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에 나선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예비 당첨번호를 받았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크다. 박씨는“잔금을 마련하려고 해도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데 금리까지 올라 부담이 더 커졌다”며 “수억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이자를 아끼려고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를 알아봤던 40대 직장인 이모씨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출 한도는 줄고 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며 “대출 갈아타기는 사실상 엄두도 못 내게 됐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 8%대에 진입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미 은행권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출 규제로 문턱까지 높아졌다. 실수요자는 돈을 빌리기도 어렵고, 빌리더라도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이는 3년 6개월(42개월) 만에 이뤄진 기준금리 인상이다. 뉴스1.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이미 큰 폭으로 뛰었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대표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77~7.49%다. 금리 상단이 이미 연 7%를 넘어섰다. 5개 은행 평균 금리로도 올해 1월과 비교하면 상단이 약 1%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금융채 등 시장금리에 미리 반영된 영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은행별 금리 조정이 이뤄지면서 대출금리에도 추가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시장금리 상승세와 은행별 금리 조정이 맞물릴 경우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 8%에 육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근영 디자이너
신용대출도 예외는 아니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대표 신용대출(6개월 기준) 금리는 연 4.19~5.78%로 집계됐다. 최고금리는 이미 6%에 근접한 상태다.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순차적으로 반영되면서 새로 대출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기존 차주도 금리 재산정 시점부터 점차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담대 신용대출은 상품 구조와 금리 산정 방식이 달라 금리 수준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금리 부담이 커지는 시점에 대출 한도도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주담대 한도를 축소하고 대출 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중단하거나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제한하는 등 대출 문턱을 잇달아 높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실수요자의 부담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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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실수요자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얼마나 더 오를지 걱정된다” “대출받기도 어려운데 금리까지 올라 실수요자만 힘들다” “금리 인상은 뉴스에서는 숫자지만 대출이 있는 사람에게는 생계 문제”라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취약차주가 받는 충격은 더 클 수 있다. 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취약차주, 즉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차주의 1인당 평균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억3520만원이다. 금리 상승으로 상환 부담이 커질 경우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이는 가계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취약차주의 상환 여력과 연체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취약차주 부담과 관련해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며 “부채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경우 부채 조정 정책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