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정청래 전 대표가 참석해 있다. 장진영 기자. 2026.07.14.
“의원들이 저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지난 14일 이렇게 말했다. 유튜브 ‘박시영 TV’에 출연해 ‘정 전 대표가 당원들 만나는 것은 좋아하지만 의원들과는 식사도 자주 안 한다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을 받자 “선수(당선 횟수)·상임위 별로 다 (식사를) 했다”고 해명하면서 “그런데 의원들이 저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정 전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청(친정청래)계가 반발해온 전당대회 선호투표제 적용이 결국 의결된 직후에도 페이스북에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한다. 이제 당원들께서 정청래를 지켜달라”고 썼다. 당 지도부에 서운함을 내비치는 동시에 당원 결집을 호소한 것이다.
정 전 대표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선 1년 전 전당대회 성공전략을 연상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8월 민주당 임시 전당대회에서는 경쟁자인 박찬대 당시 의원을 중심으로 친명(친이재명)계 지지세가 몰렸지만, 정 전 대표는 이를 ‘전 당원 1인1표제’를 앞세운 당심 공략으로 돌파했다. 민주당의 한 호남 지역구 의원은 “정 전 대표의 메시지는 ‘의심 대 당심’ 프레임을 소환할 수 있는 발언”이라며 “의원 지지 후보와 당원 지지 후보 간 싸움 구도를 노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전 대표는 최근 당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검사의 보완수사권 이슈에 대해서도 당심에 기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전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단상에 오른 14명 의원 중 9명이 성폭력·스토킹 등 일부 범죄에 한해 보완수사권 존치를 주장하자 “몇 명 빼놓고는 다 그냥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안 된다는 분위기인데 민주당이 왜 이렇게 됐지”라며 “너무 막 우울하고 제가 약간 오늘 멘붕이 왔다”(14일 ‘박시영TV’)고 토로했다. 15일에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민주당답게! 강력한 개혁 당대표 정청래”라며 당원 결집을 호소했다.
김 전 총리 측은 “정 전 대표의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겠다”며 의원들과 최대한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김 전 총리를 지지하는 한 재선 의원은 “김 전 총리가 친한 의원들이 일정에 동행하는 것조차 마다할 만큼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총리는 1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진짜 당원주권주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정 전 대표가 1인1표제 도입 등에 활용한 ‘전 당원 투표’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보 제공이나 토론, 숙의가 없는 표결은 금지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1인1표라는 소중한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수십 년 동안 민주당에 아무 보상과 기대 없이 헌신해 온 장기 당원들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는 것을 좀 간과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가 많은 대의원들의 표 가치가 최소 6개월 당비 납부 당원들과 동등하게 조정된 것을 가리킨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전당대회 룰 확정 절차에 들어갔다. 16∼17일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자들의 후보 등록을 받고, 21일 시작되는 예비경선을 통해 대표 후보 3인, 최고위원 후보 8인을 추린다. 현재까지 정 전 대표와 김 전 총리, 송영길·고민정 의원, 김보미 전 강진군 의원이 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최고위원으론 김영호·박성준·최민희·박선원·서미화·이건태·임미애·한민수 의원,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승원 경기 광명시장, 정민철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 12명이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