가 충분한 사회적 환원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겨레 민주노총 청년특위 위원장은 “(현재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에 대해 30~35% 구간을 신설해 세수를 확대해야 한다”며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고, 부동산 보유세를 현실화해 땀 흘려 번 돈보다 ‘돈이 번 돈’을 우대하는 세법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이렇게 확보한 세수를 격차 해소에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류 본부장은 “초과 세수를 청년 일자리 창출, 고용 안전망 강화 등에 투자해 AI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사회적으로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투자와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고 맞섰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사는 “AI 기술 혁신이 마치 완성된 것처럼 토론이 되고 있는데, 여전히 경쟁이 진행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핵심 인재 유치 경쟁이 강하고, 이공계 석·박사 인재 유출도 심각하다. 핵심 인재에 대한 개별적·차등적 보상이 가능하도록 보상 체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도 “반도체는 호황기에 벌어들인 수익으로 불황기에 대비하고, 불황기에도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며 “초과이윤이라는 명분으로 수익을 거둬들이면 과연 중국의 추격을 계속 뿌리칠 수 있을 것인지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재분배 문제는 기업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철저히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부는 지난달 김영훈 노동부 장관의 제안으로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할 영역인 임금에 정부가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등의 논란이 일면서 주제를 바꿔 이날 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