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올해 초 경부고속도로 내 휴게소를 찾아 운영 실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최근 국토교통부는 비싸고 맛없다는 오명을 안고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며 ‘휴게소 운영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올 초부터 진행한 휴게소 운영에 대한 현장조사와 감사 등에 이어 나온 대책이다.
새로 만들 공공관리회사가 입점업체와의 직접 계약을 통해 임대료 부담을 낮추고, 편의점 24시간 운영 등을 확대하며, 전문 외식브랜드도 유치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아메리카노 커피 가격이 2000원 이하인 브랜드 매장도 등장할 전망이다.
이러한 임대료 인하 방안 등이 양질의 서비스와 합리적 가격으로 이어져 이용객이 직접 혜택을 누리는, 말 그대로 ‘국민을 위한 휴게소’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목표다.
이 같은 계획이 순조롭게 작동한다면 고속도로 휴게소가 한결 더 기분 좋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쉼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란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우선 국토부가 추진하는 '공공관리회사'의 출범과 운영부터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다. 그동안 휴게소는 한국도로공사(도공)가 215개 휴게소별로 운영업체를 선정하고, 해당 업체가 입점매장들과 계약한 뒤 매출액의 일정비율로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운영됐다. 도공은 운영업체로부터 임대료를 받았다.
국토부는 이러한 다단계 구조를 비싼 음식값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운영업체가 입점매장으로부터 매출액의 평균 33%를 수수료로 받으면서 중간에 새는 돈이 많다는 판단이다. 도공이 운영업체에서 받는 임대료는 평균 13.9%(매출액 대비)라고 한다.
그래서 국토부는 휴게소 운영과 관리를 전담할 공공관리회사를 만들어 다단계 구조를 없애고, 입점업체와 직접 계약을 통해 수수료를 대폭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중간 수수료를 없애 기존 33%인 평균 임대료를 8~9% 수준(관리비 별도)까지 인하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관리비를 고려하더라도 임대료가 기존 수수료 대비 절반 이하로 낮아질 거란 계산이다. 이렇게만 되면 입점업체로선 부담이 상당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기대 효과를 얻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내년 초 출범 예정인 공공관리회사의 설립과 운영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가 돈을 댈지, 아니면 도공이 출자할지도 미지수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도공이 출자하더라도 휴게소 운영에는 관여하지 못 하게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어렵사리 공공관리회사가 설립되더라도 국토부가 밝힌 임대료 수준으론 안정적인 운영이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휴게소업계 등에 따르면 기존 운영업체의 수수료에는 관리비도 포함된다. 수수료의 약 45%로 매출액 대비로 따지면 15%가량이다.
여기엔 전기, 수도, 가스 등 매장별로 사용한 비용과 화장실 관리비 및 오수·폐기물 처리비 등 공동사용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각 항목에서 보듯이 관리비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음식의 질은 물론 휴게소 전체의 청결도 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이용객들이 간식을 찾고 있다. 뉴스1
이렇게 보면 국토부가 언급한 평균 임대료 8~9%에 관리비(약 15%)를 보탤 경우 수수료는 20%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 애초 언급한 절반 이하를 맞추기가 만만치 않을 거란 얘기다.
게다가 억지로 절반 이하로 낮추려면 공공관리회사가 받는 수수료를 더 줄여야 하고, 또 휴게소 소유권을 가진 도공에 지불할 임대료도 많이 깎아야만 한다. 자칫 공공관리회사의 인건비와 운영비 등 기본적인 경비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관리회사가 이익을 내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운영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수수료 징수를 최소화하고, 도공에도 임대료 비중을 더 낮추도록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공공관리회사가 200개 넘는 휴게소의 수많은 입점업체를 모두 직접 선정하고 계약하게 되면, 휴게소별로 차별화된 컨셉을 갖추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또 국토부가 확대하겠다고 밝힌 서비스도 새로운 게 별로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토부는 기존에 밤 10시면 문을 닫던 편의점을 24시간 운영하고, 도시락과 김밥·컵라면 등 간편식도 판매토록 할 방침이다. 편의점 내에 조리와 취식공간도 제공하게 된다.
1971년 국내 최초로 개장한 추풍령휴게소는 민영이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그러나 도공이 소유한 215개 휴게소에 입점한 편의점 중 188개(87%)가 이미 무인이나 유인형태로 24시간 운영을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또 컵라면이나 한강라면 같은 간편식도 여러 곳에서 이미 판매 중이다.
게다가 편의점의 간편식 판매 및 취식공간 확대가 휴게소 내 다른 입점 식당의 매출에 피해를 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휴게소 편의점의 ‘N+1’ 할인 프로모션과 포인트 적립 등도 이미 부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고 한다.
국토부는 올해 신설 또는 계약이 종료되는 휴게소 8곳은 도공이 7월 중에 입찰공고를 내고 직접 계약하게 할 방침이다. 이후 공공관리회사가 설립되면 관리권을 이관토록 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신설 및 계약 종료되는 다른 휴게소의 관리권도 공공관리회사로 넘길 예정이다.
국토부 논리대로라면 고속도로 휴게소에 오명을 남긴 장본인인 도공에게 새로운 방안을 적용한 휴게소의 시범사업을 맡기는 모양새가 다소 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초기에 민영으로 시작해 공기업인 ‘고속도로 시설공단’이 운영에 뛰어들었다가 이를 폐지하고 다시 민영화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런 ‘도돌이표’ 우려를 벗어나도록 이번엔 보다 면밀한 검토와 효율적인 추진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