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클레이턴 미국 국가정보국장(DNI) 후보자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제이 클레이턴 미국 국가정보국장(DNI) 후보자에 대한 의회 인사청문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주장해 온 ‘2020 대선 부정선거 의혹’이 핵심 쟁점이 됐다. 17개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사령탑의 청문회에서 그간 중요하게 다뤄져 왔던 대미 테러 위협이나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적성국의 위협에 대한 평가 및 대응 현황 점검 등은 거의 다뤄지지 않은 채 대선 부정선거론을 둘러싼 정쟁 무대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클레이턴 후보자에게 줄곧 2020년 대선의 승자가 누구인지를 물으며 답변할 것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로 조작됐으며 실제로는 자신이 승리한 선거라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2020년 대선 승자가 바이든 전 대통령이란 점을 확인하고 당시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클레이턴 후보자 청문회를 활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오후 9시로 예고한 대국민 연설이 ‘선거의 공정성’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정선거론의 결함을 이날 청문회에서 최대한 부각시킨다는 전략을 세운 듯했다.
상원 정보위 부위원장인 마크 워너 민주당 의원(버지니아)은 “조 바이든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클레이턴 후보자는 “나는 선거 결과를 부인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조 바이든은 미 대통령으로 인증받았다”고 답했다. 클레이턴 후보자가 쓴 “인증받았다(certified)”는 표현은 지난해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원 인준 대상 고위직 후보자들이 의회 청문회 등에서 2020년 대선 승자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불가피하게 인정해야 할 때 쓰는 말이다.
워너 의원은 “바이든이 2020년 대선에서 이겼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며 다음 질의로 넘어갔지만, 다른 야당 의원들은 이를 여러 차례 따져 물었다. 친민주당 성향 무소속 앵거스 킹 의원(메인)은 클레이턴 후보자에게 “2020년 선거에서 누가 이겼는가”라고 네 차례 연속 물었고, 그때마다 클레이턴 후보자는 “바이든이 우리의 선거 절차를 거쳐 미국 대통령이 됐다. 그게 전부”라는 같은 대답을 내놨다.
마크 켈리 민주당 의원의 질문은 다소 달랐다. 그는 “바이든이 2020년 대선 승자로 인증받은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물었다. 클레이턴 후보자는 “그는 가장 많은 선거인단 투표를 얻었다”고 답했다. 이에 켈리 의원이 “그래서 그가 선거에서 이긴 것”이라고 하자 클레이턴 후보자는 “그는 우리의 선거 절차를 따랐고,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했으며, 승자로 선언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클레이턴 후보자 입에서 “2020년 대선 승자는 바이든”이라는 확답은 나오지 않았다. 존 오소프 민주당 의원(조지아)이 “누가 2020년 대선에서 이겼느냐”는 질문을 반복해서 했을 때에는 “나는 쇼에 얽히고 싶지 않다”는 답변으로 예봉을 피해가기도 했다. 클레이턴 후보자에 대한 정보위의 인준 표결은 내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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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청문회선 ‘트럼프 예스맨’ 논란
토드 블랜치 미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상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트럼프 충성파’로 불리는 행적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블랜치 후보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한 질의에 “저는 그의 변호인이다”고 말했다가 곧바로 “아니, 변호인이었다”고 답변을 정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개인 변호사 출신인 블랜치 후보자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기소된 성추문 입막음 사건,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비롯해 각종 형사사건을 최일선에서 방어해 온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한다며 팸 본디 전 법무장관을 경질하고 법무부 부장관으로 있던 블랜치를 장관에 지명한 것도 그의 충성심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청문회에서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법무부 수장 자리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충성파가 발탁됐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딕 더빈 의원(일리노이)은 “블랜치는 예스맨”이라고 규정한 뒤 “대통령의 개인적 불만을 달래거나 은행 계좌를 채워주기보다 미국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부패와 싸우는 법무장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지로 재선 출마가 가로막힌 존 코닌(텍사스) 등 공화당 일부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1·6 의사당 폭동사태 사법 피해자 기금’ 등을 문제 삼으며 날카로운 질문을 퍼부었다. 블랜치 후보자는 사법 피해자 기금은 이미 폐기된 사안이라고 답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조언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 조언을 한다는 것이 내가 예스맨이라는 뜻은 아니다”며 충성파 논란을 비껴갔다.
블랜치 후보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8년 대선 재출마 자격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 수정헌법 22조는 대통령에 두 차례 선출된 사람은 다시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며 2028년 대선 재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