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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량 팍팍 늘리는 ‘반도체 머니’

중앙일보

2026.07.15 08:02 2026.07.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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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으로 시중 통화량이 한 달 새 30조원 넘게 늘었다. 기업 여유자금과 투자 대기자금이 금융권에 유입되면서다. 불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과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명분도 한층 강해졌다.

15일 한은이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을 보면, 올해 5월 광의통화(M2) 평잔은 4184조4000억원으로 전월(4152조2000억원)보다 32조2000억원(0.8%) 증가했다. 지난해 8월(44조5000억원)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월간 증가율은 3월 0.4%, 4월 0.6%, 5월 0.8%로 석 달 연속 확대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5.8% 늘어 2023년 2월(6.2%)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예·적금과 금전신탁 등 현금화가 쉬운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대표적인 유동성 지표다.

상품별로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24조3000억원 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기업의 단기 여유자금과 증권·파생상품 거래 증거금이 유입되면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한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예치자금이 유입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주체별로는 비금융기업의 통화 보유액이 30조1000억원 늘었다. 증권사·보험사·연금기금 등이 포함된 기타금융기관도 11조8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가계·비영리단체의 보유액은 19조원 줄었다. 늘어난 통화량이 가계나 내수보다 기업과 금융사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이 돈이 설비투자와 고용보다 부동산·주식으로 흘러가면 자산가격과 금융 불균형을 키우고, 시차를 두고 물가까지 자극할 수 있다. 이미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확대, 신용융자·레버리지 투자 증가 등 유동성의 자산시장 쏠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도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이를 주요 금융안정 위험 요소로 지목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늘어난 통화가 서비스 소비와 설비투자로 흐르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만 주식과 부동산에 집중되면 자산가격만 끌어올릴 수 있다”며 “상품·서비스 시장으로 번지면 물가 압력도 커지는 만큼 이번 지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조절해야 한다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은 지난해 12월 M2에서 제외했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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