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이 8일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우리도 이제 도약점에 가까워져 온 것일까. 'K-우주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달 착륙선은 앞으로 4년 뒤, 한국판 스타링크도 10년 안에 구축한다. 이 같은 우주경제를 구현해 줄 ‘우주고속도로’ 구현도 ‘우리 위성은 우리 발사체로’를 원칙으로 한다. 주말, 토요일인 지난 4일 국내 언론 1면을 장식한 뉴스다.
돌아보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주는 대한민국에 ‘아득히 먼 얘기’이었다. 간난신고(艱難辛苦) 끝인 2022년 6월 누리호 2차 발사 성공 당시 정부는 ‘7대 우주강국 진입’을 선언했지만, 실은 인구 69만명인 룩셈부르크에도 있는 우주청도 없는 나라의 말 뿐인 ‘선언’에 불과했다. 세계는 스페이스X를 필두로 민간 중심의 ‘뉴 스페이스(New Space)’시대에 들어섰지만, 우린 ‘민간 우주 생태계’를 거론하기조차 힘들었다.
지난 3일 경남 진주의 경상국립대에서 ‘제5회 국가우주위원회’가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가운데, 우주항공청(Korea Aerospace Administration·KASA)이 우주항공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한화그룹 오너 3세 김동관 부회장과 현대차·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고위임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국가우주위원회는 2024년 1월 위원장이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승격됐다. 같은 해 5월에는 우주항공청이 출범했다. 지난 8일 오전 사천을 찾아, 올 2월 제2대 KASA 청장에 취임한 오태석(58) 청장을 만났다. 마침 이날 오후 KASA에선 ‘민관 협력 기반의 달 경제 영토확장을 위한 기업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라 청사 안이 분주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제5회 국가우주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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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가빠진 글로벌 달 탐사 경쟁
Q : 한국 우주시계가 어느 때보다 빨라지는 느낌이다.
A : 최근 미국·중국 등 우주 강국들의 달 탐사와 기지 건설 계획이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민간기업들도 달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는 등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더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는 시기다. 우리도 달 경제 영토를 조기에 개척하기 위해 2년을 앞당겨 2030년 민관 협업 소형 달 착륙선 발사를 추진하게 됐다. 이를 통해 확보한 민간 역량을 2032년 국가 달 착륙선 개발로 자연스럽게 이어가며 기술 자립을 이루고, 글로벌 우주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Q : 애초 차세대발사체를 개발해 이를 통해 2032년 달착륙을 하기로 했는데, 달 조기 착륙으로 차세대발사체 개발이 늦어질 수 있겠다.
A : 예산 밀림 없이 누리호 반복발사와 재사용을 목표로 한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투트랙으로 정상 추진한다. 2030년 발사할 소형 달 착륙선은 약 700㎏급으로, 민관 협업 형태로 만든다. 이는 2032년 발사 예정인 중량 1.8t의 본격적인 국가 달 착륙선 개발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디딤돌이다. 체계 개발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취지다. 누리호 고도화(3~7차)와 후속 사업(7~11차)을 이어가며, 2030년대 중반 이후 1단 재사용발사체 상용화로 연간 10회 이상 발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소형 달 착륙선은 기존 누리호 3단 위에 궤도수송선을 붙이는 방식으로 발사된다. 애초 누리호는 6차 발사까지 이어지는 고도화사업으로 끝날 예정이었으나, 계속 활용 여론이 높아지면서 2032년까지 총 11차례 발사하는 쪽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박경민 기자
Q : 우리 기술로 우주발사체(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게 불과 4년 전이다. 재사용발사체 개발 목표가 쉽지 않아 보인다.
A : 재사용발사체 개발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글로벌 우주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다. 우리는 2030년대 중반 이후 1단 재사용 상용화를 목표로, 연간 10회 이상 발사가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국가 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과의 체계 개발 프로세스 자체를 완전히 혁신하려 한다. 예산 분산 우려를 불식시키고 차세대 발사체 개발과 재사용 기술 확보를 차질 없이 병행하겠다.“
(차세대발사체(KSLV-Ⅲ)는 메탄 기반 2단형 재사용발사체 형태다. 1단에 80t급 메탄엔진 9기를 클러스터링해 총 추력 720t을 확보한다. 2단에는 80t급 메탄엔진 1기를 장착한다.)
Q : 'K-스타링크'의 자세한 계획이 궁금하다.
A : 국내 민간기업들이 주도해 2035년까지 독자적인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하는 로드맵이다. 2030년까지 다량의 위성을 양산하고 발사할 수 있는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먼저 조성한 뒤, 2032년까지 우주에서 통신위성 운용을 검증하고 2035년에 최종 완성할 계획이다. 향후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해상 통신 등 미래 산업의 필수 인프라가 될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국가 안보와 통신 주권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다.
Q : 우주데이터센터 계획도 있던데
A : 우주데이터센터 역시 민간 주도의 우주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K-문샷 과제의 일환으로 AI 기반 우주데이터센터를 구축해 탐사선과 위성이 보내오는 방대한 우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활용하려는 취지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 저장을 넘어 AI·통신 등 신산업이 우주 공간에서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일정 당기기식 수사가 아니라, 2030년 소형 달 착륙선 발사 등과 연계해 우주 데이터의 상업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실질적인 포석이다.
우주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는 다목적 준궤도 로켓 '세빛'(SEBIT)을 공개하고 발사 서비스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선다고 올 3월말 밝혔다. 세빛은 비행체 및 우주 부품 기술개발을 위한 시험·검증·연구 수요에 대응하는 발사체다. 사진은 '세빛' 추력 3t급 하이브리드 로켓엔진 시험 모습. [사진 이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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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수요로 자립기반 만들어줄 것
Q : 3일 발표한 육성전략을 보면 ‘우리 위성은 우리 발사체로’라는 표현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K-스타링크와 우주데이터센터를 하려면 수많은 위성을 올려야 하는데.
A :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과 산업 생태계 조성을 동시에 추진한다. 물론 K-스타링크나 우주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수많은 위성을 쏘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당장 국내 발사체만 고집하는 것은 현실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명문화하는 것은 국내 우주 기업들에 확실하고 예측 가능한 공공수요를 제공해 자립 기반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초기에는 글로벌 협력을 병행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우리 발사체와 발사장을 우선 활용해 우주 안보를 지키고 완전한 기술 자립을 이루겠다는 실질적인 의지 표명이다.
재원이 문제겠다. 반도체처럼 민간기업의 투자 발표가 병행해야 하지 않나.
A : 전적으로 동감한다. 정부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반도체 산업처럼 민간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는 민관 협력 구조가 핵심이다. 정부는 초기 리스크를 분담하기 위해 매칭 펀드를 조성하고 마중물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동시에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우주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민간의 자본과 창의성이 유입되어야만 K-스타링크나 우주데이터센터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
Q : 국방부에서 별도로 고체 우주발사체를 이용한 인공위성 발사를 본격화하고 있는데. 우주청과 조율을 하나.
A : 우주개발 역량의 결집을 위해 국방부 및 ADD와의 긴밀한 조율은 필수적이다. 현재 안보와 민간 우주 개발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국방부와 정례적인 협의체를 운영하며 발사 계획과 궤도 조율 등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 고체발사체 기술은 향후 민간으로 이전되어 국내 발사체 시장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안보 영역의 고체발사체와 우주청이 주도하는 액체 기반 차세대·재사용 발사체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도록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확실히 하겠다.
(국방부가 개발 중인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미르호는 고체 3단에 액체 1단으로 구성돼 있다. 군용 정찰위성 발사가 주임무다. 고도 500㎞의 태양동기궤도에 500~700㎏ 위성을 진입시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계획은 4월에 군 정찰위성(SAR)을 실은 미르호를 제주 서귀포 남쪽 9㎞ 해상발사장에서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기술적 결함이 발견돼 발사가 지연되고 있다. )
Q : 지난 10년 사이 우리 우주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A : 우주 스타트업들이 발사체와 위성 제조, 우주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장을 내밀며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해 온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냉정히 평가하자면 아직 대다수 기업이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나 공공 수요에 의존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민간 주도의 우주 경제로 체질을 바꿔야 할 때다. 정부는 이들이 공공시장을 발판 삼아 글로벌 무대로 진출할 수 있도록 기술 이전을 가속화하고, 초기 리스크를 분담하는 매칭 펀드와 인센티브를 제공해 실질적인 자립을 적극 지원하겠다.
Q : 발사 수요가 늘면, 발사장도 지금 정도론 안 될 텐데.
A : 우리 뿐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사장이 부족하다. 우선 나로우주센터 옆에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민간발사장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엔 제2우주센터(발사장) 후보지 공모를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전남·경남·제주가 가능하다. 이들 지역에서 문의가 많이 오고 있고, 설명회도 하고 있다. 다음 달 6일까지 공모를 받아 심사한 뒤 10월에 최종 후보지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의원과 국민의힘 서천호 의원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영·호남 우주항공 상생동맹 K-우주항공, 복합도시건설 특별법 제정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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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산업, 반도체 이을 핵심 성장동력"
Q : 한국 우주개발이 ‘갈라파고스’가 되면 안 될 거 같다.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에 적극 참여해야 할 텐데 지금까지 발표된 계획을 보면 그런 게 잘 안 보인다.
A : 아르테미스 등 글로벌 협력 체계 참여는 우리의 핵심 전략이다. 결코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발표된 계획들이 국내 발사체와 위성 자립 등 독자 역량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 측면이 있다. 독자 기술 확보와 동시에 미국을 비롯한 우주 강국들과의 국제 협력을 투트랙으로 추진 중이다. 우리의 2030년 민관 협업 달 착륙선이나 우주데이터센터 같은 인프라 역시 향후 글로벌 달 탐사 협력 체계에서 한국의 기여도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지분 확보 차원이다. 마침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관련 협의를 위해 조만간 서울을 찾을 예정이다.
Q : 우주가 한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을까.
A : 우주는 단순한 과학기술의 영역을 넘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확실한 먹거리다. AI 기반 우주데이터센터와 저궤도 생산플랫폼을 통해 통신·의약품·신소재 등 다양한 신산업이 우주 공간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UAM)의 필수 인프라가 될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초기 정부 마중물과 민간 투자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생태계를 완성한다면, 우주 산업은 반도체를 이을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