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을 통항하는 민간 선박들로부터 선적한 화물 가치의 20%에 달하는 통행료를 징수하겠다던 계획을 번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알리 알 자이디 이라크 총리와의 정상회담 도중 이란 전쟁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국제항로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은 물론, 심지어 이란으로부터 “통행료는 전적으로 옳은 말이지만, 20%는 너무 많고 우리는 공정하게 할 것”이라는 조롱까지 받은지 불과 하루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중동 지도자들과의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나는 미국의 20% 보상 수수료를 다양한 중동 국가들이 미국과 체결할 무역 및 투자 협정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스로 “엄청난 돈이 될 것”이라고 했던 막대한 통행료에 해당하는 자금을 중동국가들이 부담하는 대미 투자로 갈음하겠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알리 알 자이디 이라크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 카타르 정부로부터 선물받은 초호화 여객기 모형이 전시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물 받은 해당 항공기를 새 전용기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국가들에게 사실상 비용을 전가하면서도 “이러한 투자는 막대할 것이지만, 동시에 그들(중동 국가들)과 그들의 미래에도 대단히 좋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행료 부과 방침을 번복한 배경에 대해서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동의 동맹국 혹은 파트너 국가 지도자들이 전화를 걸어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며 중동 국가들이 직접 대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현지시간 13일 이란 반다르압바스 인근 호르무즈해협의 해안에서 놀고 있는 소년들의 뒤편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인한 연기 기둥이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이어 “(나도)호르무즈해협에서 통행료를 부과한다는 개념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전 세계, 중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를 위해 해협을 지키는 데도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중동 국가들)은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게 될 것이고, 나는 그 점이 더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맺은 종전 양해각서(MOU)를 사실상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한 결정에 대해선 “이란이 먼저 공격한 것은 큰 실수였다”며 중동 상황이 휴전 이전으로 회귀한 책임을 이란으로 돌렸다.
그는 “이틀 전만 해도 우리는 합의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이 협상을 못 하겠다고 했다. 합의 관련해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며 “합의를 이행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먼저 공격했는데, 이는 큰 실수였다”고 강조했다.
현지시간 14일 오만만 연안에 위치한 이 지역 유일의 천연 심해항이자 샤르자 에미리트의 주요 컨테이너 항구 중 하나인 호르 파칸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예인선이 선박을 안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양해각서에 따라 이란에 대한 재제를 완화하고 해상 봉쇄를 해제했던 결정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엔 “아니다. 나는 그들에게 협상을 성사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날 오후 4시(미 동부시간 기준)부터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항 원유 수급과 관련해선 “미군의 놀라운 힘 덕분에 석유는 그 어느 때보다 원활하게 흐르고 있다”며 “호르무즈해협은 이란을 제외한 모든 선박의 통항이 허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날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의 주요 해안 도시들이 이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공격을 받은 곳은 남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 연안의 핵심 거점들로, 특히 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한 남부 부셰르 주정부 당국은 주도인 부셰르시 4개 지역이 발사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영 IRIB 방송은 이날 미군의 발사체가 호르모즈간주의 민가를 타격하면서 일가족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예루살렘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엔테베 작전 5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전쟁을 사실상 재개하자 그간 이란과의 종전 합의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네게스 사막 도시 디모나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란 지도부를 향한 내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를 공격하고도 무사할 것이라 기대하지 말라”며 “이전 우리의 대응도 아주 강력했지만, 우리를 해치려는 추가적인 시도가 있다면 우리는 이전과 전혀 다르고 훨씬 더 강력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