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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만료 겨울이면, 대출 안나와 집도 못 사요”

중앙일보

2026.07.15 08:02 2026.07.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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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37)씨는 올 연말 전셋집 계약 만료를 두고 고민이 많다.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지만, 대출을 무사히 받아 연말까지 잔금을 치를 수 있을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A씨는 “몇 년째 하반기로 갈수록 은행 대출이 막히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집 매수 시점을 자꾸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연초에는 ‘대출 오픈런(문이 열리자마자 고객이 몰리는 것)’, 연말에는 ‘대출 절벽’ 현상이 굳어지면서 실수요자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대출은 사실상 ‘셧다운’ 수순에 들어섰다. 우리은행은 16일부터 영업점별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판매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제한한다. 기존 월별 취급액 30억원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한 것이다. KB국민은행은 10일부터 주담대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였다. 상호금융권에서도 대출 문턱을 높였다. 새마을금고는 집단대출과 비회원 대상 신규 주담대 취급을 중단했고, 농·축협과 신협도 비조합원 대상 주담대를 제한하고 있다.

올해 아파트 매수를 계획하고 있는 B(33)씨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치렀는데 잔금을 치르기 전 대출이 안 나오는 상황을 가정하면 막막하다”며 “매일 같이 은행의 개별 방침이 달라지는 것 같아 도저히 예산을 짤 수가 없다”고 했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출이 가능한 은행 정보를 묻거나 공유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은행 창구에도 잔금대출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에서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는 건,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간 관리 목표 달성에 경고등이 커지면서다. 지난 9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총 648조3607억원으로, 지난해 말(644조9700억원)보다 3조3907억원 늘었다.

이들 은행이 올 초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증가액 목표치 가운데 80%가량이 찬 셈이다. 금융당국은 2021년부터 대출총량제를 도입해 은행마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연간 증가율 관리에 치중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현상이 자리잡혔다는 점이다. 반대로 한도가 ‘리셋’되는 연초에는 자금을 확보하려는 차주들이 몰린다. 연중 언제 접수했는지에 따라 대출 한도와 여부가 갈린다. 대출 가능 여부가 상환 능력이 아니라 신청 시기에 따라 갈리는 구조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자율규제라는 입장이지만, 이를 초과하는 은행에는 페널티가 부과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선 총량 규제를 따를 수밖에 없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 거래량 등 대출 증가에 영향을 주는 여러 외부 변수가 있는데, 기계적으로 대출 총량제를 적용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라며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일률적으로 관리하면서 부작용이 생긴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지난해 기준 88.6%)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융당국은 일단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묶어두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에서) 선진국 평균은 60% 중반이고 우리는 80%대 후반으로 절대적인 수준이 아직 높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개인의 소득이 늘어난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아래로 낮추는 것은 서서히 추진할 일인데 매년 총량제로 대출 수요를 억누르면 풍선 효과가 생기고 그림자 금융으로 대출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괄적인 총량 규제보다는, 개인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현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활용해 가계부채를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오효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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