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책이 시장의 체력을 키우지만, 세계 자본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월가와 실리콘밸리다. 올해 한국 증시를 움직인 진정한 힘 역시 미국 빅테크의 공격적인 투자 결정이었다.
올해 상반기 한국 수출은 4967억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보다 48.4% 급증했다. 특히 6월 한 달간 수출은 1023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월간 수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수출액 급증은 반도체 덕분이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1924억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 급증했다.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수출 증가율은 16.4%에 그쳤다. 이 역시 견조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수출이 3.8% 증가하는 데 그친 점을 고려하면 회복 국면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며 초호황까지는 아니다. 올해 수출 호조의 이면에는 반도체와 나머지 산업 간의 뚜렷한 격차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수출 경기의 양극화는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시장 컨센서스)는 연초 440조원에서 6월 말 943조원으로 6개월 만에 503조원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이익 전망 상향분의 대부분은 반도체 업종에서 나왔다. 반도체 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은 175조원에서 679조원으로 대폭 늘어난 반면, 나머지 업종의 이익 전망은 올해 들어 거의 변하지 않았다.
주가는 실물경기보다 앞서 움직이는 선행성을 지닌다. 산업별 업황 변화에 따른 기업 이익 전망을 시장이 가장 먼저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고, 기업 이익 전망 상향도 반도체 업종에 집중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과 자금 역시 반도체주로 몰리고 있다. 이 같은 집중 현상은 국내 증시의 쏠림을 심화시키는 근본적인 배경이다. 올해 코스피에서 유난히 확대된 주가 변동성 역시 과도한 쏠림 현상에 따른 부작용에 해당한다.
7월 들어 반도체주 쏠림 현상도 고비를 맞고 있다. 기록적인 반도체 수출 증가와 반도체 기업 이익 전망에 대한 유례없는 상향조정을 이끈 핵심 기반은 미국 대형 빅테크의 AI 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확대에 있는데, 최근 들어 이러한 투자 기조의 지속 가능 여부가 시장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월 22일 알파벳을 시작으로 베일을 벗을 빅테크들의 2분기 실적은 이러한 투자 기조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코스피의 장기적인 추세는 정책이나 수급 등 국내 변수만으로는 답하기 어렵다. 그 향방은 결국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향후 투자 행보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