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23차 상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회가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의 회의 운영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또다시 파행을 빚었다. 일부 인권위원들은 안 위원장이 위원들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며 회의 도중 퇴장했다.
16일 열린 제24차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오영근 위원은 안 위원장이 지난 1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 폐기 및 대국민 사과'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하지 않은 것은 "인권위원들의 안건 심의·의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비판한 뒤 회의장을 떠났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2월 전원위원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안건을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의결했다. 이후 진보 성향 위원 5명이 해당 권고안을 폐기하는 안건을 발의했지만, 지난 13일 전원위원회에서는 상정되지 않았다.
오 위원은 지난 5월 퀴어문화축제 참여 추진 안건이 다수결로 상정되지 못한 데 이어 이번에는 위원장의 직권으로 안건 상정 자체가 무산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위원회가 존속하는 이상 이 사안은 다시 논의될 수밖에 없다"며 인권위원 6명이 오는 20일 임시 전원위원회 개최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위원들의 심의·의결권이 침해된 데 깊은 모욕감과 분노를 느낀다"며 문제가 바로잡힐 때까지 회의에서 발언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퇴장했다.
이숙진 위원도 안 위원장의 결정이 위원들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데 동의하며 "합의제 기구인 인권위를 존중해 달라"고 촉구한 뒤 회의장을 떠났다.
안 위원장은 이에 대해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의결된 기존 전원위원회 결정을 폐기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안건"이라며 "이미 효력이 발생한 위원회 결정을 다시 안건으로 다뤄 변경하거나 폐기할 수 있는지 법리 검토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안건을 추후 상정하겠다고 밝히며 "현재는 보수 성향 위원이 소수여서 폐기와 사과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때 제 의견을 충분히 담아 결정문을 작성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또 "정치적 의도를 갖고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인권 증진과 인권위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남아 있던 김학자 위원은 퇴장한 위원들을 향해 "다수가 된 이후 상대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 태도는 인권위원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권위 사무처 30개 전 부서는 전날까지 안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릴레이 성명을 발표하는 등 인권위 내부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