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트럼프, ‘지상군 투입’ 검토…이란, 홍해 봉쇄 ‘원유 볼모’ 맞대응?

중앙일보

2026.07.15 22:43 2026.07.16 06:2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현지시간 15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엥겔라브 광장에 관속에 누워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대형 광고판이 걸렸다. 광고판 하단엔 "우리는 트럼프를 죽일 것"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현지시간 15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엥겔라브 광장에 관속에 누워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대형 광고판이 걸렸다. 광고판 하단엔 "우리는 트럼프를 죽일 것"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15일(현지시간) 알려졌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막대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전쟁을 조속히 끝내기 위한 승부수란 해석이 나온다.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 항로까지 봉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동산 원유 공급을 사실상 원천 차단해 전쟁 장기화에 따른 미국의 부담을 가중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백악관서 ‘지상군 투입’ 보고

악시오스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14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회의를 열고 참모들로부터 지상군 투입 작전을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회의에선 호르무즈해협에 국한된 현재의 군사작전 범위를 확장해 대규모 공세를 펴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육군전쟁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사이에 놓고 켈리 오크버그 보잉 최고경영자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육군전쟁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사이에 놓고 켈리 오크버그 보잉 최고경영자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호르무즈해협의 통제권 확보 이후 이어질 대규모 공세와 관련 “공습의 강화, 지하 핵시설 폭격과 함께 지상군을 투입해 호르무즈해협 인근의 섬을 점령하는 방안 등 3가지 선택지”가 제시됐다고 전했다.

당장 거론되는 지상군 투입 대상은 이란 원유의 90%가 수출되는 터미널이 위치한 하르그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르그섬 점령 가능성에 대해 “(계획 발설은)어리석은 일이 될테니 말할 수 없다”며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현재 호르무즈해협엔 해병대 1000명 이상을 태운 상륙함이 대기하고 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다만 지상군 투입은 인명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점령에 성공해도 공격에 상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로버트 하워드 전 해군 중장은 폭스뉴스에 “지상군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며 “점령 자체보다 유지가 더 어려운 문제”라고 우려했다.



폭격 성공 불확실…민간 공격은 부담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 남쪽에 있는 산악 지하 핵시설인 ‘곡괭이산’을 폭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 벙커버스터 폭격을 가했던 나탄즈·포르도 시설에 대한 완전한 파괴도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보다 더 깊은 곳에 매설된 곡괭이산 시설 폭격 작전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지시간 13일 미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위치한 이란의 군사시설을 공습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현지시간 13일 미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위치한 이란의 군사시설을 공습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석기시대로 돌리겠다”며 위협한 것처럼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 등 민간 시설을 실제 공격할 경우 국제법 위반 논란과 도덕적 비난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 육군전쟁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인프라 공격의 데드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데드라인 제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날 “다음 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을 공격하겠다”던 말을 하루만에 뒤집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 기간 ‘문명의 소멸’ 등 극단적 표현을 동원해 이란의 백기 투항을 요구하며 데드라인을 제시했다가 여러 차례 기한을 번복하면서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논란을 자초해왔다.
현지시간 15일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미확인 지역에 대한 공습 장면을 공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지시간 15일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미확인 지역에 대한 공습 장면을 공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확보 총력…장기전 포석?

지상군 투입이 논의된 직후인 이날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전쟁 재개 후 처음으로 대낮(이란 시간 오후 1시 30분)에 이란의 호르무즈 방어 및 감시 체계가 위치한 그레이터 툰브섬을 공습한 데 이어, 오후(이란 시간 오후 10시 30분)에 항구 도시 반다르 아바스를 포함해 아흐바즈, 차바하르 등 이란 남서부 지역에 재차 공습을 가했다. 하루 2차례 공습 역시 처음이다.

16일에는 이란의 주요 탄도 미사일 생산 및 우주 프로그램 시설이 밀집한 중서부 로레스탄주 호라마바드시, 마르카지주 혼다브시, 북부 셈난주 등 내륙 지역으로 공격 범위를 넓혔다. 이란 IRNA 통신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선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 비슷한 시각 수도 테헤란 외곽과 남동쪽으로 약 30㎞ 떨어진 파르친에서도 방공망이 가동됐다.

현지시간 14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중동에 위치한 미군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 장면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현지시간 14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중동에 위치한 미군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 장면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이란도 즉시 쿠웨이트와 바레인 등 중동지역 미군 주요 시설 등을 맞공격했다.

중부사령부는 정밀 유도 무기까지 동원된 이날 공격에 대해 “호르무즈해협을 자유롭게 통과하는 선박들을 위협하는 데 사용되는 이란의 군사능력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이번 타격으로 해협에서 상선을 위협해 온 이란의 공격 능력이 한층 더 약화됐다”고 밝혔다. 미군의 작전 목표가 안정적인 원유 공급 항로를 확보하는데 있다는 의미다.

만약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20% 이상을 담당하는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원유 수송에 차질이 생길 경우 국제유가가 폭등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결국 성급한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던 배경도 선거를 앞둔 유가 및 물가 급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호르무즈 사수가 최우선”…원유 ‘볼모’ 작전

그러나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전쟁 전 130건이던 호르무즈해협 통항은 13일 10건으로 줄었다. 이중 9척은 사실상의 통행료를 내고 이란 항로를 이용했다. 14일 해협을 통과한 선박 21척 중에도 미군이 관할하는 오만 항로를 택한 사례는 없었다.

이란은 오만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을 무차별 공격하면서 원유 운송을 차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란측 협상 대표를 맡았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이란의 국가 안보는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식 질서’를 유지하는 데 달려 있다”며 “최우선 군사 행동 목표는 호르무즈해협 사수”라고 주장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도 “호르무즈해협은 미국의 악행이 종식될 때까지 봉쇄된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며 “적들이 세계 원유 및 가스 수출로를 해적을 동원해 차단한 이상,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이익이 되는 수출로 역시 차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운송로를 뚫기 위한 미국에 맞서, 해협을 완전히 막는 전략으로 대응다는 뜻이다.



홍해 봉쇄 움직임…‘우회로’까지 차단

이번엔 우회 운송로까지 봉쇄할 가능성이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란과 협력하는 예멘 반군 후티가 소말리아 무장 테러조직 알샤바브와 공조해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들의 목표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봉쇄하는 것”이라며 “후티는 이란 대신 알샤바브에 드론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16일 로이터통신도 두 명의 이란 고위 소식통과 이 사안에 정통한 역내 소식통 한 명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이란 수뇌부가 논의했고 이란 정부가 후티 반군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미국에 의해 이란의 전력 인프라가 공격받을 경우에 대비해 홍해 원유 수송로를 봉쇄할 준비를 갖추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다만 로이터는 이 지시가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력망 타격 위협 이후에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지시간 14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중동 내 미군 시설을 향해 발사되는 드론의 모습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현지시간 14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중동 내 미군 시설을 향해 발사되는 드론의 모습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예멘과 소말리아는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를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이곳을 통과하는 홍해 항로는 이란전쟁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공급 우회로 역할을 해왔다. 만약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 항로까지 봉쇄될 경우 전세계 물류·에너지 동맥인 두 해협이 동시에 막히게 된다.



강태화([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