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고용노동부 울산동부지청 앞에서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직고용 외국인 근로자들이 임금 체계 개편에 항의하며 집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일하는 직고용 외국인 노동자 200여명이 민주노총에 집단 가입했다. 새 임금체계 개편이 갈등의 불씨가 되면서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전국금속노조 등은 "HD현대중공업 직고용 외국인 노동자 200여명이 최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스리랑카·베트남·네팔 등 다양한 국적의 조선소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노조에 가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집단 가입의 계기는 회사가 최근 도입한 새로운 임금체계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말 직고용 외국인 노동자 1600여명을 대상으로 새 근로계약을 제시했다. 기본급을 17만~20만원가량 줄이는 대신 월 30시간 연장근로를 전제로 한 고정연장근로수당을 신설하고, 성과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성과차등임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또 기존 급여에서 매달 21만원씩 공제하던 밥값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200여명이 집단으로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이들의 노조 가입 발단은 회사가 제시한 기본급 삭감, 밥값 지원 등 새 근로계약이다. 사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하지만 새 계약 과정에서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들이 반발했다. 밥값을 공제하지 않는 대신 기본급이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임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외국인 노동자들은 울산이주민센터를 찾았고, 민주노총이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여러차례 도심 집회로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HD현대중공업은 보완책을 내놨다. 회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국적별 설명회를 열고 앞으로 직고용 외국인 노동자에게 아침·점심·저녁 식사를 모두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또 2023년 1월 이후 급여에서 공제한 밥값을 소급 환급하고, 성과급도 인사평가와 관계없이 균등 지급하는 방안으로 바꿔 제시했다. 소급 밥값은 1인당 평균 700만원 정도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식비 공제 폐지와 성과급 등을 종합하면 외국인 노동자의 전체 보상과 실수령액은 기존보다 더 안정적으로 늘어난다"며 "그렇다보니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들이 새 근로계약에 서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새 근로계약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이 회사 계약서에 서명한 것은 재계약 거부나 본국 송환 가능성을 우려한 강압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직고용 이주노동자 1600여명 가운데 320여명이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회사의 새 근로계약에) 서명했다"는 확인서에 참여했다. 노조 측은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중앙포토
노조에 가입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HD현대중공업이 직접 고용한 E-7-3 비자 외국인 일반기능인력이다. 용접과 도장, 배관 등 조선소 핵심 공정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