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가 16일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에 참석해 'AI 시대, 살아남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바로 ‘리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한국경제인협회
“괜찮은 수인데….”
2017년 알파고 마스터가 바둑판 귀의 삼삼(3·3) 자리에 초반부터 돌을 놓자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는 의아했다. 프로기사들은 어릴 때부터 극 초반에는 두지 말라고 배우는 자리였다. 혹시 선배 기사들이 먼저 뒀을까 싶어 한·중·일 프로기사들의 기보를 모두 뒤졌다. 어디에도 같은 수는 없었다. 왜였을까. “그렇게 배웠으니까.”
신의 한 수는 고정관념 바깥에서 나온다. 2016년 알파고와의 4국에서 승부를 바꾼 68수도 그랬다. 68수는 그가 30년 바둑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둔 수였다. 인간과의 대국이었다면 절대 고르지 않을 수였다. 이 교수는 “우리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대를 살고 있다”며 “결국 한 번도 내려본 적 없는 결정을 해야 하는 시대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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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나만의 바둑’을 넘어
16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제주하계포럼에서 ‘인공지능(AI) 시대, 살아남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바로 리더’를 주제로 강연한 이 교수는 “AI는 고정관념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며 “그 메시지를 읽어내는 사람이 AI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하는 태도도 화두로 던졌다. 이 교수는 알파고 이후 바둑 절대 강자는 사라질 거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상위 기사들이 AI를 더 깊이 이해하고 활용하면서 오히려 일반 기사들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반면 ‘나만의 바둑’을 고집하던 이 교수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신념과 철학은 지키되, AI가 보여주는 새로운 가능성을 외면하는 태도는 자칫 아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AI 시대에는 격차에 가속도가 붙는다”며 “AI를 단순히 질문하는 수준으로 쓰는 사람과 에이전트 수준으로 활용하는 사람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16일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에 참석해 'AI 인프라 패권전쟁, 이미 시작된 데이터센터의 시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한국경제인협회
이 교수에 이어 연단에 오른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엔지니어에서 AI 반도체 스타트업 창업자로 나서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2016년 알파고 대국과 심층신경망 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보며 “AI가 모든 기술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삼성전자를 떠나 동료들과 회사를 세웠다.
2018년 글로벌 경쟁사가 수백억원의 투자를 받을 때 퓨리오사AI는 13억원의 초기 투자금으로 칩 개발에 착수했다. 그는 자금보다 중요한 것은 설계 경쟁력이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칩을 목표로 기준을 높였기 때문에 뛰어난 인재들이 모일 수 있었다”며 “‘AI 반도체는 실리콘밸리만 할 수 있다’며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었다”고 말했다.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가 16일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에 참석해 '우연 없는 성장, 설계된 성공, 에이블리의 AI 성공 방정식'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한국경제인협회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AI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성장 전략을 소개했다. 2018년 시작한 에이블리는 AI 추천 기술을 앞세워 지난해 거래액 2조5000억원을 기록한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이다.
강 대표는 AI로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물론 판매자의 창업과 운영까지 플랫폼이 지원하는 구조를 성장 비결로 꼽았다. 판매자는 상품 기획과 촬영에 집중하고, 물류·정산·응대는 플랫폼이 맡아 창업 문턱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그는 “AI가 발전할수록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과 팀이며, AI를 잘 활용하는 소수의 뛰어난 팀이 더 큰 성과를 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