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페드로 포로가 15일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프랑스를 2-0으로 제압한 뒤 환호하고 있다. 측면 수비수인 포로는 스페인의 짠물 축구를 상징하는 선수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조직적인 수비를 앞세워 우승까지 노린다. [신화=연합뉴스]
“공격은 티켓을 팔고, 수비는 우승을 가져온다.”
미국프로풋볼(NFL)의 전설적인 지도자 베어 브라이언트의 이 말은 축구를 포함한 여러 종목에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15일 미국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4강전은 이 격언이 현실이 된 경기였다.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를 앞세워 대회 내내 화려한 공격력을 뽐낸 프랑스와 조직력과 안정감을 앞세운 스페인이 맞붙었다. 결과는 스페인의 2-0 완승이었다.
미켈 오야르사발(레알 소시에다드)의 선제골과 페드로 포로(토트넘)의 추가골도 빛났지만, 경기 후 더 큰 찬사를 받은 건 프랑스 공격진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스페인의 수비였다. 스페인은 결승까지 7경기에서 13골을 터뜨리는 동안 단 1실점만 허용하며 공수 양면에서 압도적인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은 2000년대 세계 축구를 지배한 ‘티키타카’를 기반으로 시대 변화에 맞춰 꾸준히 진화해왔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 당시에는 압도적인 볼 점유율로 경기를 지배했지만, 이후 상대를 즉시 압박하는 전술이 대세로 떠오르고 이를 무너뜨리기 위한 탈압박 축구가 발전하면서 축구의 흐름도 크게 바뀌었다. 스페인은 과거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번 대회 질주의 원동력 역시 수비다. 프랑스전에서 음바페와 우스만 뎀벨레(파리생제르맹), 마이클 올리세(바이에른 뮌헨) 등 세계 정상급 공격진을 상대로 기대득점(xG)을 0.3으로 묶었다. 반면 스페인의 기대득점은 1.63이었다. 공격력만큼이나 수비력에서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이 중심에는 루이스 델라푸엔테 감독이 있다. 1998년 스페인 비스카야 지역 5부 리그 클루브 포르투갈레테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세계적인 명성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2022년 말 성인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 스페인 언론조차 그를 ‘루이스 델라 누구(Who)?’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축구 철학은 분명했다. 델라푸엔테 감독은 화려한 공격보다 조직적인 수비 시스템을 팀의 뼈대로 삼았다. 특정 선수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기보다 모든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상대를 압박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프랑스전에서 빛난 건 초고속 전방 압박이었다. 스페인은 공을 잃는 순간 곧바로 압박에 돌입했고, 공을 빼앗긴 뒤 평균 11.57초 만에 소유권을 되찾았다. 이번 대회 본선 참가국 가운데 가장 빠른 수치다. 다니 올모와 라민 야말(미상바르셀로나) 등 공격수들까지 적극적으로 가세해 프랑스의 빌드업을 초반부터 차단했다. 음바페에게 공이 전달되기 전에 공격 경로 자체를 봉쇄한 셈이다.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하면서도 실점을 최소화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골키퍼 우나이 시몬(아틀레틱 빌바오)은 페널티박스 밖까지 적극적으로 커버하는 ‘스위퍼 키퍼’ 역할을 수행했고, 포백은 조직적인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프랑스 공격수들을 18차례 오프사이드에 걸리게 했다. 공격적인 수비와 정교한 조직력이 결합된 결과였다.
경기 후 음바페는 “전술과 기술, 경기력 모든 면에서 완패했다”며 “중원에서 계속 수적 열세에 놓여 스페인이 원하는 흐름대로 경기가 진행됐다”고 인정했다.
이 같은 완성도는 오랜 시간 쌓인 신뢰에서 나왔다. 델라푸엔테 감독은 2013년부터 U-19, U-21, 올림픽 대표팀을 차례로 맡으며 로드리(맨체스터 시티), 우나이 시몬, 오야르사발 등 현재 대표팀 핵심 자원들을 직접 지도했다. 선수들은 감독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했고, 감독은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5부 리그에서 출발한 지도자가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성인 대표팀에서 결실을 맺고 있는 셈이다.
16년 만에 월드컵 결승에 오른 스페인은 최근 A매치 37경기 연속 무패(28승9무)를 달리고 있다. 결승전(20일 오전 4시)에서는 우승과 함께 역대 최소 실점 우승 기록에도 도전한다. 지금까지 본선 7경기에서 단 1실점만 허용한 스페인이 결승까지 무실점으로 마치면 ‘1실점 우승’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특히 이번 대회부터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 우승팀의 경기 수가 8경기로 확대된 점을 고려하면 기록의 가치도 더욱 크다. 스페인은 우승 트로피와 함께 월드컵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기록까지 정조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