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등을 이유로 초등학생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30대 부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김병만 부장판사)는 15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와 B씨 부부에게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 명령을 했다. 또 보호관찰 명령을 받을 것과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라는 특별준수사항도 부과했다.
A씨 부부는 생활고와 우울증 등을 이유로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초등생인 딸 C양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들도 함께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C양을 포함해 모두 의식을 찾으면서 미수에 그쳤다.
A씨 부부는 살해 시도 후 말을 어눌하게 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인 C양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등 방임한 혐의도 받고 있다. C양은 병원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정에 선 피고인들은 “부모로서 자식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다”면서도 “딸 곁에 갈 수 있게 선처해달라. 가족이 다시 살아갈 기회를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 “피해 아동 고려해 선고…부모 의무 성실히 이행하라”
재판부는 A씨 부부를 질타하면서도 C양이 부모를 그리워하고 고령인 조부모가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로 선처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사건을 저지르게 된 경제적·정신병적 요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피해 아동에게 돌아갈 경우 2차 가해 가능성이 높다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 아동의 부모로서 의무를 저버리고 생명을 빼앗으려 해 죄질이 나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에서는 이런 사건을 ‘동반자살 시도’라며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형사책임을 평가하는 데는 ‘부모의 자녀 살해 후 자살 시도’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형사 처벌은 피해 아동의 복리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양육을 맡고 있는 조부모는 고령으로 인한 현실적 한계를 이유로 피고인들에 선처를 탄원하고 있고 피해 아동도 피고인들과 떨어져 있는 데 따른 정서적인 불안을 느끼고 있는 점을 특별히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피고인이 살해하려고 했던 피해 아동이 피고인에 대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데 적극적으로 고려됐다는 점을 마음 깊이 새기라”며 “부모의 의무를 잘 지키도록 노력하라”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